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퇴진 문제 본격화…"의원들 총의 모아 전달할 것"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보내주신 선택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인지 깊이 새기겠습니다. 당선됐음에도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없는 건 의원님들과 똑같은 심정입니다."
다소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오신환 신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말을이어나갔다. 의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기쁜 내색을 하는 이도 없었다.
15일 오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24인의 투표로 오신환 의원이 김성식 의원을 누르고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바른정당 출신인 오 신임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으로 계파간 단합에 앞장서기도 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면서 당내 갈등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고, 전임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퇴와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갈등은 우선 봉합됐다.
특히 오 원내대표는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결의한 화합과 자강의 길을 가기 위해 지난 과거 바른미래당으로 통합하고 나서 의원들께 보였던 진정성으로 변함없이 최선을 다해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국회가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제가 김관영 원내대표만큼 협상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뛰고, 단순히 끌려가는 게 아니라 힘있는 강한 야당으로 대안을 제시해 국회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당으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번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거는 지도부와 호남계 의원들이 지지하는 김성식 의원과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지지하는 오신환 후보로 나뉘어 있었다. 캐스팅보트를 쥔 안철수계 의원들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오 의원은 출마 선언 때부터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공약으로 주장해왔다.
이날 정견발표에서 오 의원은 "이대로 계속 가면 낭떠러지인 줄 알면서도 당원들, 출마자들에게 계속 가서 죽자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겠나"라며 "그래서 당 활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손학규 대표님께 용단을 내려달라는 충언을 드린 것이고 그 외에 어떤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오히려 인간적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짧은 운동 기간이었지만 절박한 마음으로 돌았다. 기회를 달라. 일할수 있도록 해달라. 젊은 리더의 혁신을 도와달라. 제 손 한번 꼭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당내 의원들의 표심은 '손학규 지도부 퇴진'을 강하게 피력한 오 후보로 향한 듯 했다.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면 개표를 중단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선거 규칙에 따라 개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신환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결정됐다. 손 대표와 김 전 원내대표는 일어나 오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눴다. 의원들의 박수가 이어졌지만, 내홍의 여파 때문인지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오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탄력근로제·최저임금 법안 등 민생경제 법안 마련을 국회 정상화와 함께 약속했다. 또한 "청와대가 자유한국당과 영수 회담 관련해 더이상 국민들에게 얼굴 찌푸리는 일은 그만뒀으면 좋겠다"며 "5대 1이면 어떻고 1대 1이면 어떻나. 방식을 따지지 말고 국회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그는 바로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일부 밝히기도 했다. 특히 당 내홍을 다시 유발할 수 있는 손학규 지도부의 퇴진 문제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의원단의 워크숍을 개최하고 총의를 모아서 손 대표님을 만나 뵙고 간곡한 충언을 말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 결정에 있어 손 대표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의 판단 기준은 이거(손 대표 퇴진 문제)라고 본다"라며 사실상 손 대표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이후 계획과 관련해선 "지금은 어느 것 하나 결정된 게 없다. 모든 의견을 조율하고 오늘부터 며칠간 쉬지 않고 의원들을 만나 의논하고 지역위원장들, 당내 구성원들 당직자들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패스트트랙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오 원내대표는 사개특위 위원에서 사보임을 겪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될 패스트트랙 논의를 놓고 오 원내대표는 "제가 비법조인임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원으로 일하면서 검찰 개혁만큼은 반드시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의정활동을 해왔다"며 "지금 법무부 장관이나 조국 민정수석, 문무일 검찰총장 등이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는데 저는 정말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매듭을 국회에서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