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 중재자 생각 없어…밖에서 이야기 말고 안에서 논의해야"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당 내홍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을 주축으로 한 '혁신위원회'를 제안했다 거절당했다. 정 의원은 "저와 이야기 나눈 게 없다. 당 지도부가 현 상황에 대한 진단, 분석, 타개 방안을 합의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지도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손 대표는 15일 김관영 원내대표, 김수민 청년위원장, 오신환 사무총장 세 사람만 참석한 최고위원회에서 "우리가 추상적으로 '보수다, 진보다' 싸우지 말고 바른미래당은 누구를 대변하려고 하는지, 바른미래당은 무엇과 싸우려고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며 "저는 이 일을 정병국 의원에게 부탁했다. 혁신위원회건, 제2창당위원회건 이름은 무엇을 갖다 써도 좋으니 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제대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개인적인 욕심이 없다. 우리는 새로운 정치를 위해 제3지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추석 때까지는 제3지대의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만약 그때까지 이를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당의 지지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며 사퇴 시기를 거론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 중인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을 설득하는 데도 실패했다. 때문에 이들과 이견을 좁힐 만한 적임자로 정 의원을 앞세워 내홍 수습을 시도했지만, 당사자는 현 상황에서 "중재자가 될 생각이 없다"고 발을 뺀 셈이다.
정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있고, 그들이 합의해야 한다"며 "지금 밖에 나가서 따로 이야기 할 상황이 아니다. 자기 이야기만 해서 되겠나"라고 지도부 전체를 비판했다.
그는 "지금 당이 정상은 아니다. 손 대표가 (재보선에서) 열심히 뛰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그렇다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며 "다만 왜 이런 지지율을 받았는지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서 당 소속원들한테 이야기해야 한다. 의원총회 때도 그렇게 하기로 해놓고 각자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손 대표와 보이콧 중인 최고위원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 '책임감'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추후 비대위원장직 요청이 들어올 경우 "할 수는 있다"며 여지를 뒀다.
그는 "누가 뭘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당 지도부 합의가 되고 비대위원장을 세우기로 했다면, 그 뒤로 어떤 역할을 해달라고 한다면 그걸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의 비판에도 당 지도부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태경 의원은 14일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지역위원장 연판장을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하 의원은 "과반수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 지역위원장 과반수면 임시 전당대회 소집 요건을 넘어 이미 현 지도부 불신임을 확인하는 숫자"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손 대표는 당의 근본적 쇄신을 위해 지도부 총사퇴 결단에 동참해주길 촉구한다"고 손 대표를 압박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 득표율 결과를 놓고 손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에서 손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보이콧을 '당론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 것을 두고 "당무 거부는 자주 있어온 저항의 수단"이라며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것이 고유한 권한으로 인정받으려면 최고위원이 회의에 가지 않고 당무 거부 정도는 당연히 권한의 범주 안에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손 대표는 27.02%,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은 각각 22.86%, 19.34%를 득표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며 "적어도 저희가 대표하는 당심이 이 정도는 될지언대, 해당 행위로 싸잡으실 일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최고위원은 "'나 아니면 대표할 사람이 누가 있냐', '당무 거부하면 해당 행위다' 등의 발언은 민주화의 지도자가 한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힐난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 간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대화의 길은 열리지 않고 있다. 손 대표가 '추석까지 당 지지율 10% 미달성 시 사퇴'라는 추가 카드를 꺼낸 가운데 각을 세우고 있는 지도부 인사들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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