<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정치권에 소환된 '노쇼' 호날두 '해프닝'
[더팩트ㅣ정치=이원석 기자]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됐습니다. 더우면 짜증이 나게 마련인데요, 정치권이라도 국민들의 마음을 좀 시원하게 해줬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방한한 유벤투스FC의 크리스타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가 초유의 결장 사태로 국민들에게 상처를 준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호날두의 이름이 계속해서 거론돼 이목을 끌었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싶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었던 대통령 전용 휴가지 '저도(猪島)'를 국민에게 개방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저도를 직접 찾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김경수 경남 도지사도 만났습니다. 평소 각별한 두 사람의 만남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또한, 이번주 여름 휴가 기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제때 일을 못 한 정치권은 한창 바빴습니다. 휴가를 내고도 출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국회 상임위원회도 일제히 전체회의를 열고 밀린 법안 처리에 나섰는데요,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선 이번에도 역시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합니다.
◆ '저도'서 김경수 만난 文대통령, 무슨 대화 나눴을까
-잠시 청와대 얘기를 먼저 나눠보겠습니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저도를 민간에 개방한다고 발표해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김경수 경남 도지사와 만나기도 했습니다. 어떤 장면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 거제시에 있는 저도를 찾았는데요. 국민 100여 명으로 구성된 탐방단과 함께 저도 산책로를 걷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 청해대가 있는 저도를 47년 만에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기도 합니다.
-문 대통령과 김 지사의 만남도 화제가 됐는데요, 두 사람 사이에 혹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려졌나요?
-김 지사는 문 대통령보다 먼저 저도에 도착했습니다. 경남지사이기도 하지만 문 대통령과 각별한 김 지사의 등장에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두 사람은 매우 친근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저도에 대한 설명을 나란히 서서 듣던 김 지사가 갑자기 문 대통령에게 무언가 말했고, 곧 김 지사와 문 대통령이 함께 웃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어떤 얘기를 한 것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또, 문 대통령과 김 지사가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포착됐는데요, 이 역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매우 가깝고, 각별한 사이기 때문에 다양한 추측을 해볼 순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얘기뿐만 아니라 경남 관련 현안에 대해 얘기했을 수도 있겠고, 국정과 관련된 얘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각에선 김 지사가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겠냐는 추측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공적인 자리였고,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깊은 대화까지 나누기엔 무리였다는 추측이 많습니다. 어쨌든 대화 내용은 어디까지나 추측들뿐인데요, 대화 내용과 별개로 마치 서로 장난치듯 대화를 나누며 웃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진한 우애가 풍겨진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문 대통령이 찾은 저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죠?
-네, 그렇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해대를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하기도 했고, 영애 시절 아버지와 휴가를 즐겼던 곳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저도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은 대통령 취임 첫해였던 2013년 7월 30일이었습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저도 백사장 모래 위에 나뭇가지로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자를 쓰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또, 페이스북에 "35여 년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며 회상하기도 했죠.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박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휴가 사진 역시 '비선실세' 최 씨가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방문한 날이 참 공교롭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박 전 대통령이 저도에서 휴가를 보낸 날과 같습니다. 설마 이런 것까지 고려해서 저도 방문 날짜를 잡지는 않았겠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했습니다.
◆'노쇼' 호날두 사태가 정치권까지… "한국당은 호날두"
-'날강두', '날두하다' 이런 말들을 혹시 아십니까? 신조어인데요, 이번에 국민들을 크게 공분하게 한 축구선수 호날두와 관련된 말입니다. 정치권에서도 호날두가 계속해서 언급이 됐다고요.
-네, 고액의 계약금을 받고도 최소 45분 출전하기로 한 계약사항을 지키지 않은 축구선수 호날두를 꼬집는 말입니다. 의미는 "돈은 받고 아무것도 안 한다"정도로 풀이 가능한데요, "아 오늘 날두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정치권에는 가장 먼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호날두'를 언급했습니다. 지난달 29일 나 원내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호날두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을 호구로 알고 있다. 김정은 이름을 '김날두'로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김 위원장과 정부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호날두 선수에 빗댄 것입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역시 지난 3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오죽하면 호날두까지 대한민국 국민을 능멸하겠나"라고 했습니다. 또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직접적으로 상대 진영을 호날두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신 의원은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관련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하면서 "한국당은 '노쇼 호날두 정당'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했는데요, 패스트트랙 관련해 고발된 상태인 한국당 의원들이 경찰 출석에 응하지 않는 것을 비판한 것이었습니다. 이어 신 의원은 "'메시'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메시는 호날두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평가되는 선수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기가 반등했습니다.
