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시간은 충분히 가졌다. 누가 봐도 의지의 문제"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법적 임시회를 이제야 서명 받고 지난한 과정으로 접수할 수밖에 없는 국회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17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의원 98명의 서명을 받아 '제369회 6월 국회(임시회) 집회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교섭단체 여야 3당은 지난 주말 내내 국회 의사일정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한국당의 '경제 청문회' 제안을 민주당이 수용하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결국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단독 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바른미래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 소집 요구서 건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민주당도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다.
결국 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야 3당은 집회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우선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추경안 등을 심의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집은 한국당의 복귀 없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서명에 동참한 한국당 의원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이동섭 바른미래당 수석부대표와 함께 국회 로텐더홀에서 집회 요구서를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에게 지금이라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 해주길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의사 일정 결정 문제 등 의장님께서 하실 권한이 대단히 많다. 한국당은 그 부분을 유념하고 국회 정상화에 나서주길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6월 임시 국회 단독 소집 요구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 시한을 지난 주말까지 이야기해왔던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을 통해 국회 정상화의 시급성을 호소했다.
오 원내대표는 "시간은 충분히 가졌다. 누가 봐도 의지의 문제"라며 "경제 청문회를 여는 것은 야당으로서 저 또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문회가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그것을 하지 않으면 국회 문을 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려웠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여당이 추경안 처리가 급하기 때문에 지렛대를 삼을만한 일들도 아주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늘 이렇게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달래고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추경안 처리가 그렇게 급하다면서 청와대가 앞장서서 강경 발언을 내놓고 민주당은 청와대 따라가기에 바쁜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을 가졌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 19명의 만장일치 동의로 6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 건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와 관련해 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75명의 서명을 확보해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면서도 "조속히 국회가 열리긴 하겠지만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한국당의 참여를 간곡히 촉구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임시국회 소집 이후 대응방향에 대해선 "뾰족한 수는 없다. 민심과 국민여론을 통해 한국당이 국회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의 소통 여부와 관련해 "조금 전 통화했다"며 "계속 열려 있는 상태에서 완벽한 국회 정상화를 통해 제대로 된 국회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국회 문을 열어 놓고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계속 설득하고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우선 국회 문을 열면 한국당이 돌아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단독 국회 소집에 대한 중지를 모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 교섭단체 대표 협상 중 제기된 한국당의 '경제 청문회' 요구와 관련해 "일종의 반칙"이라며 "패스트트랙을 치유하기 위한 협상 노력은 있을 수 있지만 경제 실정, 좌파 경제 폭정을 이유로 국회가 소집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 문을 열 수 있는 만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쪽도 괜찮으니 온 국민의 마음을 담아 열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민주당도 짧은 시간 내로 논의를 마치고 임시국회 소집 요구에 대한 동의 의사를 모았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숫자를 다 세어보진 못했지만 128명 의원들 중 111명 정도 동의했다"며 "일단은 모든 상임위와 특위를 연다는 게 원칙이고, 연장은 그 다음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추경을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선 "이야기하지 못했고 내일 각 상임위원회 간사단과 원내대표단이 함께 식사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73일 동안 닫혀 있었던 국회 문은 우선 열리게 됐다.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의 동의로 '반쪽 짜리 국회'가 시작됐지만 한국당이 열린 문을 통해 돌아올지 여부는 미지수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