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정두언 죽음에 충격 빠진 정치권…진영 떠나 "안타깝고 애통"

1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빈소에 각계각층 인사들이 조문했다. /신촌=이선화 기자

진보·보수 정치인, 일반인 애도 물결 이어져

[더팩트|신촌=문혜현 기자] 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갑작스런 죽음에 17일 정치권 인사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정 전 의원과 같은 보수진영에서 정치생활을 한 인사들은 물론이고, 다른 정치 이념을 가졌던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아 정 전 의원과의 추억을 상기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참 아까운 사람을 잃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 전 의원의 빈소는 이날 아침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조문 행렬에는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인 조문객도 다수 포함됐다.

정두언 전 의원과 함께 보수진영에서 정치를 했던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17일 정 전 의원의 빈소에서 무거운 목소리로 심경을 전했다. /이선화 기자

◆ 과거 함께 했던 동료·후배 의원들…"믿기지 않아"

이날 빈소가 마련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승민 의원과 정병국·지상욱·유의동·이혜훈 의원 등 정 전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에 있었던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조문했다.

유 의원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어제 굉장히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황망한 마음에 왔다. 마지막까지 고인이 혼자 감당했을 괴로움이나 절망 같은 걸 생각하면 제가 헤아릴 수 없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저 세상에서 편하게 쉬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하태경 의원은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제가 가장 따르고 좋아하는 선배 정치인이고, 정두언 선배도 저를 무척 아끼시고 많이 지도해준 분이었다. 저하고 궁합이 잘 맞았고, 같이 개혁적인 정치를 하겠다고 늘 마음을 맞춘 분이었다"며 "정 선배의 죽음은 대한민국의 큰 손실이고, 개혁 보수진영 입장에서도 아주 큰 아픔이다. 아주 어려운 보수진영이 새롭게 개혁하고 진짜 보수를 만들어내 선진적인 나라를 만드는 데 후배들이 심기일전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김성태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 정두언 전 의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들은 합리적 보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주춧돌 역할을 바랐는데 이렇게 속절없이 떠다니 이루말할 수 없이 충격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선화 기자

자유한국당에선 김성태, 장제원 의원, 이주영 국회 부의장 등 다수 의원들이 조문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는 훌륭한 정치인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남아있는 우리로서 더욱 더 제대로 된 보수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TV를 켜면 바로 볼 수 있는 그런 정두언 선배였는데, 선배를 다시 볼 수 없다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내년 총선에서 우리 원내에 들어와 보수를 새로 개혁하고 합리적 보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주춧돌 역할을 해주길 바랐는데 이렇게 속절없이 떠나니 이루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고 아직까지 정신이 멍하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기를 바라겠다"고 슬픈 마음을 드러냈다.

정 전 의원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인연을 쌓아온 이 부의장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참으로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의원이었고, 늘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던 의원이었는데 참 아까운 분이 너무 일찍 가셨다"며 "유가족들에게 아버지의 뜻을 잘 받들어 훌륭한 인재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김병준 "한국정치가 그렇게 험한가" 씁쓸

한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남자에서 권력의 핵심에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권력 사유화를 비판하며 권력에서 멀어진 정 전 의원을 유일하게 비호했던 '친이계'(친이명박계)정몽준 전 의원은 "충격적이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같이 대학다니던 선후배였다. 어떻게 보면 이제 새롭게 시작할 나이이고 시점인데, 참 안타깝다"며 "무슨 일이든 열심히 했던 스타일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정 전 의원을 조문한 강용석 전 의원은 "정치가 참 비정한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정치한다는 게 참 어렵고 힘든 것"이라며 "정치 안하셨으면 굉장히 존경받는 사회 유지로 계속 잘 사셨을텐데, 정치하는 바람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 받고 힘드셨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충혈된 눈으로 정 전 의원과 한국정치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어제 소식을 듣고 내가 잘못들었나 생각했다. 저와 개인적인 인연이 아주 겹겹이 있어 상당히 가까운 사이였다. 마음이 무겁다"며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든다. 10여 년 전부터 정치인들의 죽임이 참 많다. 한국정치가 그렇게 험한가, 생각도 들고 그래서 서로들 버티기 힘든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착잡하다"고 씁쓸해했다.

강용석 전 의원과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한국정치 현실을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한국정치가 그렇게 험한가. 그래서 버티기 힘든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선화 기자

◆ "보수·진보 떠나 품이 넓었던 분"…진보진영서도 조문

민주평화당 유성엽·바른미래당 박주선·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민주당 이재정·우상호·이종걸 의원 등 정 전 의원과 정치적인 가치관은 달랐지만 개인적인 친분을 갖고, 또 함께했던 정치생활을 기억하며 빈소를 찾는 이들도 있었다. 청와대에선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조문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박 의원은 "2012년 당시 국회에서 정 전 의원과 똑같이 체포동의안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저는 가결돼서 구속됐다가 무죄받고, 정 전 의원은 부결됐지만 나중에 법정구속됐다. 이후 무죄를 선고 받고 나를 찾아와 '어떻게 그렇게 힘든 일(4차례 구속)을 당했느냐'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던 일이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심경을 전했다. 유 의원도 "같이 공직에 있었지 않느냐. 하늘 나라에서 잘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가를 적셨다.

윤 전 수석은 "항상 합리적 대안을 준비하고 계신 분이었다. 너무 안타깝고 애통하다"며 "이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고, 이런 비전을 가진 분을 잃게 돼서 우리 나라로 봤을 때 손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합리적인 인식과 판단을 가진 분이었고, 참 품이 넓으신 분이었다고 기억된다"며 "고인의 안식과 평화를 빈다"고 안타까워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 전 의원을 정말 용기있는 정치인이었다. 정 선배께서 못 이룬 꿈, 그렸던 대한민국을 우리 남은 후배들이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추모했다. /이선화 기자

◆ 오신환·나경원 등 대표들 조문…심상정 "늘 긴장을 일으키던 분"

각 정당 원내대표와 대표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정 전 의원의 후배 정치인이었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 정두언 선배님은 정말 용기있는 정치인, 혜안 있는 정치인이셨다"며 "17대 국회의원으로 처음 같이 정치를 시작하기도 했지만 정 선배님은 저보다 대선배였다. 특별한 인연은 동작구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다시 등원할 때 제 선거를 전적으로 맡아서 도와주셨다"고 회상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 선배께서 못 이룬 꿈, 정치에 있어서 정 선배님이 그렸던 대한민국을 우리 남은 후배들이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심경을 밝혔다. 그는 "평소 잘 알고 지냈던 정 전 의원님 생각이 참 많이 난다. 늘 정의로운 생각과 꿈을 꿔 왔다"며 "본인이 후배들에게 정감 있게 다가왔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분이라 충격을 받았다. 저 세상에서 잘 영면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후배들에게 정감 있게 다가온 분이었다며 저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좋겠다고 슬픈 마음을 드러냈다. /이선화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 전 의원을 "너무 상식적이고 솔직하신 분이라 늘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개혁적 보수 정치인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부디 고통 없는 평화의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한다"며 "저는 정 전 의원이 보수정치에서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돌아가셔서 안타깝다. 고이 가시기를 빈다"고 심경을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참 아까운 사람이 갔다"며 "보수정치의 혁신을 위해 앞장섰던 분의 정치적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재오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께서 오고 싶어했지만 보석 조건이 까다로워 오지 못했다"며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용태 한국당 의원의 안내를 받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도 17일 빈소를 방문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참 안타깝다는 말을 전하고 좋은 것만 기억할 것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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