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산적한 과제…'손학규 지도부 퇴진'부터 주목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의 신임 원내대표로 '젊은 리더' 오신환 의원이 선출됐다. 48세 젊은 재선 의원 오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출신으로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으로 일해왔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있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의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가 사보임돼 당 지도부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당 자강과 총선 승리를 목표로 바른정당계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계 의원들의 마음을 얻어 24명의 활동 의원들 중 과반을 득표하고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오 원내대표는 당장 기뻐할 새도 없이 안팎으로 산적한 갈등과 혼란을 해결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 끝나지 않은 내홍…'지도부 사퇴' 정면 승부
오 원내대표는 후보 출마 선언부터 일관되게 '손학규 대표 지도부의 즉각 퇴진'을 주장해왔다. 현재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엔 하태경·권은희·이준석 최고위원이 한 달 넘게 최고위원회의 보이콧을 이어오고 있다. 손 대표는 당 안팎의 강한 사퇴요구에도 움직이지 않고 있으며, 최근 당 대표를 향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은 정무직 당직자 13명을 해촉하기도 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변화의 첫 걸음은 현 지도부 체제의 전환"이라며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의원단 워크숍을 개최하고 총의를 모아 손 대표를 뵙고 간곡한 충언을 말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 이후의 당 운영 계획을 놓고선 "결정된 바는 없다. 김성식 의원이 제안한 혁신위원회가 있고, 다른 한쪽에선 즉각적인 퇴진과 비대위 체제를 말하기도 한다. 제 3의 방법으로 새로운 일신면모를 가져야 된다고도 한다"며 "모든 의견을 조율해 당의 미래를 논의하는 마음으로 의원들과 상의하고 당내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오 원내대표는 지도부 체제 전환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손 대표를 지지하고 김 의원에 표를 던졌던 다른 의원들과의 화합 문제가 남아 있다. 자칫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오 원내대표는 "저는 그렇게 과격하거나, 극단적이고 비합리적인 사람이 아니"라며 "당 의원이 24분 계시지만 두 배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진 의원들을 찾아뵙고 당이 자강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당내 갈등이 최대치로 증폭됐던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철회와 관련한 입장도 재차 설명했다. 당시 사보임 문제는 당내 국민의당계 의원들도 반대 의사를 개진해 당 지도부를 향한 압박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그는 "고민해보겠다. 국민들께서 인식할 수 있는 정상화라는 개념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도 분명히 말했고, 당사자가 권은희 의원과 저이기 때문에 다른 의원들과 이야기해서 '정상화'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형태로 해 보겠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도 불법이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저는 헌법재판소에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 심판을 신청해놨다. 법률적 판단이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국회는 정치의 장이다. 이견과 갈등이 있을 수있는데 우리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자꾸 사법부의 손을 빌리는 건 좋지 않은 행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저의 사보임 과정에서 너무나 억울했고 부당하다고 판단돼서 불가피하게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 가처분신청을) 했는데 그것은 그것대로 될 것이고 저는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계가 특히 요구했던 '안철수-유승민 연합전선'과 관련해 "유승민, 안철수 두 분이 당을 창당한 창업주로서 책임감이 그 이전보다 커졌다 생각한다"며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해서 의견이 발현될 수 있도록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젊은 리더' 오신환…'캐스팅보트' 존재감 드러낼까
오 원내대표는 앞으로 이인영(3선)·나경원(4선)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 정상화와 민생 현안을 놓고 협상을 이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선수가 적고 젊은 오 원내대표가 제3당으로서 협상력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와 관련해 "국회의원들이 그 지역의 대표성을 선수로 인정받진 않는다"며 "저는 원내대표로서 당당하게 강한 야당으로, 합리적 대안정당으로 양극단의 대립 가운데 바른미래당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역할하겠다"고 확신을 드러냈다.
이어 "중재자·조정자라는 건 어느 쪽에 편들지 않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절대 조정되거나 중재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제 3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끌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끌려가는 제3당이 아니라 국회를 주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황교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1대1 회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선 "청와대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열고 또 국회를 정상화하길 바란다면 형식이 뭐가 필요한가"라며 "저는 제3당의 신임 원내대표로서 충분히 양해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당의 조건 없는 국회 복귀가 전제되면 두 분이 만나는 걸 누가 반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본질과 내용에 있어서 국회 정상화라는 진정성을 갖는다면 뭐가 중요한가 싶다"며 "한국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영수회담을) 악용하지 말고 대화하겠다고 먼저 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외에도 빠른 시일 내에 의원단 워크숍과 당직 인선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당 내홍을 잠재워 당 결합력을 강화, 총선을 준비하는 동시에 신임 원내대표로서 국회 현안을 처리하는 과제를 받은 오 원내대표가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편 오 원내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예체능계 출신이다. 서울 관악구을에서 19·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바른정당 원내대표로서 국민의당과 통합을 추진해온 오 의원은 바른미래당 사무총장과 국회 사개특위 간사로 의정활동을 해왔다. 바른미래당 3대 원내대표 선거에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안철수계 의원들의 지지로 과반을 득표해 선출됐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