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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정당 내에서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 건전한 비판을 하는 소장파(쇄신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당은 정치적 이념이 같은 이들이 모여 정권을 잡아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이다. 애초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렇다고 구성원의 모든 생각이 같지는 않다. 19대 국회 때까지만 해도 주요 정당 내부에는 소장파, 이른바 '아웃사이더'(아싸)가 있었다. 하지만 20대 국회 들어 아싸는 실종됐고, 거대 양당의 팽팽한 대립 속 '적대적 공생관계'가 심화되고 있다. 아싸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더팩트>가 정치권 아싸 실종 사태를 <상> <중> <하>로 집중 조명했다. 얼마 남지 않은 '아싸 정치인'을 만나 소신 정치와 우리 정치가 나아갈 길을 물었다. <편집자 주>
"입바른 소리하면 공천학살 당해…정치는 국민 전체 위한 것"
[더팩트ㅣ여의도=허주열· 문혜현 기자] 자유한국당의 3선 의원인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스스로 정치권의 '아싸'라고 생각한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18대 국회는 한국당(당시 한나라당) 내 친이계(친이명박계)가 주류였던 시기였고, 19대에선 친박계(친박근혜계)로 주류가 바뀌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진박 감별' 논란으로 공천 파동이 일었던 20대 공천에서도 비주류로 공천을 따냈다.
당 지도부와 마찰이 있을 수 있는 소신을 꾸준히 표출하는 것은 현실 정치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한국당에선 세 차례 연속 어느 계파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당 내 반대파를 배제하는 공천학살이 이뤄졌다. 18대 때는 친이계의 친박계 배제, 19대 때는 친박계의 친이계 배제, 20대에선 친박의 분화(진박·중박·망박·비박)와 비박계 공천 배제 시도 등으로 당 내 갈등이 불거졌다.
<더팩트>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연구원 사무실에서 김 원장을 만나 아싸 정치인의 삶, 그리고 국내 정치의 현주소와 미래를 물었다.
◆"지금의 민주당, 새누리당 후기와 다르지 않아"
"주류에서 폭넓게 의견수렴을 하지 않고, 다소 독선적으로 안을 밀어붙이려 할 때 비판적 생각을 할 때가 많아 이에 휩쓸리지 않으려 나름 노력했다. 여당일 때 국회에 들어와 야당이 되고 보니 지금 정부여당도 그때와 다르지 않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항상 주류에 대해선 거부감이 있었다."
김 원장은 본인이 정치권의 아싸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한국당의 경우 19대 국회로 넘어오면서(새누리당 시절) 당에서 지도부나 청와대 의사와 배치되는 발언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강해졌고,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 후기와 다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좀 더 경색된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정당이 경색된 이유가 무엇일까. 김 원장은 "공천 학살이 세 차례 연속 이뤄졌고, 19대에서 소위 입바른 소리를 과감 없이 했던 분들이 거의 예외 없이 20대 때 불이익을 받아 공천에서 탈락했던 것이 지금의 활력 저하 현상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시기 민주당도 친문(친문재인)과 비문(비문재인)으로 갈라져 유사한 일이 일어났다.
소신을 끝까지 지키며 정치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 내 권력을 가진 지도부와 음양으로 충돌할 수 있고, 그때 마다 '다음'에 대한 기약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김 원장의 비법이 궁금했다.
"지도부와 충돌을 위한 충돌, 개혁을 위한 개혁, 이런 생각을 갖고 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방향과 조치라 생각했던 부분을 지도부와 충돌하지 않고 관철시키는 방안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다만 다른 방법이 전혀 없으면 충돌도 있었다. 정치가 국민 전체를 위한 것보다 몇몇 사람 이해관계 따라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정치권의 모든 분들이 공유해야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는 정치가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김 원장도 '공천 배제'라는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그는 "신경이 전혀 안 쓰일 수는 없다"며 "주변적이고, 지엽적 문제에선 얼마든지 유연한 자세를 갖고, 같은 정당 안에서 의견을 맞춰가는 노력을 할 필요는 있지만 공천을 한번 더 받기 위해 본질적 사안에 대해서 소신을 굽히는 것은 공직에 나오려는, 공직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은 그런 자세는 가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의와 다른 현실…"국회선진화법이 대표적"
개혁은 늘 옳은가. 선의만 있으면 결과도 선의로 나타나는가. 현실 정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회선진화법이 대표적 예다. 김 원장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 통과를 주도한 새누리당 쇄신파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이 법은 현재 한국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민주당의 고발로 무려 59명의 소속 의원들이 사법당국의 수사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선진화법이 이렇게 쓰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대단히 안타깝다"며 "선진화법은 국회 내 숙의(熟議)와 절충을 유도하는 데 가장 큰 주안점이 맞춰진 법이고, 따라서 선진화법 논의 시에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던 선거법을 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삼아 마음이 아프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선의가 선의로 돌아오지 않고, 당 지지율은 정체된 상황에서 한국당은 어디로 가야할까. 김 원장은 '외연 확장'에 절실하다고 봤다. 그는 "지금 이대로 가면 한국당의 수명이 다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며 "빠른 시간 안에 지지층의 외연 확대가 너무나 중요한 시점이고, 다행히 이기주의와는 다른 개인주의가 체화된 2030세대가 보수정당의 기반 이념이라 할 수 있는 자유주의, 보수주의 성향과 잘 맞아 떨어지는 지점이 있어 충분히 저희의 가치나 정책들을 이들에게 잘 알리면 소구력을 가질 수 있다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민주당을 지지하다 돌아선 2030세대가 한국당으로 흡수되지 않는 것에 대한 진단도 내놨다. "기존 관행에서 나오는 여러 행태들에 거부감을 일으키는 요소가 많다"며 "민주당도 마음에 안 들지만 한국당은 더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인데, 저희가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
그러면서 그는 "2030밀레니얼 세대에게 저희가 진심을 다해서 함께 가려는 노력을 하면 받아줄 것이라 보고 노력하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행사, 쇼, 이런 개념으로 접근하면 답이 없다. 당 전체가 바뀌는 것은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 필요이 필요해 선도적으로 여의도연구원에서 게임, 반려동물, 소유에서 사용으로 주거 패러다임의 변환 등과 관련한 정책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국당 존망, 2030세대로 외연 확장에 달려"
개혁에는 반동이 있기 마련이다. 김 원장은 지난 3월 취임했는데 최근 당 지도부가 여의도연구원장을 교체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그는 "직접적 사퇴 종용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그런 분위기를 전달 받았다"며 "제가 지금 하는 일을 해야 한국당이 산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노선 개척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끝으로 그는 외연 확대의 절실함을 재차 강조했다. 김 원장은 "한국당이 지금 상태에서 특정 지역, 특정 세대의 온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건 너무나 감사하지만 여기에 안주해선 미래가 없다"며 "호감도 대비 비호감도가 2배가 되면 어떤 선거에서도 이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 저희는 2.5배가 넘었다. 더 확장된 지지기반이 절실하고, 밀레니얼 세대와 잘 어우러질 수 있다고 본다. 선도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교감하고 이들의 생각을 정치권에서 제대로 대변하는 역할 해 한국당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유도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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