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TMI] 나경원·이언주·설훈·윤도한…'괜히 말 했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강원도 고성·속초 대형 산불에도 재난 컨트롤타워 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 실장을 국회에 붙잡아(?) 둔 것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조경태 최고위원과 악수하며 귀엣말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정치권에선 종종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말에서 문제가 생기고, 또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여의도 정가입니다. 말이 많아지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불리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불을 끄려고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는 과정에서 오히려 화를 키우기도 합니다. 지난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신조어 중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너무 과한 정보라는 뜻이지만, 현실에선 누군가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그만 좀 해'라는 의미에서 TMI를 외치기도 하지요. <더팩트> 정치팀이 한 주간의 여의도 정가 TMI를 모아봤습니다. <편집자 주>

나경원 '몰라', 이언주 '찌질', 설훈 '그땐 그랬지', 윤도한 '무슨 문제' 역풍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4일 오후 강원도 고성과 속초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며 주민들이 긴급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초속 7m 바람은 금세 불을 옮겼고,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청와대는 국가위기관리센터에 직원들이 대기하며 고성, 속초 산불을 예의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국가재난 사항이 발생할 경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위기센터 컨트롤타워로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을 진두지휘해야 합니다. 대통령 훈령(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은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비서실은 국가위기관리 콘트롤타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위기 상황을 관리·대응하는 국가위기관리센터 역시 국가안보실의 직속 기구입니다. 그런데 이번 화재 당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그 시각 국회 운영위원회에 붙잡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했을까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가안보실장의 이석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자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선 회의에 집중하느라 산불을 몰랐다고 해명했다가 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남윤호 기자

◆나경원 "회의에 집중하느라 산불 심각성 몰랐어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선 회의에 집중하느라 산불을 몰랐다"고 발언해 여론의 역풍을 맞았습니다. 운영위가 한창 열리고 있던 4일 오후 7시 17분 께 강원도 고성에서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될 정도의 큰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재난 컨트롤타워의 수장인 정의용 국가안보실 실장을 국회에 붙잡아뒀다는 비난이 일자 이렇게 해명한 것입니다.

저희 취재진이 현장에 있었는데요, 당시 현장에선 홍영표 운영위원장이 오후 9시 32분 께 "지금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있는데, 고성 산불 문제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나"고 정 실장에게 물었습니다. 이에 정 실장은 "고성에서 발생한 불이 속초 시내까지 번지고 있어 소방차 50여대를 동원했고, 민간인 대피령을 내리고 있다"고 심각성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오후 10시 께 홍 위원장은 재차 "사정이 있어서 안보실장 일찍 떠나게 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한국당이) 합의를 안 한다. 고성 산불 심각한데, 위기대응 총책임자인 정 실장이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이에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산불보다) 외교 참사는 더 크다"고 했고, 나 원내대표는 "위원장이 질의 순서를 바꿔 우리 야당 의원들부터 하게 했으면 안보실장이 빨리 갔을 것"이라며 책임을 돌린 뒤 "청와대 부르기 쉽습니까"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정 실장을 붙잡아 둔 것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심각성을 몰랐다"고 해명한 것은 궁색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유튜브 고성국TV에 출연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저격한 발언으로 지난 5일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디. /고성국TV 갈무리

◆이언주 "손학규 찌질" 발언 중징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 "벽창호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살려주세요 하면 짜증난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지난 5일 당 윤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내년 총선이 1년가량 남은 만큼 사실상 바른미래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하는 건 불가능해졌습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손 대표와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왔던 이 의원이 당을 떠날 명분을 얻게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도 저는 제가 생각하는 국민을 위한 옳은 길을 가겠습니다"고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20대에 이어 50대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제기됐다. /더팩트DB

◆설훈, 20대 이어 50대 저격 구설

"20년 전에는 자연스럽게 너도 나도 다 같이, 뭐 이런 사회 분위기가 있어서 위장전입이라든지, 부동산 투기라든지 이런데서 둔감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관 연배가 50대 후반인데 그 연배는 그게 그냥 통상화 돼 있는 사회분위기였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매번 청문회마다 위장전입, 부동산 문제가 하나씩 다 걸린다"는 질의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도입됐다. (지금) 우리 사회 지도층을 형성하는 분들은 그때 젊은 시절이었다"며 이같이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20대들의 대통령 지지율 급락을 두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세대 비하의 대가 설훈 의원이 이번엔 50대를 표적으로 삼았다"며 "코드인사 몇 명과 민정·인사수석을 비호하고자 50대 전체를 모욕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문재인 정부 2기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비호로 비판을 받았다. /뉴시스

◆윤도한, 靑 '인사 참사' 해명하려다 그만…

"(청와대 인사·민정수석실은) 특별한 문제가 파악된 게 없다. 그러니 특별한 조치도 없다. 미국에서 포르쉐 타는 것이 무슨 문제고, 집 3채가 흠이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1일 문재인 정부 2기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논란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꺼내든 논리입니다. 야당에서 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통일부) 장관 후보자 사퇴와 인사 추천·검증 책임자인 조국(민정)·조현옥 인사수석 경질을 요구하자 이같이 발언해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청와대가 이번 주 인사 부실 검증 책임론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지만, 해명이 거듭될수록 오히려 논란의 불길이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윤 수석은 전세금 올려 유학자금 대고 20대 자녀가 연 1억 씩 받아가며 호화 유학을 해도, 부동산 투기로 수십 억을 벌고 다주택을 보유해도 괜찮다는 것이겠지만, 서민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며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던 정권임을 잊은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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