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 보호·LiNK설립자 에이드리안 홍 연관설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지난달 22일 발생한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자유조선'(Free Jose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초대됐으며,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았다"며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자유조선의 전신인 천리마민방위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7년 인터넷 홈페이지가 설립된 이후엔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군을 보호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로고가 새겨진 김한솔 군의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김 군은 자신의 북한 외교관 여권을 공개하며 "나의 아버지는 얼마 전 살해당했고, 나는 지금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있다"며 "저를 도와준 단체들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천리마민방위는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후원금을 받고 있다. 계좌 공개 1주일 만에 400여만 원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까지 총 6400여만 원이 모금됐다.
앞서 자유조선은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2월 27~28일)을 앞두고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하노이 회담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 아니냐는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들은 3·1절 100주년에 맞춰 북한의 국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맞서 자유조선이라는 이름의 임시정부를 세웠다고 주장했다.
<더팩트>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자유조선 구성원들은 북한 정찰총국 출신 탈북자라는 소문도 돌았고, 미국 FBI가 아닌 중앙정보국(CIA)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은 지난 27일 자유아시아(RFA)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민간단체의 하나였다"며 "2014년 봄에 나온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작성을 위한 조사 활동에 많이 협력하면서 힘을 키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후원으로 자금도 풍부하고, 탈북자 등과 많이 활동해 왔다고 한다"며 "그 과정에서 여러 나라의 정보기관과도 관계를 맺고 중국에서 탈북자 구출 작전이나 정보공작 등 불법적인 활동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비밀리에 활동해 왔는데 이번에 일부가 공개됐다"고 언급했다.
외신들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알려진 멕시코 국적의 에이드리언 홍 창이라는 인물이 북한인권단체인 링크(LiNK:Liberty in North Korea) 설립자 에이드리언 홍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공식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일각에선 그동안 에이드리언 홍의 발언 등과 비교해 봤을 때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보고있다.
박석길 링크 한국 지부장은 <더팩트>에게 "애드리안 홍은 대학시절 LiNK의 공동 설립자였지만, 10년 넘게 LiNK의 활동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우리 단체는 그의 최근 활동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으며, 주 스페인 북한 대사관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언론에 보도된 것 이외에 알고 있는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자유조선의 북한 대사관 급습과 FBI의 연관성을 두고 북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이 침입 당했다는 것은 북한에게는 정치적 타격이 크다"며 "북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비핵화 협상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요소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에서 예민하게 반응할 것 같다"면서도 "FBI가 연계됐다는 물증이 안 나오는 이상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이어 "북한이 이 사건을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양측이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맥락이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