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군 복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토론회서 터져 나온 서글픈 사연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군 복무 중 발생한 사고 및 중증질환에 대한 지원이 너무 부족합니다. 군인재해보상법이 발의됐지만 통과가 안됐습니다.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군인 장애보상금을 지급하려고 했는데 통과가 안 돼 안타깝습니다(현재 최대 약 1700만 원 보상)."(20대 군 복무 중 중상 제대자)
"정부가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를 찾으려고 하는데, 그 분들이 계신 다음에 누가 있는지도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군에) 갔다가 죽은 사람을 차별대우 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도 논의되는 마당에 의무복무 하던 자식을 잃은 부모의 이야기는 들어주는 곳이 없습니다."(군피해치유센터 '함께' 관계자)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군 복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실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바른미래당 하태경·김중로 의원, 김관영 원내대표, 이준석 최고위원, 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 원장,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초라한 국방의 의무 이행 대가
당초 토론회는 군 가산점 부활, 전역자 지원금 확대, 전역자 취업 할당제 도입 등 의무복무를 마친 젊은 남성에 대한 보상안에 대한 토론이 주요 화두로 다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막 본 토론회에선 해당 사안뿐 아니라 군 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젊은이들에 대한 보상 방안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군 복무는 의무이지만, 의무 이행을 제대로 해야 하는 청년들이 한편으로는 불공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군대를 가지 않는 사람과 취업이나 공부에서 경쟁하는 게 현실이고, 군 복무가 또 다른 불평등 사례가 되지 않는 게 우리 사회 중요 숙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군 복무 보상의) 핵심 쟁점인 가산점을 주자는 문제에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고 확신한다"며 "다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에 대한 불이익, 손해를 보는 이에 대한 부분이 쟁점인데, 위헌 판정으로 가산점 제도가 폐지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1961년 7월 도입된 군 가산점 제도(군사원호 대상자 임용 및 고용법)는 이름을 바꿔가며 1999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여성단체와 장애인협회가 1998년 8월 제정된 제대군인지원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12월 위헌 판결이 내려지며 폐지됐다.
이와 관련, 하태경 의원은 "오늘 토론회의 가장 큰 화두가 과거 위헌으로 판결이 난 (군) 가산점인데, 제가 판결문을 꼼꼼히 읽어보니 엄밀히 말하면 위헌이라 판결이 난 것은 가산점 그 자체가 아니라 '과도한 가산점'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위헌 판결을 받았다"며 "적당한 수준의 가산점은 위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이어 "군 복무자 보상은 가산점 외에도 현금보상, 교육·훈련 바우처, 학점 등 다양한 방안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군을 경시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청년 취업도 어려운데, (의무복무를 하는) 젊은이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첫 발제자로 나선 정길호 호원대 국방무기체계학과 초빙교수는 "가산점 부활과 관련한 법은 2012년 12월 당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게 마지막(국회 국방위 계류 중 임기만료로 2016년 5월 자동 폐기)이고, 이후 7년가량 언급되지 않다가 바른미래당이 관련 토론회를 주최했다"며 "심폐소생을 시켜 죽어가는 법을 살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국민의식 수준 및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가산점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가산점 이외에 지원 제도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의무복무 제대군인이 한 제도 이상의 수혜를 받도록 배려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발표자로 나선 김규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이혜정 고려대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 김성훈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문위원, 심성은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각각 '군 복무에 대한 종합적 보상방안', '군 복무자 지원제도의 필요성', '군 복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보상방안', '제대군인 보상체계 해외사례'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진 본격적인 토론에선 주최 측이 준비한 것과 다른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군대에서 부상을 입고 제대한 한 20대 청년은 "복무장병 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일 심각한 게 군 복무 중 발생한 사고 및 중증질환에 대한 미비한 지원"이라며 "부상을 입고 전역하는 장병의 장애보상금을 최대 1억5000만 원가량까지 올리는 군인재해보상법이 발의만 돼있고 통과가 안 돼 안타깝다. 그리고 이 법이 공표되더라도 현재 치료를 받는 사람에게는 소급 적용이 안 돼 이 문제를 해결할 특별법도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권을 얻은 한 참석자는 해병대 복무 중 허리 부상을 입고, 부당한 처우를 받다 전역 후 사망한 아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울먹이며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2004년 4월 해병대에 입대한 아들이 한 달 만에 허리 부상을 당했는데, 늦게 병원을 가서 고질적 허리 질환을 앓다, 우울증까지 생겨 죽었다. 그런데 (유공자가) 되지 못했다. 행정심판을 했지만 기각됐고, 변호사를 사서 소중 중인데, 너무너무 억울하다"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군피해자치유센터 '함께'에서 나온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죽은 생명도 차별대우를 한다.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갔다 자식을 잃었는데, 죽은 아이에게 등급을 매긴다"며 "분명 살릴 기회가 있었는데, 외면하다 사망했는 데도 등급을 매겼다. 이런 시스템을 바꾸는데 (국회) 국방위원들이 힘을 쓰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함께' 소속 다른 관계자는 "군 복무자들은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군 복무 중 죽은 자에 대한 보상 논의도 제대로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군 복무 중 희생과 관련한 억울한 사연 쏟아져
이에 대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중하게 다룰 문제라 생각한다"며 "명함을 드릴 테니 따로 만나서 관련한 이야기를 하자"고 답했다.
하 의원은 "사적 업무를 하다 희생된 자보다, 공적인 업무를 하다 희생된 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공적 죽음은 다양한 것이고, 사적 죽음은 안타까운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인식을 깨도록 정치인들이 많이 노력해야 하고, 희생에 대한 배상 체계가 공무로 인한 희생자에게 배상이 더 잘되게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들이 군 복무 중 사망한) 어머님들은 의원실에서 따로 간담회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자"고 다음을 기약했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군 복무에 대한 보상과 사상자에 대한 처우 개선 공론화 필요성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한국인 남성의 군 복무율은 90%가 넘는다. 이들은 21개월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낮은 임금을 받으며, 국가에 헌신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불의의 사고로 중상을 입기도 하고, 가족에게 영영 돌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를 위해 일한 젊은이의 공적과 희생에 대한 보상 확대 문제가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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