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이후 '모멘텀' vs 연말까지 교착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지난해 6월 12일 역사적인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어느덧 1년을 맞았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북미는 대화의 동력을 살려가면서 지난 2월 27일 제2차 하노이 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켰다.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양국이 6.12 싱가포르 회담 1주년과 오사카 G20 정상회담 등 정상외교 무대를 통해 얽힌 실타레를 풀고 대화를 이어갈지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등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내 언론에서 나왔던 북한 처형설을 언급하며 "처형설이 나온 사람들 중 1명은 처형되지 않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적절한 시기에 만나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후로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대두됐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지난해 5월처럼 남북정상회담은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경험이 있고, 현재도 그게 가능한 여러 환경이 존재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을 계기로 대화 국면을 다시 살린다는 의도다.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는 지난 5일 국제기구를 통한 남북협력기금 800만 달러(약 94억 5000만 원) 지원을 의결했다.
반면, 북미 교착상태가 연말까지 이어질 거라는 전문가 분석도 있었다. 미국이 제재 강화를 통해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김 위원장이 올해까지는 기다리겠다는 입장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14기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뜻을 밝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분간 미국과 북한 간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바로 접점이 만들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 버티기 경쟁을 하면서 연말까지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ICBM 발사를 할 시기가 내년 초가 될 텐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압박을 유지할지, 단계적 비핵화에 대해 용인할지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 대학원 교수도 "북미협상은 실무 차원에서 계속 진행되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영변 핵시설 말고는 다른 핵시설을 폐기할 준비가 안돼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이란의 핵문제가 떠올라 현재 미국의 외교안보 의제에서 북핵문제는 뒷전으로 물러난 상황이다.
아울러,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남북정상회담의 신속한 개최가 가능한 환경'이라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원론적인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자신의 발언을 진화해 '모멘텀' 살리기에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펼쳤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에서 '2017년 베를린 구상' 뒤를 잇는 '오슬로 선언'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내용이 북미대화의 물꼬를 틀지 여부가 최대 관심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