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먼 길…지친 분들 위로 됐으면"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22일 닷새 앞으로 다가온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현실적 우려를 털어놓았다. 북한의 참여 없이 남한의 반쪽 행사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연출자로서 고뇌이다.
탁 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공연의 제목은 '먼, 길'"이라며 "멀지만 가야 할 길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했다.
탁 위원에 따르면 이번 판문점 행사에는 정전 이후 처음으로 남한을 비롯한 미·중·일 등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평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한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만나 서로의 손을 처음 잡았던 장소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1번 프렐류드가 연주된다. 또 어렵게 참여를 결정한 일본의 아티스트들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를 연주한다.
도보다리 위에서는 바흐의 샤콘느가, 의장대를 사열했던 장소에서는 G선상의 아리아가 중국계 첼리스트와 한국 첼리스트들의 협연으로 연주된다. 그리고 우리 작곡가, 가수들이 참여하는 특별한 무대들이 함께 준비되고 있다.
탁 위원은 "해외의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한국은 안전하냐?'였다"면서 "정치·외교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는 것과 함께 각국의 시민들과 예술가들에게 우리의 상황과 도움, 든든한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 연출적으로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상징적인 음악과 레퍼토리로 접근해야 하며, 동시에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다시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그려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개별적인 공연들이 판문점 안의 여러 장소에서 각각의 의미를 담아 연주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행사 참석이 불투명해 '반쪽 행사' 우려에 대한 연출자로서의 고민도 내비쳤다. 우리 정부가 북측 참여 여부에 대한 사전 교감 없이 행사를 추진한 것을 밝히면서 단독 행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늘 관객의 기대가 공연의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잘 준비된 연출도 기획도, 관객의 기대, 두근거림과 떨림이 없다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상황은 쉽지가 않다"고 했다.
이어 "북측의 예술단 방문과 남측 예술단의 답방 공연, 판문점 선언과 평양선언, 지난 한 해 우리 국민들 모두가 따뜻한 봄과 결실의 가을을 고대해왔기 때문에,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미회담 이후 어려워진 상황과 쉽지않은 여정에 대해 이해는 가지만 답답한 심정"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반쪽짜리 행사'라는 당연한 우려가 나올 것이 뻔한 행사를 기획하고 연출한다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백하자면 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몇번이나 고민하고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 판문점 선언의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지난 한 해 우리의 노력과 함께했던 의미있는 진전을 뒤로 물리는 것이 되는 것이며, 금새 몇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고 적었다.
그는 "먼 길이니 그만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먼, 길이지만 그래도 가야 할 것인지 우리 국민들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미 그 먼 길에 올랐는지도 모르겠다"면서 "그래서 연출가로서는 이 행사가 지금 그 길 위에서 지친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통일부는 전날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평화 퍼포먼스' 행사를 오는 27일 오후 7시부터 판문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