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盧, 국민 통합-사람 중심 사회 꿈꿔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저는 제가 아주 존경하는, 나이는 저보다 적은 아주 믿음직한 친구 문재인을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23일 서거 10주기를 맞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공개 석상에서 했던 유명한 말이다. 이 말에서 문 대통령을 향한 강한 믿음과 신뢰, 각별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나이로 따지면, 1946년생인 노 전 대통령과 1953년생인 문 대통령의 '친구 사이'는 보편적 개념의 '친구'와 거리가 멀다. 선후배가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 그 이상으로 깊었다. 여기에는 비슷한 가치관과 인식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말이 통하지 않고 생각이 다르면 두터운 신뢰관계는 형성되기 어렵다. 부산에서 인권 변호사를 했던 두 사람은 힘없는 약자와 노동자, '평범한' 사람들 편에 서서 의기투합했다. 정의를 부르짖고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다.
훗날 평생의 친구인 두 사람은 나란히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정계에 먼저 입문한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고,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맡으며 참여정부의 성공을 도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임기 5년은 파란만장했다. 그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고, 대연정, 수도 이전 위헌 등으로 거센 반발과 논란의 중심에 서서 정치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숱한 역경 속에도 버리지 않았던 것은 '통합'이다. 지역주의를 깨고 국민 통합을 꿈꿨던 것이다. 영호남의 극심한 갈등, 그리고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는 악순환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였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를 뒤로하고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며 부산에 출마했던 것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측면이 컸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 지역주의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 일성도 '통합'이다.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통합' 의지는 확고하다. 최근 '막말' 파문을 일으킨 정치권을 향해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일갈했을 정도다. 큰 틀에서 지역주의를 허물고 국민 통합을 바랐던 노 전 대통령과 상당 부분 닮았다.
'사람'을 중시했던 것도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공통분모다. 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노 전 대통령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염원했다. 어떤 무엇보다 사람 중심의 세상을 그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득권 중심의 불평등한 사회구조 개혁과 포용을 우선시하는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성향이 비슷하다.
사람 중심의 성향이 닮았다 보니 탈권위적이고 평소 소탈한 모습도 닮은 꼴이다. 노 전 대통령이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청와대 경내를 질주하는 사진이나, 봉하마을의 조그마한 가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진에서 친근함이 느껴진다. 문 대통령은 외부 일정 때 최소 경호 인력만 대동하며 스스로 경계벽을 낮췄다. 노 전 대통령의 해결하고자 했던 과제들을 문 대통령이 이어받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처럼 두 사람은 운명 공동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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