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정치 '실종' 20대 국회, 계류법안 1만3000여 건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의회 정치' 실종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연초부터 극심한 정쟁으로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받았던 국회는 최근 선거제·사법 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이어가며, 멈춰서있다.
국회는 입법, 국가 재정 심의, 국정감사를 통한 행정부·사법부 감시, 외교 활동 등 국가운영에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국회에서 낡은 법을 바꾸고, 새로운 법을 만드는 일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20대 국회 입법 성적표 '낙제점'
하지만 입법 활동과 관련한 20대 국회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이다. 지난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은 1만3560건이다. 20대 국회가 지난 3년 간 가결시킨 법안은 2160건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들어 국회에서 처리한 의안은 ▲국회법 개정안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 162건뿐이다.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과 21대 총선(2020년 4월 15일)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0대 국회가 남은 임기동안 산적하게 쌓인 법안들을 제대로 처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4월 국회가 7일 '빈손'으로 끝날 예정인 가운데 5월 국회 의사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제출한 강원 산불과 포항 지진 등 국민의 안전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안은 아직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또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도 계도기간이 끝난 지 한 달이나 지났고,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시한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이에 따라 두 법안의 개정 지연에 따른 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외에도 청년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 사회·경제적 지원을 위한 '청년기본법', 소방관 처우개선과 국민의 안전권 보장을 위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에 오른 '유치원 3법' 처리도 진전이 없다.
◆추경안·근로제·최저임금법 등 논의조차 못해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민생을 챙기는데 힘을 모아야 할 국회가 파행과 대치의 모습만 보여드려 면목이 없다"며 "국민들의 안전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안, 각종 노동관계법 등 산적한 민생 경제 법안 심의가 시급하다. 한국당이 내일부터 추경안 및 민생관련 법안 심의에 나서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은 국회를 떠나 전국을 돌며 선거제·사법 개혁안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민생경제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법이 곧 민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생파탄이다. 모두가 다 알고 있다"며 "패스트트랙만 철회되면 우리 당이 주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폐기 3법', '국민부담경감 3법'을 처리할 수 있다"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여당인 민주당이 책임의식을 갖고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와서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며 "말로만 '국회로 돌아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여당 지도부가 한국당을 찾아가서 몇 시간 동안 쓴 소리를 듣더라도 적극적으로 대화 해 야당을 설득하고, 절충안을 제시하며 풀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국회의 일원으로서 소명을 다해야 한다"며 "장외투쟁 등 극렬한 저항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경제를 위해서 헌신하고, 민생과 개혁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국회로 돌아와서 민생과 개혁에 대한 내용들이 여야 합의처리 될 수 있도록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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