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조기 전당대회 해야" vs 이찬열 "콩가루 정당, 갈라서서 제 갈 길 가자"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이 4·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참패에 관한 책임론을 놓고 내분이 심상치 않다. 내부총질을 멈추고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꾹꾹 눌러왔던 발언들이 나오면서 계파 간 분열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5일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선 이준석 최고위원 등이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찬열 의원은 "이제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 가는 게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분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바른미래당의 분열 위기가 점차 확산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고위원 중 바른정당 출신인 하태경 의원과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미 '지도부 총사퇴'를 언급하며 책임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반면 손학규 대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뭉쳐야 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손 대표는 "지난 6·13 지방선거와 이번 보궐선거를 돌이켜봤을 때 당 내부 분열이 항상 발목을 잡아 왔단 점에서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을 흔들려는 일각의 시도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4·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를 언급하며 "이번 선거는 참으로 쉽지 않은 선거였다.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강화되는 거대 양당의 기성 정치 구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선거 결과에 대해선 참으로 송구스럽다. 대표로서 제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손 대표는 "이런저런 비판이 다 일리가 있으나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한국당과 손잡았어야한다는 비판은 더욱 동의할 수 없다"며 "적대적 공생관계인 기득권 거대 양당을 극복하고자 태어난 바른미래당이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나. 춥고 배고프고 마실 물도 없으니 노예의 길로 다시 돌아가자는 주장"이라며 일부 반대세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이준석 최고위원은 선거 결과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위원은 "중간고사를 완전히 망쳤다. 이제 겸허하게 반성해야 할 때"라며 "이 상태로는 수권정당이 되기 불가능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지도부는 즉시 모든 의원들이 조기 전당대회 준비하는 걸로 의견을 모아달라. 아니면 최소한 재심의 투표라도 해야 한다"며 "그것도 복잡하다면 당장 오늘부터 현 지도체제에 대한 여론조사라도 시행했으면 한다. 이 절차 없이는 우리가 자유한국당과 다른 게 뭔가"고 주장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언급되자 회의장 분위기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때 손 대표의 측근인 이찬열 의원이 반박에 나서면서 두 사람의 갈등 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또, 그는 바른미래당을 '콩가루 정당'이라고 언급하면서 분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선거운동 기간에 잘못해서 패배한 게 아니다. 객지에 가서 한 달간 숙식한 당 대표가 잘못한 거냐"며 손 대표를 옹호했다. 이어 "몇몇 의원들의 내부 총질이 가장 큰원인이고, 국민들이 보기에 콩가루 정당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떠날 사람 떠나고 남은 사람들, 뜻 맞는 사람들이 뭉쳐서 새집 짓고 끝없는 단결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일부 패스트트랙에 반대한 사람들을 향해서도 "왜 여기 있느냐"며 "우리가 왜 같이해야 됩니까"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지상욱 의원과 유승민 의원, 이언주 의원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 '막말' 이언주 '당원권 정지' 결정…'탈당 시기' 주목
이렇듯 바른미래당 '당 대표 책임론'의 불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바른미래당 윤리위는 이언주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당원권 1년 정지'로 결정했다. 이 의원 본인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하태경 의원은 "지나치다"라며 "위기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악화시키는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본격적인 분열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도 저는 제가 생각하는 국민을 위한 옳은 길을 가겠다"며 나라사랑시민연대 회원들이 바른미래당 당사 앞에서 패스트트랙 반대 구호를 외치는 사진을 첨부했다. 그는 "이것이 바른미래당의 현실"이라며 "국민이 보내는 실망과 준엄한 경고를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꿋꿋한 태도를 보였다.
하태경 의원도 이 의원을 감싸고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고 정도로 끝낼 일을 사실상 당원 자격을 박탈하는 당원권 1년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면서 "총선이 1년 남았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출당 조치다. 오늘 아침 현재의 손 대표 체제에 반대한다면 차라리 당을 나가라는말이 있었는데 그것이 실행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이어 비난의 화살을 당 지도부로 돌렸다. "보선 참패 징계 1순위는 당 지도부다. 창피할 정도로 최악의 선거 참패를 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희망도 못 주는 현 지도부가 심판 대상"이라며 "대표가 자신의 몸을 던져 당의 위기를 수습해야 할 상황인데 오히려 당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어 무척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의 '탈당 발표'가 곧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의원이 탈당을 감행할 경우 다른 의원들의 '줄 탈당'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대표를 향한 비난과 당내 갈등은 점차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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