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주식 과다 보유 논란' 쟁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잘 짜고 치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0일 국회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직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도 웃으며 "짜진 않았다"고 받아쳤다. 분위기는 밝았으나 박 의원의 한 마디엔 뼈가 있었다. 지나치게 후보자를 옹호하는 여당 의원의 질의를 비꼰 것으로 풀이됐다.
이날 오전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평생 법관으로 살아왔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이 후보자가 '35억 주식 논란'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었다. 이 후보자의 부부 재산 가운데 83%(35억4000여만 원)가 주식으로 확인됐으며 그 중 이 후보자 명의의 주식만 약 6억6000여만 원 상당이다. 특히 이 후보자 부부는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갖고 있었는데 이 후보자가 관련 재판을 맡았다는 의혹도 있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임명을 두고 청와대와 야당의 신경전이 거센 상황이어서 청문회장 공기는 더 차갑게 느껴졌다.
야당 의원들은 본 질의 시작 전부터 이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성실히 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고, 질의에 들어가서는 본격적으로 주식 논란에 대해 추궁했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특정 주식 집중 매수 이유를 물었고, 이 후보자는 "저는 재판 업무에 매진했고 재산과 관련해선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맡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 의원이 "본인은 전혀 몰랐냐. 그 점을 분명히 하라"고 하자 이 후보자는 침묵했다. 대부분 답변에서 이 후보자 목소리엔 힘이 없었고, 자신이 없는 듯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를 인식한 듯 이 후보자를 향해 직접 조언(?)을 건넸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질의 순서가 되자 "지금 많이 떨리냐. 후보자가 답하는 내용이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청문회는 후보자의 청문회지 후보자의 배우자의 청문회가 아니"라며 "본인이 정확히 관여한 부분은 관여했다, 남편이 한 내용은 남편이 했기 때문에 모른다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마치 질의가 아니라 '가이드'를 주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또 "저는 점잖게 물어보지만 제 뒤의 야당 의원들은 훨씬 더 예리하게 물어볼 것"이라며 "제 질의에 소신있게 얘기하지 못하면 야당 의원들이 할 때는 한마디도 못하고 호통만 당하게 된다"고 충고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후보자의) 가정교사냐"고 꼬집었다.
박지원 의원은 이 후보자를 향해 "차라리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처럼 주식 투자로 돈을 벌어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후보자가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보면 답변 유보 등 청문회를 의식한 기회주의적 답변을 하고 있다"며 "후보자가 낙태죄 폐지,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 최저임금 및 종교인 과세 답변, 특히 이미 사법적, 역사적 정치적 판단이 끝난 5.18 왜곡 폄훼 행위에 대한 답변까지 유보하고 있다. 이미 사법부의 판단이 끝난 사안에 대해서 답변을 유보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입장 밝히기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것을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후 박 의원은 이 후보자의 답변 태도와 관련해서도 "명확하게 답변하라. 자신 있게 답변해야 한다"며 "납득이 안 된다. 정확히 답변하라"고 지적했다.
한때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이 후보자를 향해 "법관은 주식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지적하자 여당 의원들은 "공정하게 진행하라"고 반발했다. 이로 인해 여야 의원들 간에 설전이 벌어졌고, 잠시 회의 진행이 중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