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도 하락" vs "실무진 협상진행 중"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이란이 2015년 미국과 체결했던 핵 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일부 내용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북핵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지난 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에서 핵합의 일부 불이행의사를 밝히면서 유럽과 미국에 "60일 내에 금융, 원유수출의 정상화 조치가 없으면 우랴늄을 농축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한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한 지 1년 만이다. 또,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항공모함과 폭격기를 중동 지역에 배치하기로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유럽순방 중인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독일 방문을 취소하고 중동행에 나섰다. 그는 이란의 근접국가인 이라크를 방문해 상황관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란의 핵개발 재개는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의 관심이 이란으로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해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핵 협상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은 물론, 닷새 만인 9일 또 다시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이런 북한의 잇단 도발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위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 핵 위기가 미국의 북핵 협상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미국의 관심이 급속하게 이란 문제로 쏠려 들어갈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여력이 소진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트럼프 입장에서 북한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별다른 영향을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현재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하고 있고, 실무진 차원에서는 계속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박재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이란쪽에 집중할 거라고 나오는데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미국 국무성은 인력이 부족한 조직도 아니고 비건과 같은 실무진이 이란 핵협상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 북핵 협상의 현 상황은 톱다운(Top-down)보다는 실무차원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라며 "그렇다면 그 실무진들은 이란관계와 상관 없는 인물들"이라고 덧붙였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오히려 트럼프 입장에서는 북한문제에 공을 더 들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쪽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힘들어지니 북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정치전문지 '더힐'은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위기를 대상으로 '저글링(곡예를한다는 뜻)'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더힐'은 패트릭 새너핸 미 국방부장관 대행을 인용해 "북한문제에 대해 외교적인 해법을 위한 우리의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