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2020 총선' 3당 교섭단체 정치인의 '솔직한 심정'

17일 한국정당학회 주최로 열린 미리보는 제21대 총선 : 쟁점, 전략 그리고 예측 토론회에선 금태섭 민주당·주광덕 자유한국당·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모여 총선을 앞둔 당내 상황에 대해 비판과 분석을 내놨다. /마포=문혜현 기자

'공천 파동 우려'·'보수 통합'·'정권 심판론' 두고 민주·한국·바른미래 '허심탄회' 토론

[더팩트|마포=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은 선거 전략보다 생존 문제가 먼저다."

"공천과 관련한 논쟁에서 민주당의 경우 큰 갈등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 선거는 문재인 정권의 심판론이 주요 요소로 등장할 거라고 본다."

20대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소속 세 의원이 모여 선거 국면의 정치 지형과 쟁점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금태섭·주광덕·하태경 의원이 2020년 총선 전망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공천 문제', '탄핵 이후 정치지형', '보수 통합'에 대한 의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17일 한국 정당학회 주최로 열린 '미리보는 제21대 총선 : 쟁점, 전략 그리고 예측' 토론회에선 손병권 중앙대 교수, 강우진 경북대 교수가 발제를 맡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주광덕 자유한국당,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 강원택 서울대 교수,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 20대 총선, 민주당에 실망한 표 한국당으로 간다?

이날 발제자들은 20대 총선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적 성격'이 있을 거라고 분석했다. 손병권 중앙대 교수는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 ▲인사 실책 ▲민주당의 20년 집권론과 김경수 지사 재판에 대한 사법부 비판을 쟁점으로 '부정적 정당 지지 성향'이 나타날 거라고 전망했다. '부정적 정당 지지 성향'은 여당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나타내는 여론이 야당을 지지햐는 성향으로 이어질 거라는 정치 이론이다.

실제 지난 4·3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 단일화로 직접 나서진 않았지만 범진보 진영의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한국당과 근소한 차이로 당선되면서 PK 지역 민심이 일부분 떠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부정적 지지정당 성향과 대립적 적대 구조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현재 보수 야당이 여당의 실망표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금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의 변화가 사실상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한국당이 탄핵을 거쳤지만 이것을 극복했느냐 평가는 (제가) 다른 당이지만 말할 수 있다"라면서 "다만 민주당이 '어차피 우리 당이 못한다고 하지만 설마 자유한국당으로 가겠느냐'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태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근 민주당에서 표출되고 있는 지나친 자신감을 경계하기도 했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에서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금 의원은 "어차피 정권에 대한 부정 평가가 있다면 야당이 얼마나 변화하느냐가 키포인트가 될 거라고 본다"며 "여당은 전통적인 적대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없는 상대를 만들어가면서 이런 구조를 유지했지만 국정 기조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변화'에 중점을 뒀다.

금태섭 의원은 총선을 앞둔 정당들의 변화에 중점을 두면서도 자당 공천에 있어서는 갈등의 여지가 크게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민주당에 실망한 표가 한국당으로 갈 거라는 오만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혜현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긍정 48%, 부정 46% 정도로 찬반 의견이 비슷하게 엇갈리고 있다. 금 의원은 "지금 어느 한쪽이 특별히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지만 결국 태도나 유연성이 유권자의 마음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비판적인 시선을 내보였다. 그는 먼저 "문재인 정권이 최근 인사 강행 등 국민 여론을 고려하지 않는 마이웨이를 보여준 이유를 방금 금 의원이 한 말을 듣고 알 것 같다. 우리(한국당)가 잘못해도 떠나간 표가 한국당으로 가지 않는다는 오기·오만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 의원은 "내년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5분의 3 지난 시점에서 치러진다. 조기 대선 후에 국민들은 새정부가 주장하고 약속한 것들에 대한 강력한 희망, 대단한 기대감을 가졌지만 지금 여론 조사 수치나 경제 성과, 현장에서 들려오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20대 청년들의 말을 들어보면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주장하면서도 다만 "한국당이 과연 대안 세력, 수권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느냐는 부분엔 저도 상당히 부족하다고 본다"고 자세를 낮췄다. 주 의원은 최근 불거진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의 '세월호 막말 논란'을 언급하며 "잊을만하면 터지는 국민에게 상처주는 일련의 불행한 행동들로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고 자당을 향한 부정 평가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혁신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만 일년 간 잘 준비한다면 저희는 조금 더 나아진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변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탄핵 이후 큰 변화가 없다는 부분을 인정하면서 남은 일년 간 잘 준비한다면 더 나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의지를 보였다. /문혜현 기자

