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사퇴 요구' 빗발쳤지만…손학규 '윤리위원회'로 입막음?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발언을 둘러싼 바른미래당 내홍이 지속하는 가운데 손학규 대표가 송태호 윤리위원장 불신임 건에서 하 최고위원을 제척해야 한다고 주장해 당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유승민계-안철수계 연합군 압박에도 '하태경 제척 대상' 반격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최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유승민계-안철수계 의원들의 공세가 하태경 최고위원의 징계 논의로 한풀 꺾인 모양새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송태호 윤리위원장 불신임안과 관련해 "하 최고위원을 제척해야 한다. 그러면 과반의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당 운영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가 당내 시니어위원회 등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 최고위원은 이후 손 대표를 찾아가 사과한 뒤에 공식 회의 석상에서 90도로 인사하며 재차 사과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하 최고위원은 당 윤리위원회 징계절차에 회부됐다. 이를 두고 오신환 원내대표는 "공정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편파적 결정"이라며 반대했다. 또 송 윤리위원장이 손 대표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이사장으로 중립성을 훼손한다며, 이준석·권은희·김수민·하태경 최고위원과 함께 송 윤리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당무집행의 최고 책임기관인 최고위가 독립기관인 윤리위의 독립성을 흔드는 상황"이라며 "윤리위가 최고위에 통보한 당의 징계 사건의 당사자인 하 최고위원은 불신임 요구·의결 절차 모두에서 제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최소 조건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이번 윤리위원장 불신임 요구의 건은 자의적 예단에 따른 정치공세 행위에 불과하며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여겨진다"고 꼬집었다.

또한 "징계 대상자로서 제척 대상자에 포함되는 하 최고위원이 참여한 이번 불신임 요구서는 재적 최고위원 과반의 요구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손 대표는 오는 7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체 최고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결 절차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강경한 태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반발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윤리위원장 불신임 건에 대한 손 대표의 입장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당 윤리위를 반대파 제거 수단으로 쓰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남윤호 기자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의 윤리위를 반대파 제거 수단으로 쓰면 안 된다"며 "당헌당규에 불신임 조항이 있는 이유는 당 대표가 임명한 윤리위원장이 독립성을 잃고 당 대표 정적 제거의 수단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 당의 윤리위원회가 공정하게 운영되고, 그에 따른 공정한 판단을 받기 위해 당헌당규가 보장하고 있는 저의 모든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 최고위원 징계를 둘러싼 바른정당계와 당권파 간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 결정대로 오는 7일 의결 절차에 돌입하면 하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손 대표와 당권파 최고위원들(주승용·문병호), 채이배 정책위의장 4명과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 4명의 의견이 날카롭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준석 최고위원은 "의결 절차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의결 절차는 필요 없다. 원래 안건 상정은 최고위원 3분의1의 요구로 의결할 때 과반을 넘으면 가결된다. 하지만 불신임안은 소집 요건 자체가 과반이다. 이미 5명 최고위원이 하기로 결정해서 자동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건 상정 요건과 의결 조건이 다르면 모르겠지만 애초에 절반 이상이 요구했기 때문에 손 대표 측에선 이를 따라야 한다"며 "손 대표께서 누구의 법률 자문을 받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합리적 결정을 할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송태호 당 윤리위원장 불신임안에 대해 의결할 필요가 없다며 소집 요건 자체가 이미 최고위원의 과반이기 때문에 손 대표가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손 대표가 하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의결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선 "제척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당규에 명시돼 있어야 하는데 적혀 있지 않다"며 "무엇보다 제척이라고 하면 송태호 위원장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손 대표가 (제척 대상에) 더 가깝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하 최고위원의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을 놓고 "이미 송 위원장의 불신임 절차가 진행 중이라 그럴 가능성이 낮다"며 "(송 위원장이)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안 되는 상태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7일 최고위에서 윤리위를 둘러싼 갈등이 재현될 것으로보인다. 특히 연일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손 대표와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며 당 운영이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 일각에선 "정말 이제는 그만 싸워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일부 언론에선 우리 당 이슈가 한 달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며 "이번 달까지 갈등을 지속하면 국민은 정말 무관심해질 거다. 사실상 지지율이 2~3%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갈등하고 있는 양 측 모두 정치적 셈법으로 문제를 풀고 싶어할 것"이라며 "하 최고위원이나 윤리위원장 불신임 건도 모두 정치적으로 풀어나가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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