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당론과 소신' 사이 장제원, 카메라 꺼진 후 드러난 '본심'

여야 4당의 소집 요구로 6월 임시국회의 문이 열린 가운데 국회 정상화 미합의로 인한 자유한국당의 등원 거부로 선거제도 개혁안 논의를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20일 반쪽 운영됐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날 회의에 유일한 한국당 쪽 참석자로 와 심상정 정개특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요구로 6월 임시국회가 소집됐습니다. 거대 양당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팽팽한 힘겨루기에 국회 파행 상태가 지속되자, 여야 4당이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당이 등원하지 않으면 추경안과 민생법안들 처리가 어려워 내실 있는 국회가 될지 미지수입니다. 당장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고, 상임위원회는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반쪽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내년 총선 선거 룰을 정하기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도 열렸지만, 가시적 결과물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목선이 삼척항으로 들어온 '해상 노크 귀순'도 정치권의 화두로 급부상했습니다. 또, 바른미래당에선 '젊은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의 파격적 원내대표실 변신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놀먹 국회', '반쪽 국회'로 개의…'해상 노크 귀순' 파문 일파만파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놀먹 국회'(놀고 먹는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6월 임시국회가 마침내 문을 열었습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주도로 이번 주 국회가 소집됐는데요, 한국당이 여전히 국회 등원을 거부해 '반쪽 국회'가 운영됐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도 오랜 만에 열렸는데요, 한국당에선 1명의 의원만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52일 만의 정개특위…장제원의 이색행보 눈길

-6월 임시국회가 문을 연 지난 20일 정개특위가 52일 만에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회 운영방안과 연장 건을 논의했습니다. 한국당에선 간사인 장제원 의원만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참 어렵게 이 자리에 앉아 있는데…" 장 의원이 이날 회의 도중 자신과 한국당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자 꺼낸 말입니다. 장 의원은 예고된 회의 시작 시간에 맞춰 회의장에 나타났습니다. 발언권을 얻은 장 의원은 "회의하며 늘 제 얼굴만 봐 죄송하다"고 입을 연 뒤 "아무런 의미 없는 회의를 왜 하냐"고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간 국회 정상화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개특위가 재가동 되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앞서 장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의 중심인 국회를 올 스톱 시켜놓고, 당 지도부가 이미지 정치만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 방침과는 다르지만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는 회의 내내 "국회 정상화가 안 된 상황에서 정개특위 회의를 여는 것은 한국당을 더 자극할 뿐"이라며 간사 협의로 회의를 대체할 것으로 요구했습니다. 장 의원은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회의장을 떠나지는 않았습니다.

장제원 의원 한국당 의원으로는 혼자서 정개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회가 정상화되면 제가 나서서 2소위원회를 매일 열고 열심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악수하는 장 의원. /남윤호 기자

-회의 내내 장 의원과 다른 정당 소속 특위 위원 간 주장은 엇갈렸다죠?

-그렇습니다. 장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은 국회를 보이콧 중인 한국당 비판으로 발언을 시작해 오는 30일 활동기한이 종료되는 정개특위를 연장하거나, 기한 내 선거제 개혁안 등을 의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 장 의원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 제도보다 못한 누더기 연동형제"라며 "국회 정상화 후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 이념이 다르고, 정당 간 정쟁이 벌어져도 국회 내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회의 도중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은 국민들이 '놀먹 국회'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말도 했는데요, 국회 정상화의 키를 쥔 거대 양당 지도부가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새겨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정개특위 회의가 산회한 후에도 장 의원은 당의 방침과 소신을 모두 지키고자 하는 언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카메라가 꺼진 뒤 장 의원은 '본심'을 드러냈는데요. 민주당·바른미래당 의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한국당을 빼고 선거제 개혁안을) 가결하겠다는 말은 하지 말아 달라"며 "국회가 정상화되면 제가 나서서 2소위원회를 매일 열고 열심히 논의하겠다"고 재차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조금 신선하기도 하군요. 모든 것을 국회 안에서 논의하는 의회주의자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회의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죠?

-네, 지금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처리한 적은 없었습니다. 또 제1야당이 계속 국회를 보이콧하면 다른 상임위 활동에도 제약이 큰 만큼 정개특위 연장 사유를 운영위원회와 각 당 원내대표단에 제출하기로 하고, 다른 사안들은 위원장, 간사들 간 협의로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발생한 북한 목선 귀순 논란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진땀을 흘렸다. 지난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하는 고 대변인. /뉴시스

◆ 靑 대변인 "北 어선 마무리하고…" 기자 "구별하지 않았으면"

-이번 주 청와대 브리핑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지난 20일 오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했는데요. 이 브리핑은 지난 15일 북한 주민 4명이 목선을 타고 삼척항에 정박한 사건을 청와대와 국방부가 은폐·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또,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다다르는 동안 우리 군·경이 탐지하지 못했고, 경계망이 뚫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이를 진화하기 위한 차원도 있습니다.

