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국정원 '정치 중립' 논란…탈정치화 '도마 위'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밀 회동을 한 사실이 <더팩트> 취재로 확인된 가운데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밝히기 위한 국회 정보위원회 개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강남=이철영 기자

서훈·양정철 만남 부적절 견해 지배적…文, 국정원 탈정치화 여러 차례 강조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찬 회동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국정원의 정치 중립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더팩트>는 27일 서 원장과 양 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양 원장은 이날 "사적인 만남"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두 사람은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함께 일했다.

또, 양 원장은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한 만찬이었다"며 "서 원장께 모처럼 문자로 귀국인사를 드렸고, 서 원장께서 원래 잡혀있었고 저도 잘 아는 일행과의 모임에 같이 하자고 해 잡힌 약속"이라고 했다. 양 원장은 대선 이후 일본 등에서 머무르다 지난 2월 말 귀국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을 1년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서 국정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야당은 국정원이 내년 총선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직속 국가 최고정보기관 수장과 여당 싱크탱크 원장의 회동 자체만으로도 정치적 중립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탈정치화'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이 국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문제를 사전에 막기 위한 의지였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후보 시절 당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약을 내걸 정도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막으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며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취임 첫해인 2017년 6월 서 원장을 임명하면서 "우선 국내 정치만큼은 철저하게 금지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나아가 서 원장을 임명과 함께 국정원 1·2·3차장을 동시에 바꿨다. 국정원의 강도 높은 개혁을 위해 '메스'를 들었다.

하지만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으로 자칫 문 대통령의 국정원의 탈정치화 공약이 의구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 물론 두 사람의 '만찬 회동'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국정원의 현직 수장과 민주당 총선 전략을 짜는 수장이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양 원장은 집권여당의 중책을 맡고 있고 선거를 책임지게 될 위치에 있는데, 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장과 사적으로 만났더라도 그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 관련 때문에 만났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두 사람의 친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좀 더 조심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두 원장의 비공개 만찬 회동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서 원장을 부르는 것을 검토하고 있고 바른미래당은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 성격 등과 관련한 내용이 밝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이 주문했던 국정원의 탈정치화가 도마에 오른 셈이다.

shincomb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