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한일 무역 갈등 '재벌저격수' 김상조 역할 주목

한일 무격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와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역할론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1일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공식화한 뒤 김 정책실장이 경제 보복 대응을 진뒤지휘하는 모양새다. /이선화 기자

日, 한국 갈등 심화 태도…文의 수출 규제 철회 요구 수용 미지수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일본 아베 정부의 궤변이 이어지면서 한일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이 경우 우리 경제와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해 김상조 정책실장의 역할론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 정부는 일본의 규제 수출 조치에 신중한 접근법을 택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든 지 일주일 만인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면서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견해를 내놨다.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강제징용 문제나 참의원 선거 등 일본의 정치적 목적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사실상 우리 경제와 기업이 피해를 보기 전까지 일본이 결단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정면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우리 정부의 맞대응 시점을 제시하는 한편 그 시점 이전까지는 인내하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까지 끌어들이면서 양국 간 갈등을 심화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골적으로 우리 정부의 심기를 건드려 정치적 이익이나 수출 금지 조치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가 당장 한일 무역 갈등을 쉽게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또, 일본 정부가 추가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한일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든 지 일주일 만인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면서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 제공

한일 간 통상 문제가 지속되거나 확전된다면 우리 경제와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도체 핵심 부품과 소재 등 일본의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공식화한 뒤 김 정책실장이 주도적으로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지난 7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함께 비공개로 재계 총수들을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정부가 재계와 대응책을 모색하면서 소통 강화에 나선 만큼 청와대와 정부가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김 실장은 지난 4일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도 "위험관리라고 하는 게 낙관적인 기대 하에서만 준비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위험관리라고 하는 것은 모든 위험요소를 사전에 검토하고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김 실장은 향후에도 기업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면서 일본 수출규제로 타격을 받게 된 재계를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재벌저격수'로 불리는 김 실장이 이제는 우리 기업을 보호해야 하는 반전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재벌 지배구조 개선 등 주로 개혁과 관련한 경제 업무를 맡아왔던 김 실장이 국가 간 무역 갈등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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