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국회등원' 정공법 택해야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국내 프로야구 인기가 시들해졌다. 관객 수는 급감했고, 수준 낮은 경기라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관람석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재미없는 야구, 질 낮은 야구를 좋아할 팬은 없다.
2019 FIFA U-20 남자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의 성적을 내리라고 생각 못한 국민은 밤잠을 쫓으며 거리로 나와 응원했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가 가진 매력이자 마력이다.
결승전을 복기해 보면 준우승에 그친 게 좀 아쉽긴 하다. 우리 대표팀은 전반 초반 이강인 선수의 페널티킥으로 선취점을 따냈다. 이대로 지키기만 하면 대한민국 사상 피파가 주관한 남자 축구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쉼 없이 뛰었고, 결과는 1-3의 역전패였다. 역시 점수를 지키려는 변통보다는 공격으로 골을 많이 넣어야 한다는 정공법이 통했다는 것이다.
야구도 마찬가지이다. 공을 던지는 투수와 이를 쳐내는 타자가 숨 막히는 두뇌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때 투수는 타자가 공을 때리지 못하도록 배터리인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으며 헛스윙을 유도한다. 수많은 변화구를 던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크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너클볼, 포심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 커브, 커터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눈앞에서 뚝 떨어지는 공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맞춰 잡는 에이스 투수가 있다면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9회 말 투아웃, 2사 만루, 4번 타자에 볼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3볼, 1점 차 승부.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남겨놓은 투수와 역전 찬스를 잡은 타자. 투수는 변화구를 던질지 직구를 던질지 고민하고, 타자는 직구 타이밍을 잡을지 변화구 타이밍을 잡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관객도 이 숨 막히는 승부를 침묵으로 지켜본다. 당신이 투수라면 어떤 공을 타자에게 던질까. 타자라면 또 어떨까.
1992~1999년까지 연재됐던 야구 만화 'H2'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히로(투수)와 히데오가 결승전에서 상대 팀으로 만난다. 2스트라이크 1볼에서 히로는 히데오에게 어떤 볼을 던질까 고민한다. 그러다 선택한 투구는 다름 아닌 '직구' 정면승부였다. 히데오 역시 첫 타석부터 직구만을 생각했고, 마지막 정면승부를 받아들인다. 결과는 히로의 승리였다. 승자와 패자가 정해졌지만, 두 친구는 결과에 승복하며 만족한다.
흔히 스포츠를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그렇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의지를 불태우겠다는 다짐이다. 이때는 변통보다는 정공법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더 크다.
공회전만 거듭하는 여의도 국회도 마찬가지이다. 24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합의를 발표한 지 두 시간 만에 나 원내대표가 당 의총에서 추인을 받지 못했다며 국회 정상화에서 회군했다.
"조금 더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사표시가 있었다." 나 원내대표가 밝힌 이유다. 공회전을 거듭하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한국당의 이런 모습이 계속되면 야구장을 떠난 팬들처럼 그나마 지지하던 국민도 떠날 수 있다.
한국당이 출구전략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완벽한 골 찬스를 노리다 슛 타이밍을 놓쳐버릴 수 있다. 9회 말 투아웃 3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선 한국당, 볼넷도 변화구도 아닌 조건 없는 국회 등원이라는 직구를 던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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