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여야 합의 뒤집은 한국당의 특별한(?) 이유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국회가 파행 84일 만에 드디어 정상화된 모습입니다. 보이콧 중이던 자유한국당이 28일 국회 상임위 일정에 전면 복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과정이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이미 지난 24일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있었지만, 한국당이 이를 뒤집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한국당은 '선별적' 상임위 참여 전략을 펴면서 정치를 '뷔페식'으로 하느냐는 비난도 받았는데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런저런 장면들이 한 주간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잠시 뒤에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청와대도 유난히 이벤트가 많았습니다. 우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것인데요, 춘추관 출입기자들과 상견례 시간에 김 실장의 한 모습이 <더팩트> 취재진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고 합니다. 또,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설이 돌아 춘추관이 많이 시끄러웠다고 하는데요, 국회 이야기부터 먼저 듣고 청와대 이야기도 바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야 합의 뒤집은 한국당의 특별한(?) 이유
-일단은 국회가 정상화돼서 다행입니다. 지난 24일 여야 원내대표 간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해서 금방 될 줄 알았는데, 일주일이 더 걸렸습니다. 합의를 한국당이 뒤집었죠? 거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국회가 한창 파행 중이던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가 갑작스럽게 합의를 했다고 알려서 국회가 상당히 분주해졌었는데요, 곧바로 이어진 일에 더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보통 원내대표 간 합의가 있더라도 이후 당 의원들의 허락을 받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합의문을 가지고 한국당 의원총회에 들어갔는데요, 반발이 상당했고 결국 추인을 얻지 못한 겁니다.
-보통은 원내대표가 당 의원들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뒤에 협상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 일이 흔하진 않은데요, 한국당 의원들은 합의문이 많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합의에 가장 핵심이 '선거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각 당 안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부분이었는데요, 한국당 의원들은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부분이 너무 모호하다"고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한국당 의원, 당 관계자들 여러 명과 통화를 해서 당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고, 반대한 이유가 뭐냐고 한번 물어봤는데요, 합의 내용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실은 더 중요한 문제가 따로 있었다는 말도 듣게 됐습니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국회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졌던 것 기억하시죠? 이로 인해 여야가 서로 고소·고발전까지 벌였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현재 한국당 의원들 60명 가까이가 국회법 위반, 폭행,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한 상황인데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혐의가 인정되면 다음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거든요, 그때는 '어떻게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몸싸움도 벌이고, 필사적으로 막고 그랬는데, 이게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의원들도 이를 상당히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이 해결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의원총회에서도 드러내놓고 이를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요구가 있었고, 고소·고발 당한 의원들의 경우엔 다들 크게 공감했다고 합니다. 한편으론 '고소·고발까지 당해가면서 싸웠는데, 그 정도 합의는 부족하다'는 입장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이번 일은 친고죄(고소·고발이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검찰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인데요, 일단은 한국당이 조건 없는 등원을 하긴 했으나 이 부분에 대해선 계속 얘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당장 경찰은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등 한국당 의원 4명에게 소환 통보를 했는데요, 한국당은 "표적 소환"이라며 소환에 불응할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국회서 졸고, 멍 때리는 정부 인사들…왜?
-지난 26일 오랜만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여야 정쟁에 회의에 참석한 정부 측 고위인사들이 소외됐다고요?
-네, 이날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진영 장관, 윤종인 차관,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김계조 행안부 재난관리본부장, 황서종 인사혁신처 처장 등이 현안보고 및 질의응답을 위해 참석했습니다. 시작부터 이들이 헛걸음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25분가량 늦게 회의가 개의하며 ,다른 일정이 있던 진 장관은 5분 만에 인사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습니다. 이후 뒤늦게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해 민주당 의원들과 국회 정상화, 소위를 통과한 법안 등을 놓고 거센 공방전을 펼쳤습니다.
-오전 내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한 여야 다툼이 이어졌는데요, 의원들이 불러서 온 정부 측 고위인사들은 소외된 채 앉아서 멍하니 있거나, 졸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방치된 이들은 자리를 떠나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여야가 다투는 모습을 한참 지켜만 봤는데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러려니' 하면서 시간만 보낸 것 같았습니다.
