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지상욱 vs 이찬열 설전…'하태경 징계' 놓고 갑론을박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말을 제대로 하세요! 해당행위라고 이만큼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신환 원내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또 다시 당 내 계파 간 충돌이 발생했다.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총에선 하태경 의원의 손학규 대표를 겨냥한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는 발언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결정을 두고 바른정당계 이혜훈·지상욱 의원과 손 대표 최측근 이찬열 의원이 격돌했다.
양 측의 갑론을박 과정에서 이찬열 의원은 이혜훈 의원에게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혜훈 의원과 지 의원은 송태호 바른미래당 윤리위원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앞서 지난달 31일 바른미래당 윤리위는 하 의원을 징계절차에 회부했다. 다만 유승민 전 대표를 비난해 제소된 이찬열 의원은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회부자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오 원내대표는 전날(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편파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찬열 의원은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 전 대표를 향해 "좁쌀 영감"이라며 "꼭두각시들을 데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 이찬열 "내 발언은 충정, 하태경 발언은 일벌백계해야"
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권은희·이혜훈 의원 등이 이찬열 의원을 비난하자 이찬열 의원은 공개 의총에서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에서 과반 이상으로 표결했는데, 다른 야당에서 항의하는 집회에 세분(유승민·오신환·하태경)이 언론에 나타나는 모습을 보고 '우리 당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하는 충정이 있었다. 제 발언 중에 일부 지나친 부분이 있었다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을 향해 "어르신 폄훼발언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도를 넘는 막말이다. 아무리 당내 회의라 하더라도 인격살인성 막말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우리 당의 이미지와 위신을 심각히 추락시킨 것으로 내년 총선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단호하고 가혹하게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오 원내대표에게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아니다"라며 "원내를 이끌어가야 될 원내대표께서 어떻게 '친손', '반손' 이렇게 편 가르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나"라고 힐난했다.
◆ 이혜훈·지상욱 "해당행위 아냐…윤리위원장 애당초 오면 안 될 분"
그러자 이혜훈·지상욱 의원의 반격이 이어졌다. 이 의원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을 수 없어서 발언해야겠다"며 "사실 자체가 명백히 틀렸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과반 의결은 당론이 아니다 ▲당론이 아니면 소속 의원 누구에게도 강제할 수 없다 ▲당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다고 사보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약속 받았다며 이찬열 의원의 '표결 동의'에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찬열 의원 본인은 당연히 별일이 아니라 윤리위에서 징계 면제되어야 하고, 하 최고위원은 징계해야 한다는 것에 누구도 동의할 수 없다"며 "(하 최고위원의 말은) 해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송태호 당 윤리위원장이 편파적이라며 항의했다. 이혜훈 의원은 "송 윤리위원장은 '손학규 대통령 만들기' 사조직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우두머리"라며 "애당초 윤리위원장으로 오면 안 될 분이었다. 이찬열 의원도 그 사조직의 이사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에 이찬열 의원은 "뭐가 사실과 다른가 뭐가"라며 "말을 제대로 하시라 (제가) 해당행위라고는 이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윤리위도 그때 이야기했어야 한다. 왜 지금 하나"라고 고성을 질렀다.
지 의원도 반발에 나섰다. 그는 "손 대표님이 그동안 당을 운영해 오신 것을 보면 후배 정치인이 참 실망스럽게도 공사구분 못하시는 일이 많이 있었다"며 "자괴스러운 표현이지만 바른미래당이 동아시아미래포럼의 '시다바리'가 아니다. 국어사전 나온 말이니 유념해주길 바란다"고 비난했다.
지난 3일 바른미래 최고위원 5인은 윤리위원장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지 의원은 이를 언급하며 "늦었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는 것이 자강이고, 개혁이고, 당을 화합하는 순서"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결론적으로 본인의 사조직을 이용해서 공평하지 않은 윤리위에 제소된 사안에 대해 처벌을 강행하고 있다"며 "사조직을 동원해 정적을 치고자 하는 차도살인의 방법으로 윤리위를 운영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고, 그 방식이 이제야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이혜훈 의원은 "자꾸 이런 식으로 과거의 일을 가지고 진실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국민들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찬열 의원이 "이미 부끄럽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찬열 의원이 계속해서 말을 끊자 이혜훈 의원은 "예의를 지키시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 설전으로 끝난 '첫 의총'…안철수계 "혁신위 촉구"
양 측의 설전과 공방이 뜨거워지자 다른 의원들의 한탄 섞인 공개발언이 이어졌다. 신용현 의원은 "오늘 의원총회가 이렇게 시작된 것에 상당히 유감"이라며 "의총이 조금 더 생산적인 모습으로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민 의원은 "우리당이 이름처럼 바른미래당으로 진보하느냐, 바른과거당으로 퇴보하느냐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지금 우리가 당장 혁신위를 결정내리지 못한다면 저는 바른미래당 간판을 내려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혁신위 구성을 촉구했다.
이날 의총은 날카로운 대립과 고성으로 여전히 갈등을 수습하지 못한 바른미래당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 의원의 '시다바리' 발언과 관련해 "내가 대답할 게 있나"라며 "동아시아미래재단이 법적으로 등록된 재단이고, 송태호 (전) 장관은 능력과 인격을 갖춘 분이니 윤리위원장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선 조금도 부끄러운 것이 없다"고 했다.
혁신위원회와 관련해 김수민 의원은 "다수 의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손 대표도 적극 공감했다. 단 지도부 퇴진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오는 10일 의원 연찬회에서 이같은 사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김 의원은 "(당이) 굉장히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에 올해 여름 안에는 당이 어떤 방식으로든 혁신을 이뤄야 한다. 손 대표도 '최대한 빨리 모색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리위 불신임안에 관련해선 "손 대표가 법적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윤리위 사안을 계기로 손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 안철수·유승민계의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 의원의 징계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바른정당계의 손 대표 퇴진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