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내홍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손학규 대표에게 '찌질하다'고 한 발언으로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이언주 의원은 의원총회장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하는 굴욕을 맛봤습니다. KT 아현지사 화재 청문회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다소 이상한 연기 요청에 시작부터 삐걱댔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년 총선 목표는 240석"이라고 했다가 '오만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KT특혜 채용 질의를 막아라?… '동명이인' 김성태의 처절한 방어전(?)
[더팩트|정리=이원석 기자] -바른미래당이 분열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선 모습입니다. 선거제 개편 패스트 트랙, 손학규 대표의 사퇴 등을 놓고 의견이 갈려 강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런 바른미래당이 지난 18일엔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이곳에서 그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습이었습니다. 회의장에선 고성이 터졌고, 긴 시간의 토론에도 아무런 결론이 나지 못했습니다. 또 의원총회에 환영받지 못한 한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도 있었는데요, 이 얘기부터 먼저 해보겠습니다.
◆'제대로 뿔난' 이언주 의원…의총 입장 저지에 "니네 수장이 누구야?"
-의원총회장에서 잔뜩 화가 난 이언주 의원의 모습이 포착됐다고 하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패스트트랙 논의를 표결에 부치기 위해 의원총회가 소집된 지난 18일, 회의장에 입장하려던 이언주 의원을 당직자가 막아선 것인데요. 지난 4·3 재보궐 선거 당시 손학규 대표를 향해 '찌질이'라고 발언한 이 의원은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당에서 이 의원의 입장을 제한한 것이었습니다.
-화가 난 이 의원은 문 앞을 지키고 선 당직자를 향해 손가락을 세우며 고성을 질렀습니다. 당시 취재진은 회의장에서 약 20m가량 떨어진 곳에 대기하고 있었는데도 '쩌렁쩌렁'한 이 의원 목소리가 워낙 커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의원은 "이러려고 당원권을 정지했냐. 부끄러운 줄 알라. 뭐 하는 짓이냐 도대체! 누구한테 명령받았어? 니네 수장이 누구냐. 원내대표야?"라며 당직자에게 성을 냈습니다. 상당히 화가 많이 난 모습이었는데요, 하지만 당직자는 재차 "들어가실 수 없다"며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 이혜훈 의원이 등장했습니다. 당직자가 이혜훈 의원이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려고 하자 이언주 의원도 기습적으로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이를 당직자가 몸으로 저지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의원은 당직자를 밀어내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멀긴 했지만 기자들, 당직자들도 이를 다 지켜보고 있었고, 방송 카메라에도 그 때 장면들이 담겼는데요, 어떻게 보면 이 의원에겐 굴욕이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뚫고 들어간 이 의원 의지가 대단하군요(웃음). 회의장 내의 상황은 어땠다고 하나요?
-직접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의원 및 당직자들의 말에 의하면 그야말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고 합니다. 최근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민주평화당과의 '제3지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당계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충돌이 있지는 않을까 모두들 우려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제 회의장 내에서 고성이 오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이날도 결국 본래 목적이었던 패스트 트랙 논의는 표결에 부치지도 못한 채 3시간 동안 이어진 의총은 결국 끝났습니다. 이날 유승민 의원도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유 의원은 회의장을 나서면서 "지역당이 되겠다고 평화당과 합쳐서 호남 선거만 하겠다는 식으로 해선 살아날 수 없다고 본다"며 '제3지대론'에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유 의원은 지도부 사퇴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바른미래당 상황은 쉽사리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18일엔 안철수계 인사들이 모여 손 대표 사퇴 촉구에 대해 의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현재 외국에 있는 안 전 대표가 돌아와 유 의원과 손을 잡고 손 대표를 몰아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결국 당이 분열하게 될지, 아니면 서로 갈등을 풀고 함께 다시 방향을 찾아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청문회 지연시키던 김성태, 신경민에 꼬리 내린 사연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지난해 말 벌어졌던 KT 아현지사 화재 진상규명 및 대책 논의를 위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황창규 KT 회장까지 증인으로 출석한 청문회였는데요, 초반에 한국당이 회의 연기를 요청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고요? 한국당이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번 청문회는 벌써 두 번이나 연기됐었다가 겨우 열린 것이었는데요, 오전 10시 개의 예정이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약 20분 정도 지났을 때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홀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이 김성태 의원은 언론에 익숙한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아니라 동명이인 비례대표 김성태 의원입니다. 김성태 의원은 노웅래 위원장에게 회의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한국당이 회의 중이라면서요. 사전에 여야 간사들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데 합의를 했었는데, 유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을 이유로 불참하자 한국당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단 뜻이었습니다. 유 장관을 참석시키고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당은 황 회장보다도 유 장관에게 큰 책임이 있다는 입장인 것 같았습니다.
