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중도 보수' 박형준 교수 "중도는 큰 흐름을 적중하는 것"

17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과 권기돈 박사가 길 잃은 정치: 박형준, 권기돈의 생각 북콘서트를 열고 한국의 보수 정치에 관한 대담을 이어갔다. /국회=문혜현 기자

"한국 진보는 위선적…자유는 보편적 가치"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보수가 어떤 형태로든 궤멸됐다가, 지금은 거기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집권 세력의 잘못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또다시 힘을 얻는다고 하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참회록이 필요하다."

책 '보수의 재구성'의 저자 박형준 교수는 책을 집필하면서 강조하고자 했던 부분을 언급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했고,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했고, 그 과정에서 실력이 없었던 부분은 무엇인지 제대로 정리를 해내야 진정한 성찰"이라며 "과거 실수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오히려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강력한 주류세력의 긍정적 성과를 계승할 수 있지 않겠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책 '보수의 재구성'의 저자 박 교수는 17대 국회의원을 거쳐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 사무총장을 지냈고 최근 JTBC <썰전>의 보수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동 저자인 권기돈 교수는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을 거쳐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에서 법제사법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했다.

17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길 잃은 정치: 박형준, 권기돈의생각' 북콘서트엔 저자인 박 교수와 권기돈 박사가 만나 한국의 보수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참석해 축하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오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이 책이) 위기의 정치에서 가야 할 길을 정말 잘 제시했다"며 "오늘 책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이 앞으로 보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길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하 의원은 '보수 대통합'과 관련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대한애국당과 합쳐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싫다고 품격을 다 버리고 묻지 마 다 합치자고 하는 게 제정신인 보수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래서 저는 이 말을 좋아한다. 보수는 재구성해야 한다. 우리가 갈 길은 극우로 재구성하는 게 아니다. 우리 안에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요즘 고된 좌파 정부를 만나서 마음고생이 심하다. 아주 폭압적이고 고집스럽다"며 "이른바 공동체 자유주의로부터 시작됐던 우리 철학의 짧지만 의미있는 역사가 자유민주주의로 내실있게 피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진보나 보수, 우파·좌파가 결국, 모두 우리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논객 박형준 교수는 이날 북콘서트에서 집권 세력의 잘못으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힘을 얻는다면 미래가 없다며 새로운 참회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문혜현 기자

이날 북콘서트에선 채널A 시사프로그램 '쾌도난마'를 진행 중인 박종진 앵커와 김형준 명지대 교수가 대담자로 참석해 저자 박형준, 권기돈과 함께 저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추구할 중심 가치, 그리고 합리적 보수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대담에서 '한국의 이념 프레임'과 관련해 박 교수는 "우리 인식이나 행동이 (이념) 프레임속에서 나오는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 아무리 우리가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자 하더라도 넘지 못한다. 다만 역사적인 평가를 해볼 때 20세기에 전체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싸워 이겨내 자유의 가치를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의 가치는 보수의 가치에 머무는 게 아니라 보편적 가치에 머문다.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왜 진보가 배격하나. 성공한 20세기 후반 정치세력은 상대의 장점을 자기 내로 흡수한 세력이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국 보수의 치명적 약점은 '서민적 보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현재도 대한민국은 서민적 가치가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볼때 (보수) 재구성의 핵심적 사항은 많은 부분 도덕적 보수나 서민적 보수가 차지해야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권기돈 교수는 '한국 보수의 문제점'에 관한 질문에 "어떤 이념적인 시대착오성보다는 스타일이나 태도상의 시대착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진보 정치권을 향해 "운동권 출신의 수구 진보 쪽 사람들은 보수세력을 도덕적 악으로 본다. 협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실제 자기모순이 있다. 태영호 공사도 '대한민국 민주화 세력들이 인권에 관해 아주 사소한 건 따지면서 인권에 대한 주장이 38선 앞에서 멈춘다'고 말했다. 자유의 가치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자유를 말한다. 그게 어떤 공간내에서 적용되고 다른 데는 되지 않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중도 보수의 정체성 비판과 관련해 박 교수는 "우리가 중도란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중도는 이쪽과 저쪽의 중도를 합치는 게 아니다. 중도는 우리가 가야할 길목을 지켜서 오른쪽이나 왼쪽의 큰 흐름을 적중하게 하는 것이다. 중용의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대담에서 박 교수는 정치에 대한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제가 정치를 하기 위해 이것(책 출간)을 하는 게 아니라 치어리더하기 위해서 한다. 내가 속해있는 곳이 기본적으로 보수 진영이기 때문에 공적 열정을 갖고 있다. 보수를 재구성하고 제대로 된 대안세력을 만드는 데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는 건 제 임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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