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여성은 (정당)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에 내보내면 된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비례대표 제도가) 장애인·여성의 제도권 정치 진입을 목적으로 하면 우리나라 정치 지형상 막대기만 꽂아도 될 수 있는 곳이 있다. 부끄럽지만 그렇게 한다면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발생하는 장점을 다른 것으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는 토론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이들은 비례대표제의 순기능을 대체시키고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법안을 비판했다.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와 조경태 의원이 주최한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위한 대국민 토론회-비례대표제 폐지를 중심으로' 토론회에는 지지자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22명과 황교안 당 대표 등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비례대표제 폐지와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안'을 내놓고 2달째 국회를 보이콧 하면서 이같은 토론회를 여는 등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황교안 "패스트트랙은 의회 폭거…정치적 욕심"
이날 인사말에 나선 황 대표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선거법은 그 토양이다. 토양이 정당 이기주의와 정치적 오욕에 오염되면 어떻게 꽃을 피우겠나"라며 "그런데도 민주당과 야3당은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사상 초유의 의회 폭거를 자행했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패스트트랙을 태울 때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그래놓고 소위 연동형 비례제를 하려고 하면 지역구 의원 숫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이 밀어붙이는 패스트트랙은 정치적 욕심에 의한 일이라는 게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비례대표제가) 국민의 의사를 폭넓게 의석에 반영하자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운영과정을 보니 결과적으로 공천과정 불투명성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나온다"며 "(선거제에) 올바른 민심을 담고 비례대표제를 없애던지 혁신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은 "정치개혁이 결국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이라며 "매관매직으로 전락해있는 비례대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지난번 언론에서 여론조사했을 때 47명의 비례대표 의원들 가운데 21대 총선에 불출마하는 의원들은 불과 두 명이었다"며 "나머지는 결국 (비례대표를) 지역구 의원이 되기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로 보는 것이다. 기회를 엿보기 위한 자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5월 21일부터 23일까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2명을 전화조사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에서 '비례대표제 폐지하고 지역구만 270석, 의석 총수 10% 줄이는 안'에 찬성한 응답자가 60%로 나타나 국회의원 정수 축소에 대한 여론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미 패스트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는 법안을 무산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본회의까지 시한이 남아있는만큼 국회 내에서 여야 논의가 절실한 가운데 토론자들은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 '선거 연령 하향'이 전략…? "일단 정개특위 들어가야"
발제자로 나선 정연태 시사포커스 논설위원은 패스트트랙 처리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패스트트랙엔 선거연령을 낮추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며 "18세 연령 63만 명 유권자가 늘어난다, 이들이 뭘 아나.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진 법안이기도 하다. 이거 막아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선출된 비례대표 의원이 국민들을 위해 일하기보다 각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을 대변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당은 6월말로 끝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기간 연장 요구 조건을 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하면서 "패스트트랙을 막지 못했듯이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막지 못할 거면 정개특위로 들어가 실리를 찾는 게 유리하다. 그 속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낫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호선 국민대학교 교수는 비례대표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장점을 다른 제도로 대체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반드시 비례대표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자문가들을 활용해서 얼마든지 입법의 전문성과 현장성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애인과 여성의 제도권 진입이 목적이면 정치 지형상 막대기만 꽂아도 될 수 있는 데로 내보내면 된다. 부끄럽지만 그런 곳으로 하면 된다"며 "비례대표제로 발생하는 장점은 다른 것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정략적 개편 안 돼…헌법적 기능 충실하도록 바꿔야"
음선필 홍익대 교수는 '공천과정의 불투명성'을 문제삼으며 "선거제도 개선의 우선순위에 대한 국민의사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선거제도 개선의 시간표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음 교수는 "현재까지 방식으로 운영된 비례대표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가능하다"면서도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염두에 둔 헌법규정을 존중해 현행 비례대표제가 헌법적 기능에 충실하도록 제도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제도 개편이 정당 간의 이해타산에 따른 정략적 개편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대다수 국민은 국회의원 숫자보다 헌법상 임무에 충실한 국회의원의 역할 수행에 더 큰 관심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관해선 "현재 정당정치 수준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비례대표의석수를 대폭 증가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변경하는 것은 정당지도부의 과도한 권력강화를 초래하며, 정당정치 및 의회정치의 퇴행, 대통령제와의 기능적 부조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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