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관광 활성화 꾀한 듯… '박근혜 추억 서린 곳' 개방 묘한 그림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곳에서 휴가 보내는 모습을 '저도의 추억' 이렇게 해서 방영한 거 아마 보셨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그동안 역대 대통령 휴가지로 이용돼 온 저도(猪島)를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47년 만에 저도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휴가를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남 거제시에 있는 저도는 진해와 부산을 보호하는 전략적 위치로 인해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군기지로 활용된 곳이다. 1970년대까지 윤연순 여사가 살았으나, 1972년에는 대통령 별장(청해대)지로 공식 지정돼 일반인은 거주 또는 방문이 제한됐다. 청해대는 1993년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됐지만, 해군이 관리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가 이어져 왔다.
박 전 대통령과 저도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해대를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하기도 했고, 영애 시절 아버지와 휴가를 즐겼던 곳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저도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은 대통령 취임 첫해였던 2013년 여름이었다. 그리고 당시 방문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30일 당시 휴가 중 저도 백사장 모래 위에 나뭇가지로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자를 쓰는 사진을 공개했다. 또, 페이스북에 "35여 년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며 회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박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휴가 사진 역시 '비선실세' 최 씨가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도가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지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추억이 아로새겨진 곳을 문 대통령이 개방하기로 한 점은 묘한 뉘앙스를 낳는다. 현 정부는 핵심 과제로 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적폐 청산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정확히 6년 전 저도를 찾았던 시기에 문 대통령이 같은 곳을 찾은 점도 이채롭다. 물론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일반 공개를 결정한 저도 내 시설은 크게 작전기지, 건축물, 체육시설, 산책로로 구분된다. 작전기지로는 함정계류부두, 전진기지, 초소 등이 있다. 건축물로는 대통령 경호 일반시설인 1~2관을 포함해 총 5가지 건물이 있다. 체육시설은 해수욕장, 테니스장 등 총 5개소가 있으며, 산책로는 3개 코스 총 3.8km이다. 산책로 사이에 전망대 2개소가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저도를 전면 개방하는 것은 아니다. 군 관련 이용 필요성으로 보안을 요로 하는 청해대(대통령 별장 건물) 포함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산책로, 전망대, 해수욕장 및 골프장 전체를 1년간 시범 개방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도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저도 산책' 행사에 참석해 "저도를 국민들에게 완전 개방하고, 여기 있는 군사 시설에 대한 보호장치, 유람선이 접안할 수 있는 선착장 등 시설이 갖춰질 때까지는 시범 개방을 한다"며 "준비가 갖춰지면 완전히 전면적·본격적으로 개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저도를 개방할 것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어민의 생업권과 생활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저도 여름휴가를 여기서 보낸 적이 있다"며 "정말 아름답고 특별한 곳을 대통령 혼자서 즐길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들이 함께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이 저도의 문을 연 배경은 대통령 별장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 해소와 지역 관광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아마도 대통령 별장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또 대통령들이 휴가를 보낸 곳이 어떤 곳인지 아주 궁금해하시는 국민들이 많으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거제시와 경남도가 이곳을 남해안 해안관광의 하나의 중심지로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