-당연히 북한 선박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어요. 그때마다 은폐·축소, 청와대 조율 의혹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청와대는 북한 목선이 발견된 당일인 15일 해경으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해경에서 선원의 말을 기반으로 간략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조치했다고 했고요. 또, 이 보도자료에서 사건 경위가 담긴 보도자료를 이미 언론에 알렸기에 정부가 이를 은폐·축소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입니다.

-북한 목선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지자 고 대변인은 사실관계를 재차 강조했는데요. 시간이 갈수록 진땀을 흘리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북한 목선 귀순 사태와 관련해 여당에서조차 경계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상황이기에 대변인은 더욱 한 마디 한 마디가 신중할 수밖에 없었겠죠.

-6~7차례 연속해서 북한 목선과 관련한 질문이 나온 뒤 A 기자는 다른 현안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 대변인은 헷갈린다는 이유를 들면서 "북한 어선을 다 마무리하고 (다른 현안으로) 넘어가자"고 했어요. 그러자 B 기자가 "그렇게 구별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 생각이 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고 대변인은 즉각 이를 수용했습니다. 아마도 고 대변인은 북한 목선 관련한 질문에 잘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다른 현안은 우선 뒤로 미루자고 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질문이 계속됐는데 가끔 얕은 한숨을 내뱉으며 호흡을 고르더라고요. 대변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웃음).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사무실을 카페처럼 확 바꿔 화제다. 지난 18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에서 오 원내대표가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문혜현 기자

◆ '오신환의 Oh 카페'에서 듣고 느낀 '차이'

-지난 18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면서요, 어땠나요?

-네, 맞습니다. '젊은 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취임 1개월을 맞아 차담회를 열면서 원내대표실 한 쪽에 자리하고 있던 가죽 소파를 모두 치우고 카페용 긴 테이블과 조명, 음료수 냉장고 등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불을 모두 끈 채 어두운 노란색 조명에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원내대표실에 들어온 젊은 취재진들 사이에선 놀라움의 탄성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바른미래당은 연령대도 낮고,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젊어서 그런지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네, 이번 리모델링은 1986년생 김수민 의원이 직접 나섰다고 하는데요. 취재진들 사이에서 세대별로 반응이 엇갈린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인 취재진들은 '너무 예쁘다', '국회에 온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고요, 30대 중후반 취재진들은 '왜 이렇게 컴컴하냐, 불을 좀 켜자'라며 다소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40대 후반, 그러니까 국회에서도 '젊은 층'에 속하는 유의동 의원도 들어오면서 '(어둡길래) 생일 파티를 하는 줄 알았다'며 신기해하기도 했고요(웃음).

-국회 내에서도 '세대 차이'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럼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나요?

-네, 오 원내대표의 허심탄회한 심정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오 원내대표는 그동안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의 논의 과정에 참여하고, 두 원내대표의 갈등 과정을 지켜보면서 '감정의 골'을 여실히 느낀 듯 했습니다.

취임 1개월을 맞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원내대표실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혜현 기자

-오 원내대표는 "노동개혁특위든 경제청문회든, 저는 그 모든 것들이 국회를 열고서 논의해야한다고 했다"며 "서로를 적으로 생각하면 대화가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3월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크게 반발한 것을 두고 "비판하는 사람이 저를 아끼고 사랑해서 하는 말인지, 미워서 경쟁자로 보고 욕되게 하려고 하는 건지는 스스로 다 느낀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그러한 감정의 교류들, 양당제가 갖고 있는 배척하고 제압하는 분위기와 '내가 돋보이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는데요. 막판까지 '토씨 하나'를 두고 협상에 이르지 못한 민주당과 한국당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 원내대표라면 한국당 의원들의 분위기도 잘 알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네, 한국당 내에서도 국회가 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많다고 합니다. 오 원내대표는 "(그런 의원들이) 많다.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TK 정서를 갖는 쪽은 수도권과 다르다. 보수가 어려워진 것도 TK 중심의 당 운영"이라며 "아직까지도 거기선 '끝까지 (국회에) 들어가지 마라'는 정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곁에 있던 채이배 정책위의장도 거들었습니다. 채 의장은 "3주 전에 한국당 의원들에게 '국회 열어야죠'하며 말을 붙이면 '뭘 열어~'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열자고 하면 '아, 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부에서도 압력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야 4당이 국회 단독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고 1대4 프레임이 형성된 상황에서 사실상 고립된 한국당의 고민은 날로 깊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 원내대표도 이점을 인지하고 "한국당을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이선화 기자, 이덕인 기자, 남용희 기자, 김세정 기자, 이동률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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