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재계 회동] 日 수출규제에 기업과 손잡은 文대통령 … "장기전 대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문 대통령이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대처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청와대 제공

文대통령, 사태 장기화 가능성 언급 "모든 가능성 대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한 해법 마련을 위해 경재계 주요 인사와 머리를 맞댔다. 문 대통령은 장기전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경제계 주요 인사 34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민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외교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장기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외교적 해결을 원칙으로 하되,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 이번 사태와 같은 위험 요인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이다.

일본은 전날(9일) 수출 규제 철회와 이 문제를 두고 성의 있는 협의를 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한국 수출 규제 강화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서다. 일본 내에서 추가 경제 보복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강경한 태도에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도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이라며 사안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차분한 외교적 노력만으로는 일본과 무역 갈등을 단기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대화와 화답을 촉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현재까지 응답이 없는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 대표들과 4개 경제단체를 초청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해서, 단기적 대책과 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나가자"고 했다. 비상체제를 선포하면서 국가적 차원이 대응과 대비를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우리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여러 대책을 밝혔다. 먼저 수입처의 다변화와 해외 원천기술을 도입하는 데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단기적 대책을 내놨다. 여기서 단기적 대책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짧은 기간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중·장기와 같은 시간적 개념일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해결되는 방안이라면 수출 제한 조치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특정 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우리 주력 산업구조의 체질 개선을 통해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위험 요인을 해소하겠다는 중장기 대책인 것이다.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우리 산업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정치적 목적'의 무역 갈등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여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홍남기 부총리, 문재인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병원 농협 회장. /뉴시스

기업인들은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단기적·장기적 조치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의기투합했다. 단기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이번 조치가 양국 간 경제 협력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민간 차원에서도 총력을 다해 설득해 나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부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부품 국산화에 대한 정부 의지에 대해 공감의 뜻을 나타냄과 동시에 장기적 안목과 긴 호흡의 정부 지원을 당부했다.

또한, 수입선 등 조달망 다각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특정 국가의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뜻에 공감대를 이뤘다. 특히 화학 분야에서는 강점이 있는 러시아, 독일과의 협력 확대를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일반론적인 방법이지만, 학문적·역사적으로 기초기술이 튼튼한 국가와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는 아이디어인 셈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아주 장기적인 조달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처럼 경제 외적인 요인으로 기업들이 신뢰 속에서 조달 계획을 맺은 것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타개할 하나의 해법으로 꼽힌다. 여러 분야에서 일본과 관계를 맺어왔다면 다른 나라로 전환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을 보인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는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을 비롯한 총자산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 30개사 총수·최고경영자와 4개 경제단체(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 대표가 참석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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