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헝가리 사고 선장 보석 등 수상한 정황… 정부, 신병관리 요청

10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현장 앞 추모공간에는 추모의 꽃들이 놓여져 있다. /부다페스트(헝가리)=뉴시스

현지 언론 정부와 선사 측 유착관계 제기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허블레아니' 유람선 침몰사고와 관련해 가해 선박 선장이 보석된데 이어, 가해 선박 '바이킹 시긴호'는 별다른 압류조치 없이 상업 운행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이러한 수상한 정황에 헝가리 측이 부실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헝가리 현지 언론들은 헝가리 정부와 크루즈 선사 측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은 헝가리 검·경에 보석으로 풀려난 바이킹 시긴호의 유리 C 선장의 철저한 신병 관리를 요청했다.

앞서, 유리 C. 선장(64)은 44년 운전경력 동안 무사고라고 주장했지만, 현지 매체 나피(Napi)에 따르면 지난 4월에도 네덜란드에서 유람선을 몰다 유조선과 충돌하는 사건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헝가리 검찰에 따르면 사고 직후 자신의 휴대전화 데이터를 모두 삭제해 증거인멸 정황도 드러났다.

또한, 현지 크루즈 동맹은 '시긴호'가 사고 때 후진하는 영상을 공개했지만, 헝가리 수사 당국은 '뺑소니나 안전 조치 미흡' 혐의를 추가하지 않았다.

부다페스트 구치소에 수감됐던 유리 선장이 12일 한화 6100만 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이어 유리 선장 측은 부다페스트 변호사협회의 대표인 거물급 변호사를 수임해 수사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바이킹 시긴호는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았던 배의 오른쪽 앞 부분을 페인트칠하고 버젓이 운항하고 있다. 바이킹 시긴호의 모습. /AP.뉴시스

현지에서는 35명의 희생자를 낸 선장이 풀려나면서 헝가리 사법당국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당시 가해 선박을 억류하지 않고, 다음 날 바로 풀어줬다는 비판도 일었다. MBC·KBS에 따르면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았던 배의 오른쪽 앞부분을 페인트칠하고 버젓이 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증거인멸까지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헝가리 경찰에서 사고 직후 남아 있는 기록을 다 압수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와 크루즈 선사 측의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현지 언론 indexhu은 바이킹 시긴호의 선사인 바이킹 크루즈 헝가리 법인이 헝가리 관광청과 여객선박업체 '머허르트 패스네이브'가 공동소유주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 대응팀은 사고원인이나 유리 선장 수사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사법공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정보 공유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유리 C 선장의 철저한 신병 관리를 헝가리 당국에 요청하고, 검·경 관계자를 면담했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규식 주헝가리 대사와 신속대응팀 법무협력관은 전날 헝가리 측 야노시 벌로그 경찰청장과 이보여 티보르 부다페스트 검찰청 검사장을 각각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대응팀은 보석 석방된 선장의 철저한 신병 관리와 사실관계 규명 및 적극적 법리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헝가리 경찰청장은 "경찰 전담팀을 꾸려 피의자를 밀착 감시하고 있어 도주 우려는 없을 것"이라며 "인양된 선박도 해체 등을 통해 추가 증거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티보르 부다페스트 검사장은 "경찰에 피의자의 신병관리 철저를 요청했다. 이번 사고 수사 지휘에 부다페스트 최고의 검사들을 투입하고 철저한 사실 관계 규명과 법리 검토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 12일(현지시간) 허블레아니호 다뉴브강 침몰 선박 사고로 한국인 탑승객 33명 중 생존자는 7명, 사망자는 23명, 실종자는 3명인 상황이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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