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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부부 공식 행보 여부에 관심 집중
[더팩트ㅣ분당=허주열·문혜현 기자] 활동 재개인가, 아니면 일회성 이벤트인가. 지난해 12월 이후 두문불출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가 지난 12일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11일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 약 7개월 만의 깜짝 등장이어서 공식 활동 재개 여부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김 씨는 지난해 논란 이전에는 이 지사와 공개 석상에 자주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논란 이후 김 씨의 모습은 7개월 동안 경기도 공식 행사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김 씨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2월 4일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한 게 마지막이었다. 김 씨는 트위터 사건 무혐의 처분 이후 일체 대외활동을 중단했다. 관련한 심경을 밝힌 적이 한 번도 없고, 공식 석상에서도 모습을 감췄다.
<더팩트> 취재진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의 근황을 취재했다. 그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제34회 경기여성대회 기념식'이었다. 그는 수행원과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명예회장으로도 위촉됐다. 이 기념식은 지역에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온 여성들을 기리고, 여성의 권익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한 유공자를 알리고 격려하기 위해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가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취재진은 약 7개월 동안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김 씨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대외 활동을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점에 주목했다. 김 씨로부터 직접 공식 행보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맞는지 듣기로 했다.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 자택 주차장에서 김 씨를 만났다. 오랜만에 언론과 마주한 김 씨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다. 그는 "'정치인의 아내'여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고, (자택 앞에서) 기다린다고 하고, 그렇게 하지 못 한다. 죄송하다"며 "경기도 공보실에 물어보고 회신을 주겠다"고 했다. 자기 뜻대로 인터뷰를 할 수 없는 처지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는 또 "경기여성대회에서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였는데, 앞으로 자주 공식행사에 참여할 계획인지,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도 "공보실에 물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중히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따뜻하게 취재진을 맞이했고, 개인적 소회를 자유롭게 풀 수 없는 '정치인의 아내'라는 위치가 가진 무게감을 보였다.
그간 김 씨는 공식적 대내외 일정 없이 가정에서 조용히 이 지사에 대한 내조에 집중하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경기여성대회 기념식 참석 외에는 공식 일정 없이 개인 일정만 소화했다.
그렇다면 김 씨는 왜 지난 12일 7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섰을까. <취재진>은 그 이유를 경기도청 관계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17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김 씨의 경기여성대회 참석에 대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오랫동안 송사가 있어 대내외 활동 시기가 지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경기여성대회는 약속을 중시하는 이 지사가 불가피하게 (일정을) 이행할 수 없어서(고 이희호 여사 조문) 불가피하게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지자체장의 아내는 공식 행사 등을 남편과 함께 소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편인 지자체장을 대신해 일정을 소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 씨는 논란 이후 7개월 동안 이 지사와 공개 석상에 서지 않았다. 이 지사와 함께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지자체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내 강난희 씨와 공식 일정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달로 범위를 좁혀도 '2019 아세안 위크 개막식'(14일), '이희호 여사 조문'(11일), '흥천사 차문화축제'(1일), '명상, 한강을 걷다 걷기대회'(1일) 등의 일정에 부부가 함께했다. 이 지사와 김 씨의 모습과 대비된다.
김 씨가 이 지사와 공개 석상에 함께하지 못하는 데는 지난 '혜경궁 김씨' 논란과 함께 이 지사의 재판 등과도 무관하지 않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김 여사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을 했을 때는 여성 관련 행사 등에 공인의 아내로 활동을 했었다"면서도 "경기도에선 (이 지사 당선) 초기에 정치적 이슈도 있었고, 본인 의사와 무관한 복잡한 송사도 있었다. 이 지사도 지방선거 관련 재판에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고 있다. 이 지사도 안 하는데, 아내인 김 여사가 인터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당분간 김 여사의 대내외 활동은 없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기 이 지사 부부가 함께 정치적, 법적 이슈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만큼 이 지사의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부부가 함께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 지사는 당분간 경기 도정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이 지사와 김 여사가 공식 자리에 함께하는 모습은 이르면 내년 이후가 될 것이다. 나오는 순간 주목도가 큰 인터뷰도 조심스러워 이 지사도 당분간 입장을 밝힐 일이 있으면 공식 기자회견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경기지사 후보로 나서 56.4%의 높은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소속 남경필 전 지사(35.51%)에게 낙승,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곧바로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달 1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같은 시기 아내 김 씨도 경선 과정에서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했다. 이에 김영환 바른미래당 전 경기지사 후보가 재정신청을 냈지만, 지난 3월 법원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정당하다"며 기각했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