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일 박사, 북한인권 세미나서 '권력 유지 비결·인권 문제' 발제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김영철 숙청, 김혁철 총살, 김여정 근신'
이에 대한 보도들이 최근 북한 매체와 외신 보도로 '오보'라고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우리에게 각인된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이미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한 장면이다.
북한 인권운동가들은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우리정부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꼬집고 있다. 이를 주제로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남북관계 변화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발제자로는 인민보안성 출신 탈북민 곽명일 북한대학원 대학교 박사,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든 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했다.
곽 박사는 북한 정권 유지가 3대째 가능한 이유를 ▲상호비판제도 ▲군의 2인 관리제도 ▲볼모제도 3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상호비판제도란 북한의 당, 군, 주민들 내부에서 진행되는 절차로 정권에 대응하는 조직화에는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그는 "7~10명의 주민들 사이에서 상호비판을 매주 진행한다"며 "해외에서 활동한 전직 대사나 외교관은 이틀에 한 번꼴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곽 박사는 "서로가 서로의 생활을 비판하기 때문에 '단합'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는 방식"이라며 "서로 비판을 하다 보면 그것이 얼마나 열이 받고 분노를 일으키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군의 2인 관리제도에 대해서는 "군 내부에는 수장은 중대장과 중대정치지도원으로 이분된다"며 "중대장과 중대정치지도원이 서로에 대해 감시하고 이를 지도부에 보고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이 제도가 얼마나 권력유지에 효과적인지 모르고, 김정일에게 '1인 관리체계'를 하자고 제안했던 간부 오금렬이 좌천됐다는 에피소드를 꺼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곽 박사는 '볼모제도'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김정일 시대에 소장·중장급 군 간부들은 대부분 70대에서 80대 사이의 나이 많은 이들이라고 했다. 이들이 간부로 꼽힌 이유에 대해선 눈앞에서 자신의 가족들이 숙청을 당하기 민감한 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아버지가 간부면 자녀들도 간부가 되는 충성분자 계승 등도 정권 유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곽 박사는 김정은 정권 들어서 김일성·김정일 시대보다 더 많은 이들이 숙청을 당했다면서도 북한인권 개선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첫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고 한다. 이후 김 위원장이 탈북자 가족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탈북자 가족들을 일률적으로 처벌했었는데, 그 이후 악질 탈북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감시만 받는 정도로 처벌수위가 조정됐다.
이에 대해 곽 박사는 "획기적인 인권 개선"이라며 "국제사회가 두려워서인지 모르겠지만, 북한인권 개선 상황에 대해 조짐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에 대해 언급한다면 완전한 개선은 아니겠지만 눈치는 보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