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폭거'라며 비난…'빠루' 언급에 민주당 '반발'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다. 지난 3월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뒤 4개월만의 국회 연설이다. 나 원내내표는 연설에서 어려운 경제상황과 북한 목선 사건 등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국회 상황과 관련해선 패스트트랙 사태를 '폭거'라며 '빠루'를 언급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박수를 치며 나 원내대표를 응원했다.
◆김원봉 서훈 문제…나경원 "스스로 대통령임을 망각하는 발언"
나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사회의 각종 불안을 이야기하면서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을 쪼개고 가른다"고 공세를 펼쳤다. 그는 "6·25 전사자 앞에서 김원봉을 추켜세웠다"며 "스스로 대한민국 대통령임을 망각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독재자의 후예, 빨갱이 발언 등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민 분열을 조장한다"며 "생각을 달리하는 국민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며 "공영방송의 태양광 비판 재방송을 대놓고 청와대가 압력을 가해 막는다. 이 정권이 말하는 언론의 자유, 그것은 '정권을 찬양하는 언론의 자유'일 뿐"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패스트트랙 사태를 언급하며 여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은 지난 국회 파행 정국 동안 여야 협상에서 번번이 부딪친 문제였다. 나 원내대표는 "정치실종과 정치과잉의 위기"라며 "안타깝게도 지난 4월 우리는 의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아야만 했다. 바로 패스트트랙 폭거"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역사의 비극이었다"며 "야당을 무력화시키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욱 강화시키는 선거제,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공수처 역시 마찬가지다. 곳곳에 야당을 탄압하고 삼권분립을 무력화하는 권력의 칼을 숨겨뒀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에 숨겨진 악은 다수의 횡포다. 지난 패스트트랙이 바로 그 악의 탄생이었다"며 "자유한국당은 저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이상 의회 민주주의가 파괴되지 않도록 의미있는 약속을 받아내야만 했다. 그것이 지난달 28일 3당 교섭단체 합의"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 향해 "신독재를 경계하라"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거침없는 비판을 내놨다. 그는 "문 정권 역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이 아닌 이 정권의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이것이 '신독재' 현상과도 부합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권을 비판하면 독재, 기득권, 적폐로 몰아간다. 경제·외교·민생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능을 이 정권은 적폐몰이로 덮으려고 한다"며 "좌편향 언론과 극렬 세력의 돌팔매질이 시작된다. 그렇게 문 정권은 증오의 정치만을 반복해왔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절대권력 완성에 방해가 되는 세력과 기관은 철저하게 탄압하고 장악하고 있다"며 "마지막 퍼즐은 지난 패스트트랙 폭거로 현실화됐다. 야당의 당연한 저항에 저들은 빠루와 해머를 들고 진압했다"고 했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지금 뭐하는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거세졌고, 나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듯 한국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나 원내대표는 "독재는 스스로 독재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야당의 경고에 귀기울이시라. 이 정권의 권력 독점을 향한 욕망을 반드시 꺾겠다"고 덧붙였다.
◆ 한국당식 노동개혁 제안, '기업가 정신 르네상스' 강조
현 경제 상황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나 원내대표는 '노동개혁'을 꼽았다. 그는 "근로자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있어야 할 노조가 집단 이기주의에 함몰돼 대부분의 근로자, 또는 예비 근로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거대노조 역시 대기업 못지않은 막강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거대 이익집단, 권력집단"이라며 '노조의 사회적 책임법' 및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또한 '계약자유의 시대'를 주장하며 '일할권리보장법'·'쪼개기알바방지법'을 제안했다. 그는 "집권세력은 여전히 시대착오적 기업관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윤을 착취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친기업-반기업이라는 낡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 르네상스'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애국자로 보는 시각 전환도 필요하다"며 "우량 기업의 경영 안정과 지속성을 위해 가업 승계에 따른 세부담,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과도한 개입을 줄이고 민간을 신뢰해야 한다. 모든 것을 정부가 정해주고 통제할 수 있다는 ‘치명적 자만’은 경제의 치명적 몰락으로 이어진다"며 '작은 정부'를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외에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자사고 폐지 논의, 붉은 수돗물 사태를 비판했다. 북한 목선 삼척항 사건을 두고선 "조작·은폐 본능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드러났다"며 "청와대, 국정원, 국방부, 통일부 등 관련 기관 전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끝으로 "자유한국당이 앞으로 답을 제시하겠다"면서 연설을 마쳤다. 한국당 의원들은 "잘했다"며 크게 박수를 쳤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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