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화합이 뭐죠?'… 바른미래당, 계파 갈등 '점입가경'

바른미래당의 오랜 갈등이 혁신위원회 상황과 얽혀 다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당 대표와 유승민 전 대표가 나란히 윤리위원회에 이름을 올리는 상황이 연출될 예정이어서 주목이 쏠린다. /더팩트 DB

윤리위에 이름 올릴 손학규·유승민… '중간에 낀' 혁신위?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계파 싸움과 얽힌 바른미래당 혁신위 갈등이 심화하면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인다. 40대 혁신위원들은 '지도부 공개검증'을 골자로 혁신안을 내놨지만, 손학규 대표는 '당권 경쟁'이라며 상정조차 거부하고 있고, 이를 '중대한 당규 위반과 사당화'라고 판단한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보이콧을 결정했다.

갈등은 윤리위원회에서도 드러날 전망이다. 손 대표는 유승민 전 대표가 '손학규 퇴진론' 외압을 행사했다며 윤리위원장을 새로 임명해 '진상조사' 절차에 착수할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당 출신 윤리위원장이 선임되자 바른정당계 인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계속된 대화 좌절에 혁신위원들도 손 대표를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국민께 피로감을 드려 죄송하다'는 입장이지만 갈등을 잠재울 대화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 윤리위원회 제소전으로 격화…'대화 실종'

24일 오후 이기인 대변인을 비롯한 4명의 혁신위원들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대표는 윤리규범 제3조 제2항, '당원은 당헌·당규에 따른 당원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윤리위원회 제소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손 대표는 혁신위의 결정사항을 최고위에 의무적으로 처리해야 함에도 이를 거부하며 의도적으로 혁신위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일방적으로 안건 처리를 회피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혁신위 관련 규정은 '강행규정'"이라며 "이러한 당 대표의 당규위반이 지속될 경우 공명정대한 당의 운영이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당의 운영 기조인 당헌·당규의 취지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아울러 정당 운영의 중립성을 위반한 임재훈 사무총장도 동일한 내용으로 제소한다"고 밝혔다.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된 권성주 혁신위원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혁신위원 4명은 손 대표를 당헌당규 위반으로 윤리위에 제소했다. 이들은 유승민 전 대표와 이 건은 별개라면서 우리는 계파의 대리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새롬 기자

기자회견 직후 이 대변인은 '현실적으로 당 대표 제소가 가능하냐'는 물음에 "당대표라고 해서 윤리위에 상정 또는 제소하지 못한다는 근거가 없다. 동일한 당원이기 때문에 제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임명된 국민의당 전 당무감사위원장 출신 안병원 윤리위원장의 공정성 여부와 관련해선 "아주 공정하게 일 처리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면서 "다만 어떤 분인지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누구 계파 사람, 누가 추천한 사람인지 따지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운영해줄 거라 생각한다"며 중립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갈등은 당내 제소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전히 해당 사안과 관련한 손 대표 측의 대화 제안은 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혁신위 "최고위 보고 놀란 가슴 혁신위 보고 놀라지 마라"

'손학규 지도부'의 공개검증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혁신위는 앞서 동일한 문제를 제기한 바른정당계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손 대표 윤리위 제소는 '유 전 대표 진상조사'에 대한 맞대응으로 비춰지고 있다.

혁신위는 이와 관련해 "최고위 보고 놀란 가슴 혁신위 보고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목소리 높였다. 이 대변인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 측에서)대화에 응하지 않았고, 우리가 기댈 곳은 그동안 멈춰있다 가동된 윤리위원회였다"며 "유 전 대표와 관련한 당 대표의 외압 조사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희가 계파의 대리인이나 최고위 갈등에 있지 않다고 말을 해도 그렇게 보여지지 않는다"며 "혁신안 의결 과정은 계파와 상관 없이 절차대로 진행돼야하는 것이다. 혁신안에 찬성한 위원 중 손 대표가 추천한 인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요청하는 것은 없는 규정을 만들어달라는 부정한 요구가아니라 당규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혁신안 내용도 당장 당원 투표를 하자는 게아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결과를 보고 결정하는 거다. 이런것부터 반대한다면 손 대표의 정치적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4일 최고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오 원내대표는 지역위원장 비상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남윤호 기자

갈등과 갈등이 얽혀 당내 화합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 원내대표는 25일 바른미래당 정상화를 위한 전현직 지역위원장 비상 회의를 열기로 했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는 더 이상 사욕으로 당을 망가뜨리지 말고 당헌당규에 따라 즉각 혁신위 결정에 승복하고 1차 혁신안을 최고위 안건으로 상정해 당무를 정상화할 것을 촉구한다"며 "(비상회의에서) 혁신위재개 및 당 정상화를 위한 지역위원장의 입장을 정리하고 이후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 관계자는 "갈등 상황을 다 떠나서 국민들께서 당을 볼 때 기대감이 아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단 것에 죄송스런 맘이 앞선다"며 "정치적 행동과 당내 역할이 충돌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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