-(웃음) 다양한 용도로 호날두 선수가 정치권에서 등장하고 있군요. 근데 굳이 이 일을 정치에 비유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이 이번 일처럼 이슈가 되는 사안과 정치권 상황을 비교하는 수사적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인터넷에서도 "할 게 없냐", "호날두는 싫지만 정치인들이 실없는 얘기하는 게 더 싫다" 이런 반응이 있습니다. 또 "국회의원 모두가 '호날두'"라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 채 멈춰있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는데, 출근만 하고 아무런 일도 안 하는 정치인들을 향한 아주 강력한 비판으로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부담스러운(?) 이은재의 '언론 사랑'
-지난달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죠. 그동안 밀린 법안들을 처리하느라 바빴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다고요?
-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의 웃음 유발이 있었는데요. 워낙 오랜만이라 반갑기까지 했습니다(웃음). 오후부터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 의원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의 토지 투기 사실 의혹과 관련한 법원 판단 내용을 언급했는데요. 이는 조선일보가 지난 7월 26일 보도한 것으로 이 위원장이 가짜 계약서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이 "알고 계시냐"는 질문하자 박 장관은 "언론을 통해서 봤다"고만 짧게 대답했습니다. 계속해서 이 의원은 언론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엄연히 부동산 실명법을 위반한 거라고 보는데 어떻게 보시나"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박 장관은 "언론에 그렇게 보도는 됐는데 사건으로서(고소고발은) 아직 없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언론에 나온 것에 불과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고만 답했습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약간 흥분하면서 "(이 위원장도) 공직자인데 관심 없게 지나쳤느냐"면서 갑자기 언론에 대한 변론(?)을 시작했습니다. 이 의원은 "그럼 언론을 전부 부정하는 겁니까. 장관님?", "언론을 전부 부정하시는 거예요?", "이 사실이 나온 언론을 안 믿는 겁니까?", "언론을 전부 부정하는 거냐"고 재차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 의원의 '언론 신뢰 고백'에 현장의 취재진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은 매우 진지했지만, 그 특유의 목소리 톤이 있지 않습니까? 또한 한국당 내에선 최근 언론이 너무 정부 편을 든다면서 '언론을 못 믿겠다' 이런 반응이 많은데, 기자들 사이에선 '이 의원이 이렇게 언론을 사랑하는 줄은 몰랐다'고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휴가 못 떠나는 정치권
-여름 휴가 기간입니다. 정치권도 이번 주 휴가를 많이 떠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휴가를 쓰고도 출근한 이들이 많다고요?
-네, 이번 주부터 정치권도 본격적으로 여름 휴가 기간을 맞았는데요, 문희상 국회의장, 여야 대표들도 휴가 계획을 잡았습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미 다녀왔고, 문 의장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바로 이번 주인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휴가였습니다. 다른 대표들도 8월에 휴가를 대부분 잡았는데요, 근데 지금 정치인들은 휴가가 휴가가 아닌 상황입니다.
-지금 대내외적으로 이슈가 상당히 많습니다. 외부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 중·러 군용기 영공 침범,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 등이 있고, 국회 내에서도 제때 추경, 법안 처리 등을 하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몰아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문 의장, 황 대표는 휴가 기간임에도 계속해서 출근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계속해서 여야 협상이 계속되는 원내 상황으로 인해서 휴가를 미룬 의원들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장관들도 마찬가지인데요,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9일부터 2박 3일간 휴가를 계획했는데,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고, 북한이 거듭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휴가는 무의미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예정했던 여름 휴가를 아예 취소했습니다. 취임 후 여름 휴가를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이 예고돼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도 휴가가 필요한 건 맞지만 지금과 같은 엄중한 시기에 휴가를 즐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합니다. 부디 여러 정치적 상황이 잘 풀리고, 평화 속에서 제대로 가지 못한 휴가를 즐기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국회 상황에 대해선 지금까지 일을 하지 않았던 것도 있으니 '자업자득'이란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