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통합 vs 연대 의견 분분 …바른미래당의 '제3의 길' 찾기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중심의 제3정치와 총선승리를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는 바른미래당의 당 활로에 대한 판이한 의견이 표출됐다. /국회=문혜현 기자

이준석 "통합, 정계개편 이야기는 모두 해당행위, 일벌백계해야"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최근의 당내 노선 갈등을 놓고 일부 인사는 '갈 사람은 가라', '한국당으로 가려고 저런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당 윤리위원회에서 일벌백계해야 한다. 지금 '선 자강 후 흩어짐'을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걸 고민하는 것조차 해당행위라고 본다."

"저는 보궐선거 한 곳에서의 결과를 놓고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이 잘했네, 내가 잘했네 따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다. 책임 공방보다는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총선에 임하는 전략과 노선을 놓고 생산적 논쟁으로 지금의 정치를 내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9일 오후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대비 전략과 당 활로를 두고 바른미래당 구성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최근 바른미래당은 4·3 재보궐 선거에서 낮은 성적으로 참패해 지도부 책임론을 놓고 격한 내홍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중심의 제3정치와 총선승리를 위한 과제' 토론회엔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최근 최고위 보이콧을 선언한 하태경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이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 박주선, 임재훈 의원 등 원내 인사들도 자리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바른미래당이 다음 총선에서 제3당으로 머무를 것을 생각하는게 아니다. 다당제에서 주축을 이루는 게 바른미래당의 목표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많은 분들이 바른미래당을 갖고 어떻게 선거를 치를 수 있겠나. 어떻게 바른미래당으로 총선에임할 수 있을지 상당히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고 당내 혼란을 인정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하시는데 결국은 양쪽으로 흡입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찍을 사람이 없는 사람들에게 찍을 사람이 있는 자리를 마련해줘야 하는 게 과제고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선 의원도 축사에 나서 "우리 당이 총성이 난무하고 화염에 휩싸여 있어 바른미래당이 존속할 수 있나, 해체하거나 소멸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인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융복합 시대에 정체성을 꼭 진보와 보수라는 잣대로만 재단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실용과 민생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중심의 제3정치와 총선승리를 위한 과제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은 재창당 혹은 정계개편 등을 주장하며 이견을 보였다. /문혜현 기자

◆ 바른미래 당 활로 놓고 '통합'·'총선 전 정계개편' 등 논의 나와

이날 토론회에선 당의 정치 세력 확대를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특히 정체성 등 바른미래당의 고질적인 문제와 더불어 총선을 앞두고 이뤄질 정계개편을 대비한 재창당,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 등의 주장이 나오면서 토론회 분위기는 고조되기 시작했다. 발제자와 토론자, 토론자와 토론자 사이에서도 통합과 연대에 대한 의견이 각자 달랐다.

먼저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수봉 '제 3의 길' 대표는 "올해 하반기 안에 재창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는 구도 싸움이다. 적폐청산구도와 반문구도가 팽팽하게 싸우다 점점 후자로 무게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최대 수혜자가 자한당이 된다면 그것은 역사의 후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촛불혁명이 제기한 국민적 요구를 더 정확히 대변하고 개혁을 끝까지 밀고가 정치적 구심을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동력이 바른미래당만으로는 어려운 상태"라며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들의 결집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 지도부가 되는 사람들은 집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이 없게 하고 3선 이상 의원들은 불출마하는 다짐을 내놓는 정치를 보여주자.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험지 출마를 각오해야 한다"며 "제3지대에 이슈형 정당을 창당하고 바른미래당과 뜻을 같이하는 정당들이 합당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근식 교수 "재창당 필요…'선 자강 후 연대' 해야"

토론자로 나선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내 갈등을 지적하며 과거 정당 이합집산의 사례를 들며 '선 자강, 후 연대', '느슨한 연대와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 교수는 4·3재보궐 선거 결과와 관련해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이 상태로는 총선을 치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점에 모두들 동의하기 때문에 총선 전략을 놓고 새로운 노선을 가지고 재창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1995년 YS 3당 합당 ▲2012년 문재인의 '혁신과 통합'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 창당, 바른미래당으로의 합당 사례를 들면서 "다당제는 힘들다. 내년 총선은 무조건 여야 싸움이 될것인데, 야권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네 번째 길도 있다. 선 자강 후 연대"라며 "총선 전에 이합집산은 불가피하다. 다만 이합집산은 연말에 가서 이뤄져도 충분하다. 그전까지 바른미래당은 자강을 먼저 강하게 하고 입지를 확보해 지지세력을 모아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총선에 임박해서는 어떻게 야권과 연대할까 고민해야 한다. 지금 와서 투항하거나 합당하는 것은 전술적으로나 시기적으로도 옳지 않다. 선 자강 후 연대라는 길을 제시한다"며 "우리 당의 합당 정신에 맞춰 한국당에게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안철수 전 대표도 국민이 부르면, 때가 되면 들어올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단일화 목적과 탄핵 세력과 결별하는 선명한 기치에만 공감하면 총선이 끝나고 나서 떠날 사람은 떠나는 '떳다방' 같은 정당이 우리 정서에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다른 토론자들의 정계개편 요구를 해당행위라고 규정하며 비판했다. /더팩트 DB

◆ 이준석 "정개계편 논의 자체가 해당행위…윤리위 제소해야"

토론회 분위기가 당 재창당과 한국당과의 연대, 정계개편 가능성 등으로 기울자 이준석 최고위원은 비판적인 시각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 위원은 "선 자강 후 흩어짐 등을 고민하는 것조차 해당행위라고 본다"며 "앞으로 우리 당이 어떤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놓고 고민하는 건 용납하겠지만, 한국당이나 평화당과 연대한다고 하는 것은 윤리위에서 해당 행위라고 해야 한다. 만약 윤리위에서 조치하지 않을 경우 제가 제소하겠다"며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바른미래당의 정체성 논란이라고 하는 것도 우리가 어디에 기반을 둘 것인지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다. 진보나 보수의 관점에서 기반을 구축할 수 없다"면서 "저는 2030지지층을 잡아보자고 했다. 하태경·이준석이 숙제를 한 결과 바른미래당 지지층 중에 2030 남성이 20%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직업 기준으로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높게 나타났다"며 '세대별 지지층 확장'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실패한 지도부로 최고위에 부끄러워서 나가지 않고 있는 거다. 다만 어떻게 인재상을 만들 것인가 고민 자체를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해주길 바란다"며 "실력주의로 해서 실력이 있는 사람들을 공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각 토론자들은 각자 다른 주장과 근거를 설명하며 당의 활로를 모색했다. 이과정에서 토론 내용을 놓고 서로를 비판하는 등 이견이 드러나는 상황이 펼쳐지자 장내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기도 했다.

박태순 바른미래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 정치의) 병폐는 무엇이었나 돌아보면 국민이 없는 지나친 숫자 놀이하는 정치, 정치 연예인들이 활보하며 공학적으로 당선돼는 폐쇄된 정치라는 근본적인 시스템 문제가 있었다"며 "이준석 최고위원의 발언도 그런 담론 안에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이 위원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어 "재보선 결과를 놓고 출마자와 당 대표의 책임이 있겠지만 그들에게만 책임을 물어서 우리 당이 변화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며 "저는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우파, 좌파 정책 모두 수용해 기대감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손학규 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과 보수 야권 통합에 대한입장이 판이하게 드러났다. 각 토론자와 발제자의 토론 과정에서마저 이견이 명확하게 감지되는 만큼 당 내홍도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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