◆정치권 관심 몰리는 '총선 공천'…계파 갈등 '악몽' 재현?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최근 여권에서 관심이 몰리고 있는 '공천' 문제에 대해선 갈등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이 당으로 복귀하고 이를 4선 이상의 비문 의원들이 경계하며 '공천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금 의원은 "과거에 비해서 민주당은 상당히 갈등의 요소가 없어졌다"며 "생각이 다른 분들이 많이 나가기도 했고 내부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다. 초선 의원들도 정치권 경험이 많아서 극단적인 갈등은 없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총선 전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 의원은 "치명적이긴 하지만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와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다수의 의견에 부합하기 때문에 공천 물갈이는 평소처럼 일어날 것 같다"며 "계파에 따른 결정이나 기준 없이 갈등이 있을 건 아니란 말씀"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주광덕 의원은 다른 의견을 보였다. 그는 "민주당에서 갈등 요소가 없다고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이) 정말 오만한 공천을 한 걸 보면 그 원인은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였다고 반론했다. 앞서 지난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 파동'으로 당내 계파에 의한 극심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주 의원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항상 대통령을 옹립하려는 패권 세력이 있어서 결국 공천을 실패한다. 국민들은 이점을 알고 비판하지만 결국 선거 국면에서는 대통령이 있는 정당이 불공정한 공천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는 총선을 위해선 현 체제로는 불가능하다며 손학규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문혜현 기자

◆ 지금 급한 건 '생존'…"제발 좀 물러나라" 성토한 하태경

이날 토론회에 뒤늦게 참석한 하태경 의원은 바른미래당 지도부 갈등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손학규 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그는 "우리 당이 실패한 이유는 어디에 고정 지지층을 잡아야 하는지 헤맸기 때문"이라며 '2030 지지층 공략'을 강조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금부터 추석 시기"라며 "하지만 지금 손 대표 체제로는 불가능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현재 하태경 의원과 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최고위 보이콧에 나선 상태다. 손학규 대표는 오는 주말까지 이들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보이콧 철회를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양측 간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분당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 의원은 "8개월 간 봤는데 손 대표가 지금 민주당에 가면 이해찬 대표보다 잘 할 것 같다. 한국당의 대표라면 잘할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당은 안 맞다"고 힐난했다. 이어 "우리 당은 치열하고 돌파해야하는데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다. 쟁점과 이슈가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추석까지 기다려달라? 그럼 당이 공중분해 된다"고 우려의 시선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계속해서 하 의원은 "우리 당은 지금 손학규 체제 이후에 어떤 체제가 들어서도 지금보다 더 낫다. 본인의 시대는 갔다. 왜 후배들의 앞길을 막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자강을 위해서는 호남과 연대할 경우 여권 공세를 못한다"며 "우리는 선명하고 강력한 정권 견제와 비판을 해야 한다. 또 깨끗하고, 대안을 제시해 응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추석"이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연신 "제발 좀 발목 좀 잡지 말라"고 말하며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최근 2030세대 지지층 확보를 주장하며 관련 정책 활동에 나서고 있는 하 의원은 "손 대표 체제가 이걸 따라오지도 못하고 당 밖의 다른 목소리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하는데 못 따라온다. 그래서 당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만 좀 물러가 주시라. 우리 다같이 총선에 갈 거다. 손 대표가 물러가면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도 물갈이 해서 올드보이 체제를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세 원내 정당의 목소리는 각각 달랐지만 탄핵 국면 이후의 정치 지형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촛불 혁명으로 무너진 전 정권의 그림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당의 모습을 대부분 전문가는 인정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과와 인사 논란에 대한 비판과 민주당의 자신감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을 금태섭 의원도 인식하고 있었다.

총선 이후 펼쳐진 다당제의 정치 체제를 '촛불 민심'의 결과라고 본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바른미래당의 내홍과 민주평화당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제3지대 논의'의 결과로 새로운 '제3당'이 나타날지는 '미지수'로 보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됐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보수의 통합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지금의 정치공학적인 상황과 인위적인 합당으로 유권자 선택을 강요하는 매커니즘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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