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KBS·청와대 선후배' 민경욱·고민정, 설전

선·후배 관계인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라디오 방송, SNS를 통해 신경전을 벌였다. /이덕인 기자

"아무리 후배라도…" vs "예전엔 회사 후배였는지 모르나…"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KBS 선·후배이자 청와대 대변인 선·후배이기도 한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설전을 벌였다. 민 대변인은 "한 판 붙자"고 도발했고, 고 대변인은 "정치의 '격'을 높여주기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발단은 지난 5일 민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회의 주요 일정 불참 의혹을 언급하면서다. 인터넷 상에선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 장면들과 함께 문 대통령이 공식일정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우파 유튜버 등을 통해 퍼졌다. 민 대변인은 이와 관련 SNS를 통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청와대는 지난 일본 G20 회의 대통령이 뭘 했는지 과거에 당신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의혹 때) 요구해던 대로 1분 단위로 밝혀라"고 요구했다.

이에 고 대변인은 지난 8일 한 라디오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고 대변인은 "민 대변인은 그야말로 팩트를 생명으로 생각하는 기자 출신이지 않나. 한 번이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려고 시도를 해봤는지 묻고 싶다"며 "청와대 대변인까지 하셨는데 어떻게 기사를 쓰고 어떻게 브리핑을 해는지 궁금할 정도"라고 민 대변인을 정면 비판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9일 SNS에 글을 올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있다. /페이스북 갈무리

같은 날 민 대변인은 SNS를 통해 "질문에 답을 하자면, 기사는 잘 써서 한국방송협회 방송대상 두 번, KBS 특종상,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다 받았고, 청와대 대변인 생활 2년 동안의 브리핑은 지금 정치부장들 하고 계시는 당시 1호 기자(청와대 출입기자)분들께 여쭤보기 바란다"고 발끈했다.

이어 민 대변인은 9일 오전 일찍부터 다시 SNS를 통해 "아무리 후배라도 이렇게 쉽게 얘기하면 안 되겠다"며 '후배'란 단어를 직접 언급해가며 '결투'를 신청했다. 민 대변인은 KBS 기자 출신(1992년 입사)으로 역시 KBS 아나운서 출신(2004년 입사)인 고 대변인의 선배다. 또 민 대변인은 앞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한 바 있다.

민 대변인은 "아나운서 출신의 고 대변인, 어차피 서로 말 하는 게 직업이고 싸움은 먼저 거셨으니까 시시하게 혼자서 라디오 방송 전화 연결해서 준비한 원고 읽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더듬거리지 말고 우리 TV 생방송에서 한 판 시원하게 붙자"고 했다. "서로 준비를 해야 될 테니까 오늘 중으로 답을 주시게"라며 '선배' 말투로 답을 요청하기도 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역시 9일 SNS를 통해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비판을 맞받아쳤다. /페이스북 갈무리

'후배' 고 대변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고 대변인은 같은 날 SNS를 통해 "예전에는 회사 후배였는지 모르나 지금은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한 시간도 아까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마이크 앞에 서 보신 분이기에 ‘마이크’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이 든다. '마이크'는 '칼'과 같아서 잘 쓰면 모두를 이롭게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를 해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 "부디 '바른 다스림'으로 대한민국 정치의 '격'을 높여주시기 바란다"며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아울러 청와대는 "청와대 대변인단은 정치인이 아니"라며 민 대변인의 결투 신청을 거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를 대신해서 입장을 밝히는 위치에 있고, 이에 대해 이벤트식의 대응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에 민 대변인은 SNS를 통해 "늦게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그런 분이 자기 친정도 아닌 방송국 프로그램에 나와서 왜 그랬냐. 저는 2년 동안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방송 프로그램에 나간 적이 없다. 조심스러워서"라며 "토론은 이번이 아니라도 요청을 해오시면 응할 테니 언제라도 연락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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