-업무가 바쁜 장·차관급 인사들이 국회에 불려와 방치된 모습을 보면서 '이럴 거면 왜 불렀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요, 의원들이 불러놓고 말을 걸지도 않고,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는 게 현재의 국회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해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은 여야 합의를 뒤집은 후부터 선별적으로 상임위에 참여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말하자면 자신들이 들어갈 필요성이 있는 상임위에 들어가겠다, 이런 전략이었습니다. 이날 행안위도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등 현안에 대해 한국당 없이 다른 당끼리 처리가 진행되니 회의에 들어가 이를 막으려는 한국당의 의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이와 관련 한국당 의원들이 계속해서 억지를 쓰는 듯 행동하자 일부 공무원들은 허탈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靑 입성한 김상조 정책실장은 '투 머치 토커'?
-'재벌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라…. 무슨 일이 있었나 보죠?
-말하기에 앞서 웃음이 먼저 나오는데요.(웃음) 투 머치 토커, 필요 이상의 말을 많이 하는 이를 지칭하는 말이죠. 그렇다면 투 머치 토커, 하면 누가 먼저 떠오르세요? 아마도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십중팔구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씨가 떠오를 겁니다. 그런데 김상조 실장도 '같은 과'(?)라는 생각이 들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김 실장을 임명했는데요, 당시 인사 발표 이후 김 실장이 춘추관을 찾아 간단하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실제로 김 실장을 본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의 경력이나 경제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인간' 김상조는 전혀 몰랐거든요. 김 실장이 인사말을 하는데, 말이 빨라 받아적기가 어려웠어요. 아마도 속기사를 제외하고 다른 기자들도 받아쓰는 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웃음)
-각설하고, 지난 25일 김 실장은 춘추관을 다시 찾아 출입기자들과 상견례를 가졌는데요. 일일이 기자들과 악수하면서 스킨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해서였을까요. 인상이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도 들었고요. 수십 명의 기자와 악수한 뒤 그는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했는데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런' 내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요즘은 한 줄 요약이 대세라면서요? '국민과 문재인 정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직분을 다하겠다' 이 정도로만 설명해 드려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김 실장이 그렇게 말이 많은가요.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요.
-김 실장은 인사말을 끝낸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했습니다. 향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관한 질문이 나왔는데요. 김 실장의 답변 가운데 핵심 부분이라면 공정거래위원장이었기 때문에 '공정경제'를 먼저하고 '혁신성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유연성을 강조했던 점입니다. 그런데 이게 요약했기에 한눈에 들어오는데요, 사실 김 실장은 답변을 엄~청 길게 했습니다. 물론, 쓸데없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김 실장의 발언이 공식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아 정확한 글자 수는 파악이 잘 안 됩니다. 그런데 받아 쓴 답변의 글자의 수가 1800자가 넘더라고요. 한 질문에 이 정도로 긴 답변은 처음이었습니다.
-김 실장도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뒤 "너무 기네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한가지 에피소드를 말해줬는데, 한번은 본인의 말을 한 기자가 (노트북으로) 받아쳤는데, 글자 수가 1만6000자가 넘어서 마비가 왔던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1만6000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던 셈입니다. 국가를 위해 정신없이 바쁠 김 실장이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소모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 실장이 필요 이상의 말을 많이 하는 투 머치 토커라는 것은 사실 맞지 않죠. 단지 이해를 돕고 자신의 생각과 속내를 충분히 털어놓기에 말이 길어질 뿐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 실장은 '소통'을 강조했는데요, 꼭 소통 강화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기대 반, 걱정 반, 기분 탓이겠죠?(웃음)
-청와대의 또 다른 이슈도 있었죠? 바로 조국 민정수석의 입각설인데요. 청와대 반응은 어땠나요?
-청와대가 조 수석을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검토한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죠.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할 가능성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말들이 많았고요. 청와대는 조 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에 대해 "확인 드릴 내용이 없다"고 했습니다. 또 조 수석에 대한 인사 검증에 착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결국은 부인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은 셈이지요.
-청와대의 반응이 미심쩍어 보이는 것은 그간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해왔던 것과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이달 중순 북유럽 순방에 나섰던 문 대통령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 오른 대표팀 응원차 폴란드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바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사실무근"이라는 표현도 가끔 사용하는데, 조 수석의 입각설에 대해서는 완전한 부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개각 시기도 알 수 없습니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조만간일 수도, 몇 달 뒤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청와대의 반응과 현 정부 들어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는 점에 비춰 조 수석이 입각할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이 들립니다. 조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된다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는데요, 저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네요.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이덕인 기자, 김세정 기자, 이동률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