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역대 최악 산불 77일 후, 속초로 간 바른미래당의 숨가빴던 하루

21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속초시청을 방문해 사상 최악의 산불 사태 후속 대책과 정책 건의사항을 들었다. 또 강원도당 당원 간담회, 해상 노크 귀순 논란의 진원지 삼척항 방문 등 민생·안보 행보에 나섰다. /속초=문혜현 기자

'불만 가득' 강원 당원 목소리 경청…'노크 귀순' 삼척항 상황 살피기도

[더팩트|속초=문혜현 기자] "저희들이 예전에 살던 삶으로만 돌아 갈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서명철 속초·고성 산불피해자 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의 간곡한 호소가 이어졌다. 지난 4월 4일 고성에서 시작된 강원도 산불은 속초시까지 번져 78가구 170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키고 506억7000만 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법을 넘어서는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속초의 고통은 여전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21일 오전 바른미래당은 속초시청을 찾아 재난 이후 상황과 추가 지원 정책 제안을 경청했다. 김철수 속초시장은 "소상공인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며 "법 제도가 개선된다면 소상공인한테도 생계를 보상받게 해줘야 한다. 주택피해자(순수 이재민)에게 지원되는 주거안정비와 생계비와 같은 긴급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오신환 원내대표, 임재훈 사무총장, 채이배 정책위의장 등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전국 시도당 순회일정의 일환으로 강원도 속초를 방문해 재난 후속 상황을 보고받고 성금을 전달했다. 이어 강원도 핵심당원 연수를 열어 당 발전과 내홍을 지켜본 당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경청했다. 또한 최근 북한 주민의 목선 귀순으로 논란이 된 삼척항을 방문해 당시 현장을 살피며 군 기강 문제를 지적하는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21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김철수 속초시장을 만나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한 추가 대책 보고를 듣고 있다. 김 시장은 소상공인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혜현 기자

◆ '산불 피해' 80일 지나가는데…"지자체 권한 강화·소상공인 지원 필요"

이날 속초시청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는 미진한 산불 추가 지원과 대응 방안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사건발생 석 달이 가까이 지나도록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피해주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지금 정부는 추경 탓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최대한 빠르게 집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불 후속대책과 관련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가 되더라도 피해당사자이자 복구현장 최종 책임자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사실상 유명무실하고 법과 제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이재민 구호와 피해복구가 불가능한 점은 앞으로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초시에 따르면 그동안 산불 피해 주민을 위한 성금 모금이 550억 원에 달하는데도 실제 전달된 금액은 두 번에 걸쳐 40억 원에 불과하다. 손 대표는 이같은 점을 비판하며 "성금단체를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 성금이 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속초시청에서 열린 산불피해 복구와 이재민을 위한 바른미래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대책위원회 인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문혜현 기자

오 원내대표는 한국전력의 사후 대책 미비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일차적인 과실 책임을 져야 할 한국전력은 9월에 가서야 피해보상을 할 수 있단 입장이라 주민들의 고통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우선 피해보상을 하고, 추후 한전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최근 정부가 산불 후속 대책을 위한 추경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정부가 추경예산으로 편성한 재난복구 예산 가운데 피해주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복구비 지원예산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정부가 제출한 2조2000억 원의 재난재해 추경예산이 과연 누구를 위해 어디에 쓰이는 예산인지 살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 원내대표는 추경 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정상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한국당이 지금이라도 국회로 들어와서 국정조사를 하고 예산 심의를 해야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엇박자 예산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경제토론회를 즉각 수용하고 한국당은 조건 없이 국회에 복귀해서 지긋지긋한 국회 파행을 마감할 것을 양당에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책 건의사항 전달을 위해 최고위에 참석한 속초고성산불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명철 총괄본부장은 "우리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전에 살던 삶으로만 돌아갈 수 있게 정부와 한전에 원하고 있다"며 "한전은 가해자다. 분명 아무런 조건 없이 피해를 보상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없다. 이재민들의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읍소했다.

