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씨-DJ, 정치적 악연… 고인, 유가족에 위로 건네기도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조문 둘째 날인 12일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 부인 이순자 씨가 빈소를 찾아 이목을 끌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 여사의 빈소를 찾아 영정에 헌화하고 묵념한 뒤 유가족들과 악수하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그는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 한 채 장례식장을 떠났다.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는 김 전 대통령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이듬해 5월 광주에서 신군부에 항거하는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신군부는 김 전 대통령에 내란음모를 획책했다는 혐의를 씌웠고, 군사재판은 긴 전 대통령은 사형을 선고했다. 또 신군부는 장남인 고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도 잡아들여 고문하기도 했다. 이 여사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전 씨에게 정치 보복을 하지 않았다. 1997년 당시 민주화 운동 동지였던 김영삼 대통령과 대선 당선자였던 김 전 대통령이 합의해 반란죄·내란죄 혐의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전 씨와 신군부의 수뇌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1980년대 신군부에 의한 고통의 나날을 보냈던 김 전 대통령은 국민적 화합을 위해 과거를 묻었던 것이다.
이에 이 씨는 2017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이 여사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씨의 조문은 정치적 해석 보다는 고인에 대한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전례는 2015년 11월 타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 씨는 '35년 악연'으로 얽힌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한 바 있다. 전 씨는 1980년대 김 전 대통령과 민주화운동의 한 축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상도동 자택에 가택 연금을 가하면서 정계 은퇴를 강요했다.
한편 고 조비오 신부 등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씨는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선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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