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측근에서 원수로…MB, 안타까움 드러내
[더팩트|신촌=문혜현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사'에서 권력 사유화를 비판한 '저격수'로 활동한 정두언 전 의원의 갑작스런 죽음에 이재오 전 의원이 이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2001년 당시 이명박 의원의 요청으로 서울시장 선거캠프에 합류했던 정 전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 당선에 일조하며, 한때 '왕의 남자'로 불리며 화려한 정치 인생을 살기도 했다. 17, 18,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3선 의원으로 이름을 알렸고, 당시 새누리당 내 소장파 의원들과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출마를 반대하면서 'MB 저격수'의 길을 걸었다.
이재오 전 의원은 이런 맥락에서 정 전 의원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집권의 일등 공신으로 권력의 핵심에 올랐고, 정 전 의원과 달리 친이계(친이명박계)의 좌장으로 꾸준히 활동했다.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 떠나간 뒤 이 전 의원은 고인에게 "좋은 것만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석 제한으로 직접 조문하지 못한 이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마음도 대신 전했다.
17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은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께서 오늘 조문 오시려고 아침에 생각하셨는데 보석 조건이 까다로워 병원에 가는 것 이외에 다른 곳에선 출입과 통신이 제한돼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의 가문 변호사를 통해 이 전 의원이 가져온 메시지는 "참으로 안타깝다"는 말이었다. 이 전 대통령도 빛나는 시절을 함께했던 정 전 의원의 비보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이 전 의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평소에도 정 전 의원을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해왔다.
충격적인 소식에 이날도 빈소를 직접 찾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허락되지 않았고, 이 전 의원을 통해 마음만 전달했다.
이 전 의원 또한 어두운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는 "고인이 되었기 때문에 명복을 빌어주는 것이 예의"라며 "저를 비롯해서 정 전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은 정 전 의원의 좋은 것만 기억하기로 했다. 우리와 가까웠던 점, 또 우리와 함께 일했던 점, 서로 힘을 모아서 대선을 치뤘던 그런 점만 기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평소에도 정 전 의원과 소통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며칠 전에 전화했다. 일간 한 번 만나자고 전화한지가 일주일 정도 됐거나 그럴 거다. 우리끼리는 종종 전화한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고인이 될 줄은 참..."이라고 말하던 이 전 의원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복잡한 관계였지만 이 전 대통령과 정치적 뜻을 함께 했던 사이였기에 이 전 의원의 발걸음과 지난 이야기들이 더욱 조명되고 있다. "평소에 고인이 못다한 말이나 못다한 생각이 있어도 고인이 되어버리면 없어지는 것이다." 한때 동반자였다가 원수로 변한 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 전 의원의 말이 더욱 무겁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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