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겸허한 자세 가져야"…'독재자' 질문엔 감정 격한 모습 보이기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국내 언론과의 첫 대담에서 국정운영 방향과 비판에 대한 반성과 반박 등 감정까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했다. 이번 대담은 송현정 KBS 기자와 문 대통령의 1:1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와 방송사 측은 사전에 질문과 관련해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후 첫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80여분간 외교·안보, 국내 정치, 경제, 사회, 민생 등 현안 전반에 대해 가감 없이 생각을 밝혔다.
◆ 단거리 미사일 발사 北에 경고 '눈길'
우선 이날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한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게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협상이나 대화가 어렵다고 북한 측에 경고하고 싶다"며 "이런 식으로 북한의 의도를 여러 가지로 해석하게 만들고 우려하게 만들고 협상에 찬물 끼얹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북한 측에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4시 29분과 4시 49분께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각각 1발씩 2발을 동쪽방향으로 발사했고, 추정 비행거리는 각각 420여km, 270여km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에는 고도가 낮았고 사거리가 짧아서 미사일로 단정하기 이르다 봤다. 한미 양국이 분석 중"이라면서도 "오늘은 발사 고도는 낮았지만, 사거리가 길어 단거리 미사일로 일단 추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것이고, 그 전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했을 때 문제 삼은 적 없다"면서도 "그러나 단거리라 할지라도 탄도미사일일 경우 안보리 위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단호한 경고 메시지 배경에는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동력 상실과 북을 향한 우리 국민의 반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이 그간 북한에 너무 저자세를 보인다는 비판을 잠재우고 우리나라 안보를 최우선시한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다만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북한은 로우키(low-key·절제된)로 발표했고, 발사의 방향이나 지역도 미국이나 일본, 한국에 직접적 위협은 되지 않는 방식으로 발사했기 때문에 북한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서 판을 깨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 '인사 검증 부실 논란' 靑 방어막…'독재자'엔 쓴웃음
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인사 검증 논란에 대해서도 속내를 털어놨다. 청와대는 각종 비위 의혹과 논란에 휩싸였던 3.8 개각 후보자들과 주식 과다 보유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인사 검증이 부실했다며 야권의 거센 공세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선 인사 실패다. 심하게는 인사 참사라고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지금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서 장관님들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어느 정도 해왔다고 하면 내각이 잘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임명된 장관들이 잘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사실패일 것인데 잘하고 있다면 실패일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검증부터 국회 청문회까지 전체가 하나의 검증 과정인데, 청와대 검증이 완전할 수 없다. 짧은 기간 동안 한 검증이 어떻게 완벽하겠나. 그래서 인사청문회도 있는 것"이라며 "전체 과정에서 검증되는 것을 보고 대통령이 판단해서 임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청와대 검증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고 해서 검증 실패나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지적은 알고 그 점은 인정한다" "보다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있고 여러 노력한다는 걸 말하고 싶다"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겠다"며 여러 차례 인사 검증 강화의 뜻을 강조했다.
대담 중 진행자의 현안 관련 질문에 신중하면서도 또박또박 답변했던 문 대통령은 패스트트랙 사태 과정에서 한국당이 '독재자'라고 비난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답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또 '독재자 말을 들었을때 어떤 느낌이었나'라는 물음에 "촛불민심에서 탄생한 정부가 지금 가장 독재를 한다고 하면, 여기에 색깔론을 더해서 좌파독재 이렇게 규정하는 것은 참,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답변하면서 말을 더듬거렸는데, 그만큼 감정이 격해진 것으로 보인다.
◆ "겸허한 자세 가져야"…개혁 대상 검찰에 '단호'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 의지를 재천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개혁을 완수할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 개진에 대해서는 이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분명하게 검찰에 말하고 싶은 것은 공수처 설립이나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사정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의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이라며 "검찰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놓쳐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이 개혁의 당사자고, '셀프개혁'은 안 된다는 게 국민의 보편적 생각이므로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함과 동시 검찰 내부 반발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다만 "검찰의 피의자 신분조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은 사실 검찰로서는 우려를 표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피의자신문조서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신문하여 진술 내용을 기록한 문서로 경찰 조서와 달리 재판에서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증거로 인정된다.
문 대통령은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필요하지만, 우리 사법체계가 그 단계까지 충분히 준비됐느냐는 더 논의가 필요하고 법원 측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고 다양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아픈 손가락' 경제·일자리, 낙관론…최저임금 '속도조절' 힘 실어
대체로 취임 이후 2년 동안 경제와 일자리 부분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문 대통령은 경제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표정이 굳었다. 경제 관련 질문에 앞서 나온 시민들의 인터뷰 가운데서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 시간이 줄었다거나 인건비 지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경제와 고용에 관련해서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1분기 -0.3%, 경제는 괜찮은 것인가'의 물음에 "걱정되는 부분"이라면서도 "3월에는 저성장 원인이었던 수출 부진 및 투자 부진이 서서히 좋아지는 추세다. 정부나 한국은행에서는 2분기부터 좋아져 하반기에는 중후반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실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는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에 "우리가 분명하게 인정해야 할 것은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가 크게 성공 거두었다는 것이다. 작년에 우리가 소득 3만불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7번째로 3만불 이상 크랩에 가입하게 됐다. 경제 성공은 우리가 인정하고 자부심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국민들에게 고르게 배분되지 않고 있어 양극화가 심하고, 낮은 계층 소득 늘지 않아 해결이 안 되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도 똑같은 인식하고 아픔 느끼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용과 관련해선 "고용증가수가 10만명 밑으로 떨어졌는데 3월은 다시 25만명 수준으로 높아졌고 정부는 그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초 경제계획 상으로는 올해 고용 증가를 15만 명 정도로 잡았는데 지금은 20만 명 정도로 상향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에 관한 질문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이 무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때 공약이 2020년까지 1만 원이었다고 해서 그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한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