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인영·오신환, 화기애애 생맥주 회동… '취중진담' 통할까
[더팩트|여의도=이원석·문혜현 기자] "잘 해보자는 마음으로!"
20일 오후 여의도, 국회가 멀리 보이는 한 호프집 앞엔 여야 3당 원내교섭단체 나경원 자유한국당·이인영 더불어민주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모여 환하게 웃으며 맥주잔을 부딪쳤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인 것도 오랜만이다.
지난 16일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취임하면서 제안한 '호프 회동'은 두 원내대표가 흔쾌히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국회가 파행된 지 한달이 다 되가고 있는 가운데 세 원내대표의 첫 회동은 국회 정상화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취재진도 수십 명이 몰렸다.
또, 이날 회동은 민주당·바른미래당 원내사령탑이 바뀐 뒤로 세 당 원내대표가 함께 모인 자리로 장외투쟁으로 국회 밖에 나가 있는 한국당에게 돌아올 명분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뜨거운 취재 열기 속에 등장한 세 원내대표는 줄곧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의 첫 번째 만남이다. 굉장히 뜻깊게 생각한다"며 "오신환 대표께서 주선하셨고 쉽지 않은 자리였을텐데 우리 누님, 나경원 원내대표께서 흔쾌히 와주셔서 기쁘다"고 밝혔다.
이날 '호프 회동'의 술값은 이 원내대표가 계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늘 제가 맥주값을 내는 날인데 정말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라며 "오늘 날씨가 참 좋아 좋은 예감을 가지고 왔다. 국민들께서 관심과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만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국회 정상화의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언제부턴가 한번쯤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선배들과 다르게 새로운 정치문화와 정치예법으로 멋진 정치를 선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정말 경청할거고, 함께 동행할 수 있는 자세로 임해서 해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문화가 정말 삭막해진 것 같다. 정치 문화가 각박해진 것 같다"며 "결국 그 각박한 속에 소통이 부족해지고 그 과정에 안타까운 국회 파행사태에 이르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아침 이 원내대표가 '호프 회동'을 'hope 회동'이라고 칭한 것을 언급하며 "그런 재미있는 만남 되기를 바란다. 정치라는 게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거고 국민이 가장 아파하는 것은 역시 경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해법에 있어서들 차이가 많이 있지만, 한 번 그러한 것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목소리 높였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국회 파행과 관련해 "경제가 어렵고 민생을 챙겨야한다는 것을 모두 알면서도 이렇게 강행으로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부분에 대해 이인영 대표님, 오신환 대표님이 오시기 전의 일들이지만 이와 관련해서 오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 한다"고 했다.
이날 모임의 주최자 오 원내대표는 "제가 젊은 정치인답게 가볍게 제안을 드렸는데 흔쾌히 두 대표님 만나게 될 수 있었던 이 자리가 새로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서 그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이렇게 큰 관심을 갖고 국회가 만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어쩌면 국회가 일을 안 하고 꽉 막혀있다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담겨있지 않겠나"라며 "비공개 때 들어가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저도 제안한 한 사람으로서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 원내대표가 모인 이날 자리에서 당장 국회 정상화 합의가 나올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번 만남이 정상화의 물꼬라는 데 의의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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