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손 대표 체제선 희망 없어…재신임 절차 밟아야"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 내에서 손학규 대표에 대한 재신임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3명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까지 불참하면서 '손학규 체제'에 대한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작 손 대표는 "의미 없다"며 오히려 "당 지도부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의도"를 언급하는 등 대립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바른 정당 출신 의원들의 복당 여부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을 영입해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는 '제삼지대'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내홍 여파로 정계개편이 시작될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8일 오전 국회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과 권은희 정책위의장 등 5명이 불참해 '반쪽짜리' 회의가 됐다.
이중 이준석·하태경·권은희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 체제에 반대하며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했다. 다만 이날 함께 불참한 김수민 최고위원과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개인적인 일정 때문인것으로 확인됐다.
손 대표는 이날 어수선한 회의 분위기를 인지한 듯 "오늘 최고위원들이 많이 못 나오셨다. 당내의원이나 지역위원장들, 당원들이 다음 선거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다음 총선은 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당내 일부 의원들이 제기하는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선 "지금 그만두면 누가 당 대표를 하나.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저놈 바꿔라'하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라며 "당세를 모아 한국당과 다시 통합한다는 말이 있는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손 대표는 또한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손학규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여러분들이 다 알지 않느냐"며 "어떻게 한국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당세를 모아 다시 (한국당과) 통합한다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하태경·이준석 위원 등은 SNS 글을 통해 보이콧 의지를분명히 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들의 촉구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홍은 장기화 흐름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재보선 결과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건 정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지도부 재신임 절차를 하거나 지도부 전체가 물러나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될 때까지 최고위 보이콧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태경·권은희 최고위원이 뜻을 함께하고 있지만 사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이라며 "다만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출신으로 갈린 것도 아니다. 대부분 (의견이) 비슷한 상황이다. 권은희 정책위의장과 김수민 의원도 안나왔다고 하는데 그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대위 체제로 간다면 위원장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 거론되는지에 대해서 이 위원은 "그거야말로 새롭게 공감대를 만들어야 할 부분"이라며 "그에 대해 섣불리 말하는 순간 (보이콧의) 진실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본다. 아직 제대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손 대표가 언급한 '손학규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 지적에 관해선 "자꾸 당 지도부를 쫓아낸다고 하시는데 저희가 지도부다. 지도부가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도부를 흔들려는 계략이라고 하는 것도 웃기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갈등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저희 이외에 (지도부에) 계류 중인 사람들도 지도부 전체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누가 봐도 정당에서 선거 끝나고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고 반박했다.
하태경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가 바른 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재신임 투표를 했듯이 손대표도 재신임을 통해 당원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선거 참패 후에 우리 지역위원장이나 당원 중에 손 대표 체제로 가면 당이 없어질 거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며 "당 지도부에 대한 쇄신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중심이 대표 문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최고위 보이콧을 결정하게 된 이유와 관련해 "우리 당에서 가장 급한 일이 지도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하지만 손 대표 이런 절박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않아 최고위원회의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가) 재신임 투표 카드를 던져서 재신임이 되면 그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안철수 전 대표도 바른 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할 때 전당원 투표를 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하면된다"며 "이걸 안 받아들이면 다른 방안이라도 내놔야 한다. 그냥 아무런 성찰 없이 뭉개고 지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 뿐 아니라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도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도 손 대표에 대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한다. 손 대표의 거취 문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 대표가 당 내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 자꾸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한국당과 통합하려고 하는 거다'라고 하면서 그들만 반대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데 그게 아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러한 가운데 혼란스러운 바른미래당을 호시탐탐 노리는 야당들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바른 정당 출신 의원들의 복당 여부에 관심이 몰리고 있고, 민주평화당에서도 제삼지대 구성을 위한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복당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당분간 손학규 당 대표와 지도부의 갈등 노선이 정계개편으로 이어질지 정치권은 촉각을 세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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