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앞에 고개 숙인 장관 후보자들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난 25일부터 진행된 가운데 모든 후보자들이 각종 의혹 앞에 "죄송하다", "잘 몰랐다"고 고개를 숙였다.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들이 저마다 사실로 드러나거나 명쾌한 해명이 나오지 못하면서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은 출발 전부터 '주황불'이 켜졌다.
26일 국회에선 통일부 김연철·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해양수산부 문성혁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동시에 진행됐다. 세 청문회장에서 다뤄진 주제는 각각 달랐으나 후보자들이 연신 사과하는 풍경은 같았다.
이날 가장 관심이 집중된 건 김 후보자 청문회였다. 김 후보자는 SNS 발언 논란, 다운계약서 작성 등을 포함해 가장 많은 야당의 문제제기에 직면했다. 김 후보자는 논란이 됐던 고(故) 박왕자 씨 금강산 피살 사건을 두고 '통과의례'라고 말했던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외에도 그는 SNS에서 매우 과격한 발언을 했던 사실들에 대해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 "반성한다", "언행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했다. 그는 분양권 포함 아파트 7건과 토지 등 총 여덟차례에 걸쳐 다운계약을 한 사실에 대해서도 시인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박 후보자는 딸 증여세 탈루, 업무추진비 소득신고 누락 의혹 등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먼저 증여세 의혹 관련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가족 공동체로 돈을 모았기 때문에 그런 개념이 없었다"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박 후보자는 한국영화배급협회 회장 재직 시 받았던 업무추진비에 대한 소득신고를 빼먹었던 것에 대해서도 "업무추진비는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았다"며 "가산세까지 모두 납부했다. 제 불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는 "청문회를 준비하며 저도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나름 정말 주의하면서 살아왔다고 했는데,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돼 대단히 안일하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거듭 사과했다.
문 후보자 역시 배우자·자녀 위장전입, 장남 채용특혜 등 다양한 의혹 을 받았다. 문 후보자는 배우자와 두 자녀가 1998년 한 차례, 2006년 한 달에 세 차례 등 총 네 차례 위장전입을 한 사실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이 자리를 빌어 송구하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청문회 첫 주자로 나섰던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도 주택 투기, '꼼수' 증여 의혹 등에 "송구하다"고 사과하며 고개를 들지 못한 바 있다.
장관 후보자들이 예외없이 도덕성 문제 등에서 감점을 받으면서 벌써부터 2기 내각 출발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부 후보자에 대해선 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국회는 아직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행안부 진영·과기정통부 조동호 장관 청문회를 남겨두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인 박·진 의원에 대해 야당의 견제도 더 강하고 여러 의혹들이 이미 제기돼 있는 만큼 남은 상황 또한 밝지 않아 보인다.