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현 헌정회장·문희상 국회의장, 20대 국회 따끔한 질책과 대안 제시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제71주년 제헌절을 기념하는 경축식이 17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50분가량 진행된 행사에선 단순히 제헌절을 기리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암울한 국회 상황에 대한 따끔한 질책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제시됐다.
행사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유경현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여야 5당 대표와 원내대표,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각 국 외교사절 등 수백 명의 내외 귀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유경현 "'한국정치 대화해'로 난국 극복해야"
유경현 회장은 기념사에서 "나라 곳곳이 집단이기주의의 싸움터가 돼 정치권이 대화해에 목말라 있다"며 "역대 대통령들의 업적과 생애를 총망라한 종합기념관 또는 박물관을 짓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국정치 대화해'의 상징적 명소로 이같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유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불화의 세월을 겪고도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주도해 회자되고 있다"며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 영결식에 카터, 클링턴, 작은 부시, 오바마 등 4명의 대통령이 참석해 추도하는 게 우리에게는 왜 어려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국회가 분노의 화염을 줄여가면서 인내와 포용의 큰 성을 쌓았으면 좋겠다"며 "4당 체제, 야대여소 시대였던 13대 국회에선 의안 처리율이 92%였는데, (20대 국회는) 의안 처리율이 30% 아래로 맴돌고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대반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진심이라 믿고 통합과 공존의 정치가 약속대로 더 많이 이행되기를 간절히 빈다"며 "내우외환으로 전례 없는 국난(國難)에 직면한 상황에서 여야가 따로 없고, 온 국민이 뭉쳐 총력적으로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의 뒤를 이어 경축사를 한 문희상 국회의장도 정쟁에 빠져 일하지 않는 국회를 비판했다. 나아가 20대 국회가 남은 임기 동안 '포용의 정치'로 '개헌'을 통한 정치개혁을 이룰 것을 주문했다.
문 의장은 "제헌 71주년인 올해는 3·1독립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으로 역사적인 대전환점에 서 있다"면서도 "한해의 반이 지나간 지금, 새로운 100년의 희망만을 가리키기에는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회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대립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며 "불균형과 양극화 심화는 민생 저변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요동치지만 국론을 모으기에 힘이 부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문희상 "국민소환제 도입, 권력구조 개혁 위해 개헌 논의해야"
또한 문 의장은 "대한민국의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국민통합과 의회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무장해야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정쟁과 이분법의 늪에 빠져 공존이 아닌 공멸의 정치로 달려가는 것 같다. 국회는 멈춰서기를 반복하고, 개헌과 개혁입법은 진척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가운데 여야 모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국민소환제 도입은 개헌 사안으로 정치권이 진정성을 담으려면 개헌 논의가 필수적으로 선행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촛불민심에도 답하기 위해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특단의 결심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문 의장은 '남을 감싸주고 받아들인다'는 '포용'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하며 "지금 국회에는 '포용의 정치'가 절실하다. 여야는 국정의 파트너이자 경쟁자로 신뢰받는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은 양보하고, 야당은 신뢰받는 대안정당이 되기 위해 협조하면서 경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행사 말미에는 1948년 헌법 제정 당시 상황을 재현한 연극이 펼쳐졌다. 특히 연극 중간에 배우 김남길 씨가 등장해 제헌헌법을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연극 후반 배우들의 선창으로 시작해 어린이합창단이 함께 부른 '지금 이 순간' 곡도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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