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막 내린 4.3 선거, '씁쓸' 이해찬 '미소' 황교안 '참담' 손학규

4.3 보궐 선거가 창원·성산 정의당 여영국 후보, 통영·고성 정점식 후보 당선으로 끝난 가운데 선거 결과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입지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더팩트DB

창원·성산 정의당-통영·고성 한국당 '당선'…청와대·여당, 돌아선 민심 어쩌나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4.3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창원·성산 정의당 여영국 후보, 통영·고성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날 창원·성산 지역에선 민주당과 단일화를 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4만2663표(45.75%)를 얻으며 당선됐다. 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단 504표, 0.54% 차 승리였다. 통영·고성에선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4만7082표(59.47%)를 얻으며 당선됐다. 2위의 민주당 양문석 후보와 1만8592표(23.48%)라는 큰 표차가 났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후보 단일화를 한 창원성산에서 여영국 후보가 당선하며 책임론에서 조금은 자유롭게 됐다. 그러나 통영고성에서 한국당에 패배하며 내년 총선에 주황 불이 켜지게 됐다. /뉴시스

◆마냥 웃을 수 없는 이해찬

범여권 여 후보의 승리로 이해찬 대표는 겨우 한숨을 놓게 됐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는 없는 모양새다. 통영·고성 민주당 후보의 완패는 뼈아팠고, 창원·성산에서도 매우 근소한 차이의 승리였다. 이마저도 정의당과 단일화를 통한 승리였으니 단일화가 없었다면 패배는 불 보듯 뻔했다. 전체적으로 한국당을 향한 지지가 상당했다.

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공통적으로 "여권에 대한 분노가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모두 패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도 못 했고, 덕분에 한국당에 표가 많이 갔다"고 견해를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투표율이 50%를 넘겼는데 (한국당 득표율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여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 투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선거가 끝난 뒤 이 대표는 "이번 재보궐선거의 민심을 받들어 민생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민생불안, 경제 악화에 대한 국민 우려를 확인했다는 뜻으로도 읽혔다. 이 대표는 자신이 호기롭게 말했던 장기집권을 위해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복기한 내년도 총선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민주당에는 이번 결과가 내년 총선을 위한 일종의 '예방주사'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조경태 최고위원이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4.3보궐선거에서 경남 통영고성에서 당선된 정점식 후보의 사진 옆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선방한 황교안, 그러나 '아쉬움'

이 대표와 반대로 황 대표는 일 대 일 무승부를 거뒀지만, 결과적으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패배했지만 불리하게 여겨지던 창원·성산에서 0.54% 표차를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주목할 점이란 뜻이다. 통영·고성에선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 후보가 승리했으니 직접적으로 황 대표를 향한 득표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황 대표는 사실상 정치 신인이다. 정치 입문 40여일 만에 첫 시험대에 오른 황 대표는 일단 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측근인 정점식 후보를 당선시키면서 당내 장악력을 다지는 기반도 마련했다. 그뿐만 아니라 황 대표의 보수 대통합도 창원성산 결과로 더욱더 설득력을 얻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오히려 불만족스러운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창원·성산의 아쉬운 패배가 어쩌면 경남FC 축구장 유세 논란, 故 노회찬 의원 언급 망언 논란 등 때문이란 비판적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 전에 나온 논란들이 아쉽다"며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유세 활동을 폈고, 분위기는 우리 쪽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황 대표가 많이 수고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이번 선거 결과에서 황 대표의 공을 따지기는 좀 어렵다. 논란이 너무 많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번 4.3 보궐선거에서 참담한 성적을 거두면서 다시 한번 정치적 시련을 맞이하게 됐다. 2일 경남 창원시청에서 이재환(오른쪽 두번째)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하는 손 대표. /뉴시스

◆최악 상황 맞은 손학규

손학규 대표가 '올인'한 창원·성산 이재환 후보는 3.57%(3334) 득표를 기록했다. 손 대표나 바른미래당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를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다만, 최소 '두 자릿수 이상 득표율'과 같은 의미 있는 결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손 대표는 이번 선거를 준비하며 거의 창원에 살다시피 했다. 3월부터 창원 시내 아파트까지 임대해 지내며 전력을 쏟았다.

그러나 손 대표가 창원에서 숙식까지하며 총력을 기울였던 이 후보가 지난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 후보로 이 지역에 출마해 기록한 8.3%와 비교했을 때보다도 못한 초라한 성적을 얻는 데 그쳤다. 손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정도로 참담하다.

특히 창원 선거에 매달리는 손 대표에게 "찌질하다"는 발언을 해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이언주 의원은 이미 공개적으로 "창원 보선에서 득표율 10%를 못 얻으면 손 대표는 즉각 물러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의원뿐만 아니라 패스트트랙 등을 반대했던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손 대표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다 총선이 불과 1년 남은 상황에서 당의 저조한 지지율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불안감이 커진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동요하며 지도부 비판에 가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게다가 선거 참패로 당내 분열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전부터 손 대표와 정면으로 대치한 이 의원을 비롯해 유승민 전 대표를 필두로 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에겐 또 하나의 '명분'이 세워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을 염두한 보수 대통합 등 정계개편도 가속화할 수 있다. 손 대표가 이번 정치적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lws20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