-근데 실제론 한국당이 회의를 막았던 이유가 그게 아니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건 어떤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한국당이 회의 진행을 막았던 것은 실제론 유 장관 불출석 때문이 아니라 최근 불거진 한국당 의원 일부의 특혜채용 의혹이 언급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지금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딸의 특혜채용 의혹을 받고 있죠? 검찰에서 수사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회의 연기를 요청하기 위해 홀로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냈던 한국당 간사 김성태 의원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속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김 의원은 '여당이 청문회 본질을 흐리려 하고 있다', '정부 여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KT 청문회를 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여당이 청문회 때 특혜채용 등과 관련된 질의를 할까 상당히 우려하면서 경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따라서 한국당은 청문회 범위에 대해서도 '아현지사 화재와 관련해서만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눈에 띄었던 게 김성태 의원의 표정이었는데요, 노 위원장과 여당 의원들 앞에 서서 표정은 정말 난감했지만 어떻게든 청문회 시작을 지연하려는 김 의원의 모습이 애처롭기도 했습니다.
-재밌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김 의원이 회의를 연기해야 하는 사유를 대면서 이날 새롭게 보임된 민주당의 신경민 의원에 대해서도 '기습적인 출석'이라며 부정적으로 표현을 했는데요, 이에 신 의원은 곧바로 "김 의원이 격하게 환영을 해줘서 대단히 고맙…지는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신 의원은 자신의 보임에 대해 음모를 제기한 김 의원 발언에 반발하면서 "사과하라"고 요구를 했습니다. 이후 김 의원이 이와 관련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자 신 의원은 또다시 "사과 안 하냐"고 캐물었습니다. 이에 신 의원의 눈도 마주치지 않던 김 의원은 계속되는 추궁에 마지못해 "환영한단 뜻"이라고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를 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회의는 결국 진행됐죠?
-네 아무래도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김 의원은 '조금만이라도 시간을 주면 설득해서 올 테니 잠시만 회의를 정회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약 10분 뒤 김 의원은 동료들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왔고 청문회는 정상 진행됐습니다. 여러모로 간사였던 김성태 의원, 공교롭게도 특혜채용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동명이인인데요, 김 의원이 방어전(?)을 치르느라 상당히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총선 목표 240석' 이해찬, 자신감의 근거?… "떨어지는 이유 모르겠어"
-17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총선 목표로 240석을 잡았다고 발언해 약간의 논란이 됐습니다. 야당에선 '오만하다'고 반발이 있었고 당 내부에서도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과연 이 대표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대표가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원외지역위원장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한 것이었는데요, 농담에 가까운 발언이기도 했습니다. 원외지역위원장들이 '모두' 당선될 경우를 가정한 발언이었고, 해당 발언 직후 원외지역위원장들이 웃음을 터트렸던 발언이었습니다. 물론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습니다. 이 대표는 해당 발언을 하면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근거도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선거에 나가면 당선돼야 한다. 나는 떨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는데요, 아마 6선인 이 대표였기에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웃음).
-근데 비슷한 발언을 과거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 대표의 발언은 김무성 당시 대표가 4년 전 했던 발언과 흡사했는데요, 당시 김 대표는 "야당 바꾸려면 어찌해야 되냐.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 무력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180석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대표는 "이 발언을 가지고 당내 일부 사람들이, 또 언론에서 '야당 분열하는 모습을 보고 김무성이가 오만해졌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와는 조금 반대이기도 했는데요, 오히려 '실제 목표가 아니라 좋은 분위기 속에서 농담식으로 한 말'이라고 해명하며 그렇게 해석한 언론을 향해 유감을 표한 민주당과 달리 김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발언이었음을 인식하면서도 "그렇지 않다"며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듯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물론 말한 의석수가 좀 차이는 있지만요.
-그렇군요. 재밌습니다. 한편으론 김 대표와 이 대표의 자신감의 차이가 60석이나 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웃음). 감사합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이효균 기자,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이덕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 이동률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