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주목 끌기"
[더팩트ㅣ서울 하얏트호텔=박재우 기자] 미국 전문가들은 '북러정상회담'의 배경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주목 끌기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23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존 박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 연구원 등이 이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19: 한국의 결정'에 참석해 이같이 언급했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북러정상회담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4~25일 사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부분은 북러정상회담의 목적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의 진입이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로 바라봤다.
먼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은 하노이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에 대체적으로 압박할 수단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북러정상회담의 배경에 대해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면서 미국에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경제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행보"라며 "특히 최근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정치적 고립을 타개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러시아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정상회담에 응한 것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 북한 문제에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과시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러시아 전문가로 알려진 버시바우 전 미 대사는 "북러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 향후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북러정상회담의 중요도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그는 "어쩌면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정치적인 지원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라며 "북한에게도 우방국가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미국을 경제 제재완화를 압박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역할에 대해 제한적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러시아 같은 경우에는 어떠한 지원을 약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 왜냐하면 러시아는 지금까지 핵 비확산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지지자였고, 제재조치와 관련해 미국과의 약속을 깬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버시바우 전 대사는 "북한은 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향후 북미협상이 이뤄진 뒤에 러시아로부터 경제 지원을 원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미 테리 CSIS 연구위원도 북한의 의도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출구전략으로 거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라 고 해석했다.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진 존박 하버드 대학교 캐네디 스쿨 연구원은 북한의 북러정상회담 의도에 대해 ▲제재완화의 흐름 ▲'톱다운(Top-down)' 방식의 외교 두가지 측면을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재완화 관련해서 러시아를 역내 파트너 국가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톱다운 방식에 대해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실추된 김 위원장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의도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개입이 한반도정세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