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헌법상 행정 각부 통할 권한 부여…정상급 외교 위상 있어"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총리의 순방외교를 투-톱 외교라는 적극적인 관점으로 봐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상급 외빈이 방한할 경우에도 국무총리의 외교적 역할을 더 넓힘으로써 상대 국가와 실질 협력 확대를 촉진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3일부터 21일까지 우리 정부를 대표해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타르 4개국을 공식 방문한다. 이 총리의 방문국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대부분 제가 미처 방문하지 못했거나 당분간 방문하기 어려운 나라들로서 실질 협력의 필요가 매우 큰 나라들"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외교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통령 혼자서는 다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며 "그래서 대통령과 총리가 적절히 역할을 분담해 정상급 외교무대에서 함께 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는 정상외교를 투-톱 체제로 분담하고 있다"면서 각각의 정부 형태마다 '투톱 외교' 체제임을 예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의원내각제 국가는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정부를 총괄하는 총리, 입헌군주제 국가는 국왕과 총리가 각각 정상외교에 나선다고 했다. 또, 사회주의 국가들도 국가주석과 총리가 정상외교를 나눠서 하는 게 보통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지만 독특하게 국무총리를 두고 있고, 헌법상 국무총리에게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의 국무총리도 정상급 외교를 할 수 있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저는 총리가 헌법상의 위상대로 책임총리의 역할을 하도록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제가 총리 해외 순방에 대통령 전용기를 제공하는 것도 단순한 편의 제공의 차원을 넘어 총리 외교의 격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총리의 순방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배경에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제 수출 제한 조치에 따른 엄중한 상황에서 이 총리가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된다는 정치권의 비판과 일각의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이 총리가 순방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바른미래당은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총리의 정상급 외교는 우리 외교의 외연 확대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방문하는 4개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순방 의미에 대해서 "방글라데시는 1억6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서남아시아의 주요국"이라며 "올해까지 제가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할 예정인데, 총리가 아세안 국가가 아닌 방글라데시를 방문함으로써 아시아 전역으로 신남방 외교의 외연을 확대하고, 경제 분야의 실질 협력 기반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신북방정책의 핵심인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지난 4월 저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이어 이번 총리 방문으로 중앙아시아 5개국 순방이 완성되는 것이고, 카타르 역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중동국가로서 경제 협력의 확대뿐만 아니라 지난해 저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에 이어 중동지역에서 균형외교를 실현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따라서 국민들께서도 총리의 순방외교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외교부뿐 아니라 정부 각 부처에서도 총리의 순방외교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뒷받침해 주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