이에 손 대표는 "소상공인들의 재산상 피해뿐 아니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정책 건의를 더욱더 적극적으로 시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21일 오후 속초 라마다 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강원도당 핵심당원 연수에서 당원들은 손 대표를 향해 중앙당에서 최고위원들이 갈등할 때 고통받았다며 이길 전략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문혜현 기자

◆ 핵심당원들의 목소리 "존재감 보여 달라"

바른미래당 강원도당은 이날 오후 속초 라마다 호텔에서 '강원도당 핵심당원 연수'를 진행했다. 이날 당 대표와 함께하는 당원 간담회에선 재보궐 선거 이후로 있었던 당 내홍에 대한 당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강원 양구에서 온 한 당원은 "기업을 38년 운영하면서 현재 민심을 가까이 접하고 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민주당도, 한국당도 아니다. 그럼 바른미래당인가 그것도 아니다"라며 "중앙당에서 최고위원들과 의원들이 싸울 때 저희 지역에선 바른미래당의 많지 않은 표가 떨어져 나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싸우기보다 저는 조직이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원들이 뒤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었는지 알고 있나, 제3당 바른미래당이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지 말씀해달라"고 요청했다.

원주에서 온 핵심 당원은 "많은 분들을 만나면 저희는 자강을 이야기하지만 저기 계시는 분들은 '언제 자유한국당으로 가느냐', '너희들 버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이는 제대로 된 후보를 발굴하지 못해서 그런 거다. 다음 총선에선 손 대표를 중심으로 지역위원장과 도당위원장이 무조건 출마할 수 있도록 해 스스로 자강하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춘천에서 온 강원도당 시도위원장은 그동안 속초고성 산불 대처에 미흡했던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며 "못했으면 (의원) 배지를 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을 욕하기 전에 바른미래당은 의원들이 정말 소신껏 했는지 묻고 싶다. 한 일이 없으면 (세금을) 받지 말아야 한다. 바른미래당이 총선을 앞두고 세비를 전액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게 어떤가"라며 정치권 전체를 비판했다.

간담회장을 가득 채운 핵심당원들은 저마다 갖고 있었던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당의 전략과 비전에 대한 제안을 스스럼 없이 털어놨다. "민주당의 잘못된 부분을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을 말해 달라", "우리 정치의 바른 지향점을 제시해달라"는 요청이 줄줄이 이어지는 가운데 손 대표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솔직히 제대로 못했다. 내부 싸움만 했다"며 당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지금 우리가 중도개혁의 길을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우리 당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혁보수를 지향하며, 진보를 배제하지 말자. 개혁보수는 제3의 길에서 존재하는 것이지 한국당과 통합 연대에서 살아남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1일 손 대표가 동해해양경찰청의 사건 브리핑을 듣고 있다. 손 대표는 우리 주민이 북한 어민을 만나 112에 신고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군의 안보 해이를 비판했다. /문혜현 기자

◆ '안보 구멍' 삼척…손학규 "북한 주민 2명 돌려보내지 말았어야"

지난 15일 오전 발생한 북한 어민 4명의 삼척항 접안을 두고 야권에선 '경계가 뚫렸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손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이날 삼척항을 방문해 윤병두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권오성 동해해양경찰서장의 브리핑을 들었다.

이들은 북한 어민 4명의 이동경로를 설명하며 "합동 조사단에서 조사중에 있지만 (사건 당시) 이들이 처음 삼척항에 접안했을 때는 모터가 고장나 표류하다가 스스로 고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했다.

1.8t의 작은 목선이어서 해경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아 발견하지 못했다는 배가 접안한 삼척항은 작은 배들이 정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곳에 도착한 북한 주민들은 산책하는 주민에게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요청했고, 주민은 경찰에 신고했다.

손 대표는 "문제는 군 부대에서는 접수를 했다고 하면서 마치 국민들에게 해군이 북한 어선을 나포한 듯 들릴 수 있게 보고하고 (북한에서의) 최초 출발 일시가 여기 해경에서 듣는 것과 나흘이나 차이가 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1일 오후 삼척항에서 동해해양경찰서 관계자가 지난 15일 새벽 접안한 북한 어민의 목선 높이를 설명하고 있다. /문혜현 기자

그러면서 "1.8t 정도의 배가 해상을 표류해서 왔는데 그동안 우리 해군과 해경이 뭐했는지 안보에 상당히 구멍이 뚫려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며 "또 국방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건 대단히 큰 문제다. 국방 장관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 만큼 당에서 깊이 있게 대응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엔 "책임 규명을 여기서 하는 건 아니지만 청와대도 관계가 있다고 했다. 국방 안보 관계자가 책임을 같이 물어야 한다"며 "주민 4명 중 두 명을 북으로 보낸 것이 진실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다주지 않는가라는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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