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경찰에 신고까지…한국당 의원들, 의원실 안쪽서 '소파 버티기'
[더팩트|국회=이원석·문혜현 기자] "감금된 상태다." 창문 사이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25일 오후 채 의원은 의원실로 몰려든 취재진을 향해 창문을 열고 자신의 상황을 이같이 밝히며 답답해 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인 채 의원의 참석을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실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채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로부터 감금(?)된 지 6시간 만에 가까스로 나왔다. 한국당 민경욱, 여상규 의원 등 11명은 오신환 의원 대신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된 채 의원의 회의 출석을 소파와 몸으로 장시간 막아섰다.
한국당 의원들의 점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출입이 막힌 채 의원은 의원실에 난 작은 창문으로 취재진을 향해 "(한국당 의원들이) 완전히 소파로 문을 막아 열수도 없고 밖에서도 밀어서 열 수가 없다"며 "감금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채 의원은 "사개특위 관련한 법안을 민주당과 논의중인데 제가 참석해서 논의해야 합의안이 도출돼 다시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텐데 감금 상태라 둘 다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상정안은 이날까지 여야 합의를 거쳐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서 논의돼야 한다. 패스트트랙 반대 의견을 나타낸 오신환 의원을 채 의원으로 교체한 바른미래당은 표결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점거 농성으로 회의가 지연됐다.
국회 보좌진을 통해 전해진 내부 영상 속엔 의원실 안 소파를 문 쪽으로 밀고 앉아 채 의원의 이동을 막고 있는 민경욱·여상규·백승주·김종배 의원 등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영상 속에서 채 의원은 정갑윤 부의장과 몸싸움을 벌이는 듯한 장면도 나타났다. 또, 김정재 의원은 채 의원이 "여자 의원님이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하자 "여자 남자가 어디있나. 나는 성추행이라고 하지 않을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채 의원은 "지금 전혀 법안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한국당 의원들이 나가주셔야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 의원들이) 협조하지 않고 있고 힘으로 되지 않아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갈 수 있도록 경찰과 소방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오후 1시께 채 의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5명 및 소방 인력 다수는 채이배 의원실에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채 의원실 안에 들어갔지만 채 의원이 갇혀 있는 사무실 진입엔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 인력은 만일을 대비해 창문이 난 의원회관 외부 통로에서 상황을 주시했다.
채 의원이 창문을 뜯어서라도 탈출을 시도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합의 끝에 채 의원의 길을 터줬다. 밀려드는 취재진을 뚫고 나타난 채 의원은 서둘러 운영위원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사개특위 논의에 앞서 채 의원은 "제가 수차례 문으로 나가려는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이 있었고 절대 한국당 의원들이 길을 열어주지 않아 결국 경찰과 소방서에 구조 요청을 한 것"이라며 "우리 사법개혁을 위한 법안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하고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을 위해 논의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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