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사주는 누나'와 '맥주 잘 사주는 형님'과 국회 정상화 가교 역할 자처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이인영 원내대표를 만났는데 (나경원 원내대표께서) '밥 잘 사주시는 누님' 하시니까 제가 '맥주 잘 사주시는 형님'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16일 오전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각각 예방해 훈훈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크게 친분이 없던 오 원내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형님, 동생'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또한, 오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시절 함께 활동했던 인연이 있는 나 원내대표와 유쾌한 분위기에서 덕담을 주고받았다.
◆ 이인영 "형 노릇, 기꺼이 하겠다"
이날 오 원내대표의 거대양당 원내대표 예방은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오 원내대표에게 "20대 국회 4년차 키맨이 등장했다고 생각해서 많이 경청하겠다"고 격려했다.
이에 오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극한 대치로 장외로 나갔는데, 다시 들어오도록 하는데는 이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 원내대표가 '맥주 잘 사주는 형님'으로 자리를 만들어 주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야할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 과정에서 양당 원내대표를 오가며 연락을 취하는 심부름을 잘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와 함께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저에게 국민의 말씀을 잘 들으면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가 되겠다고 말했는데, 저보다 더 오 원내대표한테 밥을 사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오 원내대표가 젊은 힘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국회가 정상화되는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언제든 격없이 만나고, 호프타임도 좋고 경우에 따라선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열린 공간 속에서 선배들과 새로운 국회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이 원내대표는 "형 노릇 하셔야죠"라는 오 원내대표의 말에 "기꺼이 하겠다"고 답하며 함께 웃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회담을 마치고 나온 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다 확정됐다"며 "민주당에서 먼저 손 좀 내밀어달라, 한국당도 조건 없이 들어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 나경원 "오신환은 보궐선거 동지, 국회 본연 역할 중요"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에서 보궐선거를 통해 인연을 맺은 오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반가운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나 원내대표는 "오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바른미래당이) 야당으로서의 제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며 "의회에서 잘못된 부분을 견제하는 데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환영했다.
오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는 사실 제가 국회에 들어올 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자신의 선거처럼 뛰어줬던 분이다. 저로서는 굉장히 의미 있는 분"이라며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무리하게 한 부분은 사과하고, 나 원내대표가 흔쾌히 받아주면 국회 정상화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나 원내대표는 "오 원내대표는 지금 바른미래당에서 굉장히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번 국회가 파국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바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우리가 국회를 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잘 열어서 국회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오 원내대표는 이동섭 원내수석부대표를 소개하면서 "제가 나경원·이인영 원내대표보다 막내라서 원내수석부대표 만큼은 최고 형님을 모셔야겠다"며 "오늘로써 어찌보면 교섭단체 세팅이 끝났다. 하루 빨리 복귀를 기대하고 두 분이 소통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제가 어느새 왕누나가 됐다. 정양석 수석부대표가 염색하라고 했었는데 국회가 어려워서 할 시간도 없었다"며 "국회가 잘 되면 빨리 하겠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예방에서 오 원대대표는 두 원내대표들에게 국회 정상화의 시급함을 알리고 양 당이 화해할 것을 적극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막내니까 뛰어다니면서 할 것이다. 현재 민생현안들에 대해 두 분 모두 동의하고, 절박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어 잘 만들어지면 정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패스트트랙 강행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와 관련해 "특별한 반응이 있진 않았다"며 "그 외에 한국당이 제안하는 조건들이 있었는데, 깊게 논의하진 않았고, (국회를) 빨리 정상화해야 된다는 데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로 밝은 분위기 속에 마무리된 이날 예방을 계기로 여야 3당 교섭단체 대표 회동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 원내대표는 "조건 없이 티타임이라도 하자, 만나야한다"고 대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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